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단행된 임원인사 결과 SK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수펙스추구협의회 7인 위원장 중 고려대 출신이 4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처음 출범했던 2013년만 해도 고려대 출신 경영자는 6인 위원장 중 1명에 그쳤다.
컨트롤타워 경영진의 고려대 출신 약진은 최태원 회장의 친정 체제 강화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경영진 세대교체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를 선임할 때 고려대 출신을 중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 79학번이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 중 고려대 출신 비중은 25%로 30대 그룹 평균(13%)보다 2배 가까이 높다.
2016년 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된 조대식(59)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그는 수펙스협의회 의장과 함께 전략위원장을 맡아 최 회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는 그룹 2인자다.
조 사장은 최 회장과 초등학교(이대부속초) 동문으로 1960년생 동갑내기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마치고 미국 클락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미주총괄 관리담당 임원을 지내다 2007년 SK 재무담당으로 입사해 최 회장의 지근거리를 지키고 있다.
SK브로드밴드를 이끌었던 이형희(57)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장이 됐다. 고려대 경영학 81학번인 이형희 사장의 경우 최 회장의 고교(신일고), 대학 2년 후배로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평가된다.
유정준(57) 에너지화학위원장은 고려대 경영학 81학번이다. 글로벌 통이자 에너지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2015년부터 3년간 글로벌성장위원장을 맡았다. 인도네시아, 중국, 쿠웨이트 등 주요 국영기업과의 사업협력은 물론, 미국의 셰일에너지 선두주자인 콘티넨탈리소시스,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 일본 JX 니폰 오일&에너지와의 글로벌 파트너십 등을 주도했다. SK그룹은 반도체, 에너지, ICT, 미래차,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SK하이닉스 대표에서 물러난 박성욱 부회장이 ICT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그 자리에 있던 박정호(56) SK텔레콤 사장은 글로벌성장위원장직을 겸하게 됐다. 박 부회장과 박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자리를 서로 바꿨다.
박 사장은 그룹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힌다. 해외 출장에 나선 최 회장 옆자리에 박 사장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최 회장이 주변의 반대 속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했던 당시 박 사장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1년부터 4년 동안은 최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들 고려대 출신 4명 외에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박성욱 ICT위원장(울산대), 서진우 인재육성위원장(서울대), 김준 커뮤니케이션위원장(서울대) 등이 이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SK는 최 회장 친정체제 강화와 함께 50대 초중반의 젊은 CEO를 선임하며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이석희(54) 사업총괄사장, SK건설은 안재현(53) 글로벌 비즈대표, SK가스는 윤병석(53) 솔루션앤트레이딩 부문장, SK종합화학은 나경수(55) SK이노베이션 전략기획본부장이 선임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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