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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멍드는 선분양제④] 후분양제 찬반 '팽팽'...정부 절충안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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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멍드는 선분양제④] 후분양제 찬반 '팽팽'...정부 절충안 실효성 의문
  • 정우진 기자 chkit@csnews.co.kr
  • 승인 2018.12.0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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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제의 각종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민단체·정치권·정부 등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주요 방안이 바로 ‘후분양제’ 도입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승, 건설사 줄도산 등의 부작용을 예견하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60% 단계적 후분양제’마저 반쪽자리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어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후분양제 반대 측 "주택공급 감소, 건설사 줄도산,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 커"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다. 선분양제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분양가를 상승시키고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초래하며 중·소규모 건설사들의 연쇄 도산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간 주택공급 규모도 크게 위축시켜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 거라는 의견도 많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발간한 ‘후분양제 도입의 장단점 및 시장 영향에 대한 분석’ 연구보고서에서 후분양제로 인해 분양가가 최소 3%에서 최대 7.8%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주택담보대출로 분양 받을 경우 대출이자 또한 900~1110만 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중견건설사의 분양 사업이 위축돼 연간 8만6000호에서 최대 13만5000호까지 공급 가구가 감소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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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김대철 한국주택협회 회장은 올 4월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후분양이 무조건 좋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후분양을 하면 업체 간 자금 조달 능력에 차이가 커 공급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더라도 시장흐름에 맡기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심광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올해 초 국회 국토교통위에 출석해 “후분양제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며 “선분양일 때는 시세 상승의 이익을 입주자가 받지만 후분양은 선분양가보다 11% 이상 높은 분양가를 지불해야 해 입주자에게도 불리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주택 후분양 의무화는 과거에 실패한 정부 정책이며 주택금융 여건 마련과 공급제도의 개선 없이 재시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후분양제는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일시에 마련해야 해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등 대형 건축공사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 조달은 대형건설사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주택 공급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고 언급했다. 관련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만약 민간 후분양제가 의무화될 경우 건설사들은 연간 35조4000억 원에서 최대 47조3000억 원의 자금을 추가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후분양제 찬성 측 "단점 시간 지나면 오히려 장점될 것”

후분양제가 선분양제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반대 진영에서 우려하는 후분양제의 부작용이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지난해 개최된 국회 포럼에서 “후분양제로 전환할 때 수급상의 문제가 일부 나타난다고 한다면 최근 2~3년간 엄청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급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받는 지금이야말로 후분양제 도입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선 소장은 “후분양제 도입 시 자본건선성이 취약한 건설업체들은 퇴출되면서 시장 청소가 일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택건설사업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같은 포럼에서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건설사업 하는 사람은 전체사업비에서 자기 돈 5% 밖에 안내고 나머지 95%는 소비자가 부담한다”며 “공급자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소비자 권리는 철저히 박탈당하고 있다”고 선분양제를 성토했다.

조 교수는 “주택의 과잉공급, 투기적 분양권 전매로 인한 시장질서 교란, 집값 오름, 주택의 질 저하, 역전세난 등 우리나라 모든 주택문제 시나리오의 출발점은 선분양제도”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후분양제도로의 전환 등으로 우리나라 주택공급방식을 철저히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내놓은 ‘60% 단계적 후분양제’ 부정적 시각 커 

정부가 내놓은 ‘공정률 60% 단계 후분양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후분양제를 찬성하는 일부 진영에서조차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올 6월 ‘제2차 장기(2013~2022) 주거종합계획 수정계획’을 발표하며 후분양제 도입을 천명했다.

2022년까지 LH·SH·경기도시공사 등 공공주택 분양물량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한편 민간 건설사들도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공공택지 우선공급 ▶기금대출 지원강화 ▶대출보증 개선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시장의 후분양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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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언급한 이래 정부는 공공부문 우선도입, 민간부문 자율 유도를 골자로 후분양제의 단계적 도입 방안을 천명했다.

‘공정률 60% 단계 후분양제’는 아파트 공사가 60% 완료된 시점에서 후분양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현장을 보고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업계에서는 공정률 65%를 건축물 골조공사가 마감된 수준으로 파악 중이다. 결국 철근에 콘크리트만 부은 정도의 수준에서 아파트 구매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이 정도 수준의 후분양제도 2022년까지 공공부문의 70%에서만 도입하는 한편 민간 부문은 ‘유도’만 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내옿은 안이라 정부가 개혁을 미루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와 함께 전면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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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률 60% 단계는 아파트 골조공사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공정률 60%에서 후분양을 실시하면 주택시장 소비자들은 여전히 ‘껍데기’만 보고 사야 한다”며 “60%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동 간 배치 밖에 없는데 이런 반쪽짜리 후분양제로는 부실시공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시는 2006년부터 공정률 80% 단계 후분양제를 실시해왔고 박상우 LH공사 사장은 정부 결정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후분양을 실시하겠다는데 공공부문 후분양제의 단계적 도입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유야무야 개혁을 미루다 정권이 바뀌면 폐기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 또한 “공정률 60%는 후분양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60% 수준에서 소비자들이 건물 완성도나 주변 여건이 가격대비 적정한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정부의 도입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정부안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이어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60% 공사 단계라면 철골에 콘크리트만 부은 수준인데 이를 보고 아파트가 제대로 지어졌는지, 하자는 없는지 어떻게 알겠냐”며 “미분양 리스크도 선분양 보다 크고 분양가도 높으며 주택담보대출 상환 기간도 짧아 소비자들도 불리해지는 등 정부의 후분양제 유도는 건설사도 소비자도 만족할 수 없는 방안으로 선분양제의 장점만 희석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 양 측이 공감하는 합의점을 도출하기 까지는 많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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