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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에 치인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부실 예방기능 확대 방침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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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에 치인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부실 예방기능 확대 방침에 '흔들'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12.17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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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의 부실을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감독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의 소비자보호기능 확대방침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금감원의 위상이 더욱 위협을 받게 됐다.  

예보 위성백 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출입기자단 송년 워크숍에서 "예보가 위기 상황에서 ‘큰 불’을 끄는 역할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화재 예방에도 적극 나서겠다”면서 선제적 위기대응력 제고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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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예금보험공사 위성백 사장.

위 사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정보를 받는데 빨리 오지 않아 티격태격하고 있다"며 "금융업체 차등평가하는 제도를 활용해 직접 건전성 관련 정보를 받아 분석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금융업체 차등평가 제도는 도입한지 3년이 지났지만 상중하 3단계로 구분하고 적당히 해온 게 사실"이라며 "평가지표를 찾아내서 정교하게 만들어 실제 부실위험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보는 선제적 위기대응력 제고를 위해  정보 수집 체계를 정비해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대응능력을 키워나가는 한편, 리스크감시와 정리조직을 연계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키로 했다.

예보는 보험원리를 이용해 고객의 예금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위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주요기능인 예금보험제도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납부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해두었다가 금융기관의 경영이 부실하거나 파산해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면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금융기관 조사 및 검사 기능도 가지고는 있지만 사실상 금융사 부실이 발생했을 때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예금자를 보호하는 등 소방서처럼 불을 끄는 사후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 금융사 건전성 관련 정보를 직접 받고 분석해서 사전에 부실을 예방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검사나 부실위험 감지 등은 금감원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금감원의 금융감독 업무영역에 대한 침범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예보에 대한 정보협조 정도에 따라 예보료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보가 지금부터는 금감원을 제껴두고 직접 정보를 받고 해나가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금융감독을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인 예보가 이같은 업무개편을 한다는 것은 금융위의 허락이 없고서는 진행자체가 안되는 사항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산하 공공기관을 활용한 또 다른 금감원 압박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금감원 금융위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내년 예산 대폭 삭감, 감독분담금 개편, 조직 축소도 모자라 소비자보호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TF까지 만들면서 금감원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내내 삐꺽거리던 양 기관 관계는 최근 금융위가 금감원 경영평가를 2년 연속 'C등급'을 주면서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된 뒤 공식일정을 잇달아 취소했고, 노조는 칼 자루를 쥔 금융위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보 사장이 공개적으로 금감원으로부터 자료가 빨리 오지 않아 티격태격하고 있다고 발언하고 독립적으로 금융회사로부터 정보를 받겠다고 밝히면서 금감원은 심기가 불편해진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료를 불필요하게 넓게 공유하면 문제가 있어서 문제없는 범위 내에서는 자료 공유를 최대한 해줬다"며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예보의 제스츄어 정도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보는 금융회사 부실에 대해 사전대응하는 것은 예보의 기본 업무 중 하나이며 이를 강화하는 것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예보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이 보내준 금융회사 자료를 토대로 해당사의 부실여부 등을 파악해 왔는데 위험한 금융회사를 제때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며 "금융회사의 부실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업무가 예보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이니만큼 금감원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예보의 금융회사 사전예방 기능 강화를 우리와 연결시켜 금감원 압박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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