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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 끝난 IPTV 셋톱박스 소유권은?...보상금 갈등 속출

장비가격 부르는 게 값...깜박하면 돈 물어내야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더보기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한 모(남)씨는 최근 KT 스카이라이프로부터 8년 전 반납하지 않은 셋톱박스에 대한 손실보상금 독촉을 받았다. 당시 약정만료로 계약이 종료된 걸로 인지한 한 씨가 셋톱박스를 반납하지 않고 해외로 이주하면서 까맣게 잊고 지낸 것이 화근이었다. 한 씨는 “약정이 끝난 후 셋톱박스 소유권이 넘어온 줄 알았다. 통신사 측에서도 수거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난감해 했다.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사는 진 모(여)씨는 최근 사용하던 LG유플러스 IPTV 약정이 만료돼 타사 서비스로 변경하면서 기존 셋톱박스를 폐기처분했다. 임대료를 할부금 개념으로 착각해 셋톱박스의 소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 이로 인해 진 씨는 LG유플러스에 손해보상금 명목으로 6만 원 가량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IPTV사업자들의 셋톱박스 반납을 두고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정수기 등 렌탈제품처럼 셋톱박스도 약정만료 후 자동 소유되는 것으로 착각해 반납하지 않는 경우 적지 않은 손실보상금이 청구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IPTV 사업자들은 서비스 가입 시 3년 약정 기준 월 2200원의 셋톱박스 사용료를 별도로 받고 있다. 이는 셋톱박스 기기에 대한 할부금이 아닌 임대료 개념으로 약정이 만료되더라도 셋톱박스를 소유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셋톱박스 회수 시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되거나 유실됐을 경우 가입자에게 손실보상금을 청구한다.

보상금은 통신사가 정해놓은 산정식에 따라 책정된다.

SK브로드밴드와 KT는 ‘{(60개월-해당장비 사용월수) ÷ 60개월} × 장비가격’, LG유플러스는 ‘{(48개월-해당장비 사용월수) ÷ 48개월} × 장비가격’이다. 여기서 사용월수는 통신장비가 이용자에게 개통돼 사용된 기간이고 장비가격은 반납일 기준의 시가를 따른다. 리모콘과 어댑터 등 부속품의 경우 약관에 별도로 보상금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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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에 가려진 셋톱박스 가격...'반납일 기준의 시가'로 부르는 게 값?

문제는 산정식의 기준이 되는 장비가격을 사업자들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가격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측 기준에 따라 임의대로 손실보상금을 매기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반납일 기준의 시가'를 구하기 위해선 셋톱박스의 출고가를 알아야 되는데 이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약관에 작은 글씨로 시가 변동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린다고 명시돼 있긴 하지만 통신사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시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셋톱박스 출고가를 공개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다만 보상금을 산정식에 대입해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할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영업 비밀로 사업자들이 셋톱박스 가격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조사할 권한이 과기부에 없다”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상 문제의 원인을 규모가 작고 독과점 구조로 이뤄진 셋톱박스 시장의 한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셋톱박스 제조사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구조 탓에 출고가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별도로 구매가 불가능해 소비자들은 사업자들이 청구하는 배상금에 대해 항의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셋톱박스 원가 공개 등 개선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출고가도 공개하지 않은 채 보상금을 매기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다”며 “현재의 구조에서는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비처럼 셋톱박스도 원가를 공개해 보상금을 청구하더라도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된다”며 “셋톱박스의 경우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개방을 통한 대체품의 등장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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