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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정책 진단⑥] 소비자정책위 '개점휴업'...컨트롤타워 공백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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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정책 진단⑥] 소비자정책위 '개점휴업'...컨트롤타워 공백 언제까지?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8.12.03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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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고객은 왕'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실생활에서 소비자는 보호 받지 못하는 약자로 방치돼 있기가 다반사다. 기업의 각성과 양심에만 매달려 소비자의 이익이 보호되기를 바라기보다는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변화와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의 소비자보호정책이 어떤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 당국의 대응능력이 항상 도마에 오른다. 정부 부처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서 허둥지둥대다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이른바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정책 협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소비자정책위원회가 전부처의 소비자정책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의 소비자중심 경영실태를 평가하는 CCM인증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세부 계획도 발표했다.

◆ 각종 사고에도 긴급대응회의 한 차례로 안 열려  

지난해 10월 소비자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격상되고 소비자 인신사고에 대한 긴급대응 권한이 부여된 것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소비자 문제에 소비자정책위원회가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올해 라돈 사태나 BMW화재 등 대형 이슈가 이어졌지만 정부의 대응은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여러 정부부처와 소비자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인 ‘긴급대응’ 회의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국회의원은 10월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안전 긴급대응시스템인 긴급회의를 ‘라돈침대’, ‘BMW화재’ 등과 관련해 단 한 차례도 가동하지 않았으며 관련 매뉴얼도 없다”고 비판했다.

개정된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부실 대응의 대책으로 소비자정책위원회가 실질적인 범정부 컨트롤 타워로서의 위상과 기능을 갖도록 승인했다.

올해 4월24일 개정된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서도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소비자 안전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관련 정부부처를 모아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긴급대응 권한도 구체화시켰다.

국무총리가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이 간사를 맡아 관련 부처를 모으고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자리를 개최하는 것이다.

▲ 지난 7월9일 열린 제1차 소비자정책위원회.
그러나 올해 라돈 사태와 BMW 화재 사건 등 굵직한 사건사고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긴급회의는 단 한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심지어 라돈 사태가 터진 이후인 6월18일 소비자단체들이 긴급대응 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올해 초 발표한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에도 “소비자정책위원회가 전부처의 소비자정책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을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김선동 의원은 “라돈침대, BMW 차량 화재, 항공기 기체결함 등으로 국민의 생명이 크게 위협당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소비자 안전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밝혔다.

또한 “제도를 만들었으면 실효성 있는 운영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해 소비자정책위원회 긴급회의는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공정위는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 소비자의 안전이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겉도는 CCM인증제...지역 소비자 소외도 여전해

공정위가 세부 시행계획의 하나로 제시한 CCM 인증제도 역시 겉돌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고 공정위가 인증하는 CCM(고객중심경영) 인증제도가 정작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소비자의날 발표하는 CCM 인증기업은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보고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관련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CCM인증마크를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는 소비자는 17.4%에 불과했으며, CCM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행정처분을 받아 취소되는 경우가 잦아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도 지난해 CCM 인증제도 도입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아직 많은 소비자와 기업들이 CCM 인증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인증의 의미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CCM 인증을 받았음에도 기업운영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외면해 사회적 비난을 초래한 사례들도 있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인증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역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소비자들은 소외당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관계부처가 아닌 ‘위원회’에 머무르는 만큼 지역마다 담당자를 배치해놓았다고 하더라도 긴밀한 협력체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지방 소비자’ 참여를 활성화시키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사실상 지방은 방치된 것에 가깝다”며 “공정위가 지방까지 손쓰기 힘든 만큼 소비자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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