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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첨병②] 장기적 정책 개선에 앞장 서는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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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첨병②] 장기적 정책 개선에 앞장 서는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8.12.1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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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소비자보호에 대한 정부 당국과 정치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같은 관심이 논의수준에서 머물고 있을 뿐 구체적인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자리에서 묵묵히 소비자보호를 위해 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또 무엇을 이뤄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소비자보호 첨병' 시리즈를 싣는다. [편집자 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사회의 경제정의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만큼 소비자단체라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 하지만 경실련은 2012년 소비자정의센터를 설립하고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굵직한 소비자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역할을 다해왔다.

소비자정의센터는 특히 올해 들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이 파고 들고 있는 유전자변형농작물(GMO)의 위험요인을 알리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데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GMO 완전표시제 이슈화에 불을 당겼다. 국민청원을 올린 뒤 4월 초 5일간의 집중행동기간을 선포하고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거리캠페인을 벌이며 국민들의 청원 동참을 독려했다. 결국 20만 명 이상의 지지를 이끌어 냈고 이를 기반으로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했다.

5월에는 GMO 표시제 강화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7월에는 식약처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뒤 5년 치 GMO 수입현황을 조사해 수입량이 3배 가량 상승했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 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했다.

또 BMW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 8월 정책토론회를 열고 문제의 원인과 책임, 제도적 한계를 진단하며 대안 제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사무국장은 기존 소비자단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소비자 주권운동을 위한 원칙을 세우고 경실련식 소비자운동에 나서면서 소비자정의센터가 설립됐다고 창립 취지를 설명했다.

경실련은 지난 2012년 9월 3일 소비자정의센터를 세우고 ‘소비자정의 운동’을 시작했다. 1989년 경실련이 창립된 지 23년 만의 일이다.

소비자정의센터가 소비자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세운 원칙은 ▲소비자와 사업자의 상생가능한 소비자운동 ▲소비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 확대를 위한 주권운동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힘을 오남용하는 사업자 감시 ▲실사구시의 자세와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대안 제시 ▲소비자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이다.

윤 국장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조직하고 소비자와 함께 행동한다”며 “소비자정의센터의 정당성은 소비자 지지에서 나옴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의 소비자운동 선언은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주체는 소비자이고, 소비자가 스스로 나서 행동할 때 허울뿐인 제도나 관행, 사업자의 횡포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정의센터는 창립 후 불합리한 소비구조 개선에 힘쓰고 굵직한 소비자피해 이슈에 적극 대응해 왔다.

스마트폰이 한창 보급되던 2010년대 초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는 구매절차와 이용약관 등에서 소비자들의 권리가 침해받을 요소가 높았다. 앱 구매 시 사전고지, 결제수단 선택, 최종 결제확인, 사후고지 절차 등이 미흡했고 소비자들은 계약철회도 할 수 없었다.

문제를 인식한 소비자정의센터는 애플, 구글 등 앱 마켓을 운영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공정위에 약관심사를 청구했다. 소비자정의센터의 실태조사 1년 뒤 앱 마켓에서는 결제 전 소비자에게 최종적 구매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강화되는 등의 효과를 거뒀다.


2013년부터는 GMO 수입현황 정보공개청구 및 실태조사, 소비자 알권리 위한 공개 간담회, 쟁점토론회 개최 등 GMO표시제도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많은 소비자들이 GMO를 장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신체 질환을 유발하는 등 문제가 생길 거라고 불신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도 표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국민청원에도 20만 명 이상이 참여했지만 GMO표시제 개선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생물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든 식품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나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고 한다.

2014년에는 신용카드사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소송을 제기하는 등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대응했다.

지난 1월에는 2015년부터 문제를 제기해온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매매에 대한 위법성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1067명에 대해 1인당 최대 3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는 결과를 냈다.

이 외에도 소비자정의센터는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간 실태조사, 애플 불공정 수리약관에 대한 심사청구, 구글 정보공개 소송, 이통사 결합상품 할인율 실태조사,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관련 대응,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 등 소비자권익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 2019년 GMO완전표시제, 개인정보보호, 집단소송제 도입에 집중

향후에도 소비자정의센터는 소비자 피해예방을 위한 사업에 꾸준한 목소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소비자정의센터 정택수 간사는 “아직까지도 해결이 안 되고 있는 GMO완전표시제 관철을 위해 새로운 협의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빅데이터 산업화를 추진하면서도 막상 개인정보 침해 소지의 위험성에 대한 보호 체제마련은 소홀히 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침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시스템 제도화 운동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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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사무국장(왼쪽)
소비자정의센터는 윤철한 사무국장이 실무를 맡고 박성용 한양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운영위원장으로서 주요 사업 방향성을 검토하는 등 정책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1996년 한양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현재는 소비자정책론과 소비자경제학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정책연구실장을 지냈으며 공정위 표시광고자문위원회, 방통위 광고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다음은 경실련 윤철한 소비자정의센터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경실련식 소비자운동이 소비자단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A.소비자단체는 소비자권리를 위해 활동한다. 기존 소비자단체는 주로 기업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소비자권리를 위해 싸워 왔지만, 상대적으로 정부나 지자체 정책비판에는 소극적이었다. 대부분 소비자피해는 잘못된 제도가 원인이다. 경실련은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 소비자운동을 지향한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소비자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의 소비자 이익이나 생산자·판매자·소비자 모두의 상생이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소비자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금융과 IT 영역에 관심이 많다.

Q.소비자정의센터라는 명칭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궁금하다.

A.소비자정의센터는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내의 소비자분과가 시초다. 시민권익센터는 시민 권리와 인권 활동을 해왔다. 본격적이고 독립적인 소비자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소비자정의센터를 창립하게 됐으며, 명칭은 경실련 회원과 주요 임원, 상근활동가의 추천과 선호도 조사를 통해 공개적으로 선정했다.

Q.경실련에서 소비자정의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A.경실련은 정치, 경제, 사회, 부동산, 통일, 도시 등 거의 모든 영역이나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정의센터는 특정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경실련은 국민을 위해 활동하고, 모든 국민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경실련 활동은 소비자운동이라고 봐도 된다. 다만 소비자정의센터(시민권익센터 포함)는 실무 상근자가 2명으로 다른 팀보다 적은 편이다. 그러나 소비자운동이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다 보니 언론의 관심이 높아 기사화되는 비율은 높다.

Q.소비자운동을 통해 가장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낸 게 있다면?

A.공공요금 연체제도 개선, 파손된 스파트폰 액정 가격인하, 항공마일리지 소멸시효 5년에서 10년 연장 및 가족승계, 사용처 확대, 도시가스 부당요금 제외 등이 있다.

Q.지금 가장 관심 갖고 진행 중인 소비자운동은 어떤 게 있나?

A.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도 과거 정권과 마찬가지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규제완화 이슈 중 개인정보 산업화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어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외에 GMO 표시제도 개선 활동, 집단소송제 도입 운동,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동차교환·환불제도와 관련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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