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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 장시간 기내 대기 '원성'...대체인력 부족도 '한몫'

'4시간 이내' 규정 어겨도 과태료 겨우 500만 원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2018년 12월 07일 금요일 +더보기

저비용항공사들이 승객들을 장시간 기내에 대기시키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심지어 밀폐된 공간에 오랜 시간 갇혀 있던 승객 가운데 응급환자가 생기는 사고까지 이어져 불편을 넘어선 안전문제까지 지적되고 있다.

최근 에어부산은 기내에 승객을 7시간 동안 대기시키는 과정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11월 25일 오전 김해공항 도착예정이던 캄보디아 출발 에어부산 항공기가 안개로 인한 주변 기상 악화로 인천공항에 회항 착륙했다. 해당 항공기는 아침 8시 반 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오후 3시 반까지 7시간 동안 188명의 승객을 기내에 대기시켰고 이로 인해 당시 비행기에 갇혀있던 승객들의 원성이 폭발했다.

물과 음식마저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일부 승객들이 저혈당 및 탈진 등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급기야 구급대원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내에 갇혀 있던 나머지 승객들도 그제서야 가까스로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르면 항공사는 승객을 태운채로 국내선은 3시간, 국제선은 4시간 이상 지상에서 대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설사 피치 못할 사정으로 2시간 이상 지속해서 대기를 시켜야 하는 경우에는 승객의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음식물을 제공해야 하고 이와 별도로 불안해하는 승객을 위해 30분 간격으로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안내해야 한다.

에어부산은 사건 발생 이틀 후 공식 사과를 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안전관리 대응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10월 취항 10년째를 맞은 에어부산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10월 항공기 2대, 국내 2개 노선 운항으로 시작해 10년이 지난 현재 항공기 25대, 국내선 6개, 국제선 29개 등 총 36개 정기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누적 탑승객은 2008년 10만 2790명에서 올해 9월 기준 4000만 명을 넘어섰고, 매출액은 2008년 59억 원에서 올해 5616억 원으로 100배나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에 대한 보호와 안전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은 “당시 인천공항에 사무소가 없어 출입할 수 있는 직원이 없었고, 운항 통제 근무 인원이 9명뿐이라 진행 사항 파악 및 추가 후속 조치 수행 등이 힘든 상황”이었다며 “저비용항공사로서 한계를 인정하고 제도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저비용항공사, 인력부족으로 안전관리 대응 허점 노출

장시간 기내 승객 대기로 문제가 된 항공사는 에어부산만이 아니다.

작년 12월 인천공항 기상 악화로 국내 저비용항공사 이스타항공은 14시간, 외국 저비용항공사 비엣젯항공은 10시간 넘게 기내에 승객을 대기시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베트남 저비용항공사 비엣젯항공은 지난 2017년 12월 23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위에서 약 10시간 동안 항공기를 대기시켰다. 이 과정에서 피해승객들은 항공기에서 갇혀있는 동안 음식물을 제공받지 못했으며 특히 일부 승객은 물 한 컵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3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했고 이외 다른 승객들은 두통, 몸살, 메스꺼움, 불안증세 등을 겪었다.

같은 날 이스타항공은 14시간 이상 승객을 기내에 대기시킨 후 결국 결항했다. 승객들은 일본 나리타행 이스타항공을 이용할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이륙이 지연되면서 기내에서 약 14시간 20분 동안 대기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 측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채 하염없이 기다리다 결항 통보를 받고 나서야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항공기의 지연, 결항 문제는 비단 저비용항공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저렴한 운임료로 기본 서비스를 축소시켜 운영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나면 인력 부족과 상황 대처 능력 한계 등을 여실히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당연히 소비자 몫이다.

항공분쟁 전문인 김지혜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꽉 막힌 좁은 기내에서 다수가 장시간 착석 상태로 대기하면 저혈압, 불안증세, 호흡곤란, 공황장애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어떤 이유에서든 승객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 승무원 초과 근무 규정에 운항 차질 생겨...항공이용자 보호는 뒷전

이처럼 저비용 항공사들의 승객 대기 시간이 길어진 데는 '승무원 초과 근무' 규정과 '대체인력 부족'이라는 원인이 존재한다.  

에어부산 역시 인천공항의 보안상 입국 허가 문제와 승무원 8시간 초과 근무할 수 없는 규정 등이 겹쳐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당 항공기의 객실 승무원은 총 6명이었는데 인천공항으로 회항하면서 승무원 2명이 초과 근무하게 됐는데 인천공항에 기점을 두지 않아 이를 대체할 승무원 인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최소 객실승무원이 5명 있어야 운항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승무원의 피로관리 규정을 위반하면 과징금 6억 원을 물어야 하지만 항공이용자 보호기준을 어기면 120분의 1 수준인 500만 원의 과태료만 내면 되므로 항공사로서는 승객 대기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며 처벌 기준 강화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지혜 변호사는 “과징금을 피하려고 기내에 승객을 대기시켰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승무원 근무시간과 피로도는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승무원의 초과 근무는 이뤄지면 안 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바로 대체 인력 부족에 있다. 기내에서의 장시간 대기는 항공사의 미필적 고의나 과실로 인해 교체할 승무원 수배가 늦어지거나 승무원이 부족하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 항공사들을 통틀어 승무원 인력이 가장 적은 항공사가 에어부산이며 그 뒤를 이스타항공이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 항공사 모두 가용 승무원이 부족해 항공기 지연 시 대처에 미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 변호사는 “영업이익을 위해 보유한 항공기와 승무원 대비 운항 일정을 무리하게 늘리면 여러 사고 발생 위험이 뒤따른다. 수익 올리기에 급급해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고 있다. 문제의식 자체가 굉장히 낮은 것”이라며 “기상악화로 인한 부득이한 지연이라도 잘못된 대처로 인해 승객을 불편하게 하고 건강에 해를 끼쳤다면 이에 따른 항공사 책임이 인정돼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상 악화나 기체 결함 등 이·착륙 지연으로 기내 장기 대기 상황이 발생하면 승객에게 ‘내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국내선 3시간, 국제선 4시간 지연 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대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승객에게 선택권을 줘 내릴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억대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김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활주로에서의 지연 시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이 행정규칙인 ‘고시’로 규정돼 있지만 항공기에서 내릴 수 있는 가능성 고지 등에 관한 내용이 없고 위반 시 적절한 제재 조치가 없다. 이번 사태를 또 하나의 계기삼아 규정을 철저하게 보완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에어부산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 위반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또한 국토부는 에어부산에 대해 조종·객실 등 운항분야별 전문감독관으로 점검팀(9인)을 구성해 안전운항체계가 갖춰져 있는지 종합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혀 향후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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