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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정책 진단 ①] 재벌개혁 초점 맞춘 김상조호, 소비자 보호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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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정책 진단 ①] 재벌개혁 초점 맞춘 김상조호, 소비자 보호는 아쉬움
각종 이슈 집대성한 기본계획 성패 관심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8.12.0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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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고객은 왕'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실생활에서 소비자는 보호 받지 못하는 약자로 방치돼 있기가 다반사다. 기업의 각성과 양심에만 매달려 소비자의 이익이 보호되기를 바라기보다는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변화와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의 소비자보호정책이 어떤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민생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소비자정책에서도 진일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기본법을 개정으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격상돼 소비자 인신사고에 대한 긴급대응 권한이 부여되는가 하면 집단소송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하며 변화를 꾀하고 나섰다.

다만 소비자보호를 주도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사회와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비자보호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낳고 있기도 하다.

◆ 김상조 위원장, 소비자 정책기구로 탈바꿈 선언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후 ‘소비자 보호’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6월29일 한국소비자원 개원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였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 당시 ‘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의 연장선상이었다.

김 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겪으면서 소비자 문제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범정부적 대응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7월7일 김상조 위원장이 소비자단체장들을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는 “지금까지 공정위가 사고 이후 민원처리나 심의 등을 주로 해 왔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정책기구로 역할을 바꿔 나갈 것”이라며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10월 소비자기본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격상됐으며, 소비자 인신사고에 대한 긴급대응 권한이 부여됐다.

이외에도 지난 6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논의된 '소비자 친화적 리콜제도 개선방안'의 후속조치로 지난해 10월10일 공정위는 전부처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리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외에도 지난해 5월에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뒤 집행에 들어가 소기의 성과를 낸 바 있다. 

용량이 부족한데도 1리터라고 속여 판매한 쥬씨가 지난해 6월 과징금 처벌을 받았으며 7월에는 학원·온라인쇼핑몰·상조 등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점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거짓 수술후기나 과장된 사진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혹한 강남 유명 성형외과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그동안 병원에서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수술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심했지만 과징금 등 처벌을 받은 사례는 전무했다.

◆ ‘안전’과 ‘소비자 주도’ 중시한 소비자정책 기본계획 수립 

공정위는 그 동안 드러난 각종 소비자현안을 집대성해 올해 1월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3년 동안 추진할 소비자 정책의 방향과 시행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공정위가 세운 소비자보호정책의 3대 기본방향은 △소비가치를 주도하는 역량있는 소비자 양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 구현, △소비자권익을 증진하는 협력 기반 정책추진이다.

이를 토대로 ①선제적인 소비자안전 확보, ②소비자가치 주도 소비자역량 강화, ③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 조성, ④신속․공정한 소비자분쟁 해결, ⑤소비자정책 협력 강화 등 5대 정책 목표를 발표했다.

김상조 위원장이 한국소비자원 개원 30주년 기념식에서 말했던 ‘선제적 대응’은 선제적 소비자 안전 확보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논의된 리콜 제도는 ‘소비자 친화적인 리콜 제도 운영’ 과제로 이어졌다.

표시·광고 및 약관 분야를 시정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거래 취약분야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다국적기업의 불합리한 약관을 막기 위해 ‘국제 거래 분야에서 소비자편익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소비자 피해가 잦고 민원이 많은 곳은 더 까다롭게 들여다보고 다수·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 공정위 ‘재벌개혁’에 치중...소비자 정책 전문성은 '글쎄'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보호’보다는 ‘재벌개혁’과 ‘공정사회 구현’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이 내정된 지난해 5월17일 인선 소감 발표 자리에서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다음날인 내정자 기자회견장에서도 “소비자정책, 가맹사업 등에서 전문성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소비자 보호에 대한 언급 없이 “초반에 가맹·대리점 거래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취임사에는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는 시장의 경쟁구조를 유지·강화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지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18일 가맹업계 불공절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필수품목 공개를 촉구하는가 하면 8월13일에는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해 상생안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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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인사말. 소비자 보호 문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소비자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성과 없거나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경제정책과 소비자정책의 비중을 따져봤을 때 경제정책에 치우쳐 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집단소송제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장기적인 소비자 정책이 불분명하고 특히 지방 소비자에 대한 참여가 적은 만큼 소비자단체와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공정위로 한정지을 수는 없지만 중소상인 상생과 소비자 권익이 상충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제에서 여전히 입증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에 대한 문제 등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정책이 타이슈에 비해 미흡한 것이 아니라 재벌개혁, 공정사회 등 이슈가 크게 느껴져서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비춰진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소비자 이슈를 공정위에서 담당할 경우 오히려 효율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라돈 사태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선방안을 내놓고 부처를 통합해야 하는 적절한 시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을 더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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