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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여행 못 가도 위약금 물리는 '특약사항'...소비자권리 침해 아니라고?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2018년 12월 11일 화요일 +더보기
여행사의 패키지여행 상품 구매 전 ‘특약사항’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질병 혹은 상해 때문에 계약을 취소해도 위약금이 부과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아버지의 칠순을 맞아 남매들끼리 의기투합해 생신 선물로 롯데관광에서 호주 패키지여행 9박 10일 일정 상품을 360여만 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여행 출발 3일 전 아버지가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팔 뼈가 부러져 병원에 급히 입원하게 되는 바람에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쩔 수 없이 롯데관광에 진단서를 제출하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롯데관광 측은 ‘특약’을 내세우며 취소 위약금으로 결제금액의 15%를 부과했다. 박 씨는 아버지에게 특약에 대해 들은 바가 있냐고 물어봤지만 들은 바가 없다고 말해 부랴부랴 계약서를 확인해봤더니 특약사항에 '어떤 경우라도 취소 시에는 위약금이 청구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박 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다치고 기대하던 여행이 무산돼 가뜩이나 속상한데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 계약할 때 특약에 대해 고지도 제대로 안 해줬을 뿐더러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70대인 아버지에게 모바일 계약서와 일정표를 보내놓고 위약금을 부과하는 게 말이 되냐”고 따져 물었다.

성남시 중원구에 사는 이 모(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가 일행 4명과 함께 보물섬투어의 다낭 패키지여행 상품을 49여만 원에 결제했다가 출발 하루 전 급성 뇌졸중으로 입원하게 된 것. 급박했던 상황이라 입원 수속을 마치고 저녁 10시경 여행사에 이 사실을 알렸고 다음 날 ‘특약’에 따라서 전액 환불이 불가하고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더군다나 여행사는 한 술 더 떠 “항공사가 외항사라 영문 진단서를 발급받아서 제출해야하는데 외항사 측에서 환불을 해줄지 모르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반응을 보였다고 이 씨는 주장했다.

이 씨는 “다른 이유도 아니고 아파서 입원하게 돼 환불을 요구한 것인데 여행사의 태도가 정말 너무 불쾌했다. 엄마는 특약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해서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고 항의했다.

◆ 계약서 서명 전 ‘특약’ 존재 여부 확인해야

국내 여행사들은 여행 이용약관을 공정거래위원회 ‘국외여행표준약관’에 따라 규정하고 있는데 계약 해지 시 취소위약금 부분에 대해서도 표준약관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서 적용하고 있다.

국외여행표준약관 제15조(여행출발 전 계약해제) 내용을 보면 ‘질병 등 여행자의 신체에 이상이 발생해 여행에 참가가 불가능한 경우 손해배상액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 여행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제5조(특약)를 보면 ‘여행업자와 여행자는 관계법규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면으로 특약을 맺을 수 있다. 이 경우 표준약관과 다름을 여행업자는 여행자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행사는 해당 ‘특약조항’을 이용해 질병, 상해 등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해도 계약 해지 시에는 무조건 취소위약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내걸고 있는 것.

문제는 소비자 대부분이 특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행사는 ‘특약’ 내용에 대해 사전 고지를 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피해 입은 소비자들은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여행상품은 일반상품과 특약상품으로 나뉘는데 보통 가격 경쟁력 면에서 저렴한 상품들에 특약이 붙는다. 특가 항공권이나 최저가 호텔상품으로 구성돼 취소 시 수수료가 많아지는 등 제약사항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여행사가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특약상품의 경우는 계약할 때 관련 내용을 1차로 구두로 설명하고 2차로 계약서와 일정표에 상세하게 명시해 다시 한 번 안내하고 있다. 질병이나 상해 발생 시 위약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사전 고지를 정확하게 하고 있다. 위약금 금액 자체도 이해가 안될 만큼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보물섬투어 관계자는 “상품에 따라 특약 여부가 다른데 계약 시 사전 고지를 하고 있고 질병 관련 취소 시에는 환불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취소를 안 해줘 제기된 불만 사례는 들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교부를 받았다면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계약서 서명 전 다소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이용약관과 특별약관 내용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 여행사 “위약금 부과는 호텔·항공사 취소 수수료 명목”

일부 소비자들은 아무리 ‘특약’이라 해도 질병·상해로 인한 취소인데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보통 계약 취소 시 발생되는 수수료 대부분이 여행사 몫이 아니다. 예약된 호텔과 항공사 취소에 대한 수수료이다. 여행사는 중개업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병이나 상해가 발생해도 피치 못해 호텔과 항공사 취소수수료가 발생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면제토록 중간에서 최대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심사과 관계자는 “여행사가 일반상품과 특약상품 곧 특가상품을 나눠서 판매하고 있으며 사전에 관련 내용을 고지하고 소비자가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일련의 행위가 이뤄졌을 경우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특별히 문제 삼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행사 상품뿐만 아니라 항공사, 호텔 등에도 특가상품, 환불불가 상품이 존재하는데 그런 상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는 것.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특약 내용이 표준약관을 무력화시키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봐야 한다. 특히 질병, 상해 등이 발생했을 경우 위약금을 부과시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여행사에서 부과하는 위약금이 항공사와 호텔에 돌아가는 몫이라고 말하는 것도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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