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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절반 1년도 못 가...'고아계약' 증가로 소비자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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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절반 1년도 못 가...'고아계약' 증가로 소비자 골탕
'계약유지 수수료' 등 실효성 있는 보완책 필요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8.12.17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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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성남씨의 곽 모(여)씨는 지난 2016년 3건의 보험에 가입하며 "매달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면 정기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는 설계사의 말을 따랐다. 설계사의 관리 부실로 간헐적으로 보험료가 연체됐다는 연락이 오더니 급기야 지난 7월에는 '실효'라는 기막힌 소식을 듣게 됐다. 곽 씨는 "다른 보험사로 이직을 하면서 기존 고객 관리를 등한시해 벌어진 일이었다. 실효된 3건의 계약을 부활시키느라 해당 지점과 고객센터 등으로 얼마나 많은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기막혀 했다.

보험설계사의 잦은 이직으로 인해 이른바 '고아계약'이 양산되면서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계약내용을 챙겨줄 담당 설계사가 없어지면 보험료 미납으로 실효가 발생하거나 약관에 따른 보장내역을 놓치는 등의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아계약이란 보험계약을 모집한 설계사의 이직이나 퇴직 등으로 계약자 관리가 되지 않는 계약을 말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규등록 후 1년 이상 정상적인 보험모집활동을 하는 보험설계사의 비율인 설계사 정착률이 올 상반기말 기준으로 생명보험사는 평균 40.4%, 손해보험사는 평균 49.7% 수준에 그쳤다. 설계사가 1년 이상 가는 경우가 절반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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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의 경우 ABL생명이 59.4%로 설계사 정착률이 가장 높고 푸르덴셜생명도 50%를 넘었다. DB생명과 라이나생명, 한화생명, 삼성생명 등은 40%대, 교보생명, 오렌지라이프 등은 30%대였다.

반면 푸본현대생명(구 현대라이프)는 7.7%, 처브라이프생명은 8.7%로 나타나 10명 중 1명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손보업계는 KB손해보험이 53.5%, 현대해상 52.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착률이 가장 낮은 ACE손해보험은 38.2%였다. 

상대적으로 정착률이 낮은 보험사들은 설계사 조직 정비차원에서 일시적 하락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9월 설계사 노조와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정착률이 올라갈 전망이다.

처브라이프생명 관계자는 "그동안 등록만 해놓고 활동을 하지 않는 설계사를 정리하는 등 조직 변화가 있었다"며 "정착률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착률이 낮은 주된 원인은 기존 보험사에서 높은 인센티브 등을 이유로 타 보험사나 법인대리점으로 이동하는 '철새설계사'가 횡행하기 때문이다.

고아계약은 철새설계사의 발생에 따라 증가하는데 지난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설계사 중 근속연수가 3년 미만인 설계사는 50%를 상회한 데 비해 5년 이상은 35%에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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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계약이 증가하면 가입자의 담당 설계사가 사라지는만큼 소비자가 불이익을 가능성이 크다. 가입자 대부분은 상세한 약관 내용은 설계사를 통해 전달받는데 상해나 질병에 걸리더라도 이를 전달해줄 담당 설계사가 없어 보장내용을 놓치게 된다. 

보험료를 연체해도 제때 통보받지 못하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보험 효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고 있다면 매달 설계사에게 카드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데 이조차도 쉽지 않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의 이직률이 높으면 해당 계약자의 민원 발생 빈도가 증가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보험 장기계약 특성과 설계사 근속기간 GAP발생...계약유지 수수료 등 보안책 필요

보험업계는 이러한 문제가 '보험계약 기간'과 '설계사의 근속 기간'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보험계약 기간은 장기인데 반해 설계사들이 단기간 근속 후 퇴직 또는 잦은 이직으로 관리자가 없어지나 바뀌는 경우 유지관리서비스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정보가 이뤄지지 않아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계약 유지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 유치'에만 집중하는 현 구조적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근속 설계사를 우대하거나 유지율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줘 소비자 중심의 유지관리서비스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감독당국도 계약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고아계약의 관리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설계사 정착률과 보험계약 유지율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계약유지 수수료' 등을 부과해 고아계약 발생 빈도가 낮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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