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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어두운 시골 노인이 주 먹잇감...통신 불완전 판매 소비자 피해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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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어두운 시골 노인이 주 먹잇감...통신 불완전 판매 소비자 피해 극심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1.03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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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력이 약한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새로운 상품에 가입시키는 불완전판매가 성행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텔레마케팅을 통한 추가 부가서비스 강요 보다는 노인들이 사는 집을 직접 방문해 장비까지 모두 바꾸는 기만적인 영업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전용 수신기가 필요한 유료방송의 특성상 영업사원이 장비 노후화를 이유로 교체가 필요하다고 꼬드길 경우 정보력이 약한 노인들 입장에선 깜빡 속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 송월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함께 생활중인 아버지(75세) 명의로 티브로드 유선상품을 이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난 11월 7일 발생했다. 김 씨가 집을 비운 사이 티브로드 영업사원이 김 씨의 아버지에게 추가적인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된다며 꼬드긴 것이다. 김 씨의 아버지는 추가적인 혜택이 있다는 말만 듣고 영업사원의 말에 따랐고 결국 당일 설치까지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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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장비에 대한 손실보상금이 청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추후 불완전판매 사실을 알고 해지를 신청했는데 장비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통신사에서 장비 분실 명목으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와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사업자, 스카이라이프와 같은 위성방송 사업자들은 셋톱박스와 같은 수신장비를 임대형식으로 빌려준다. 이후 계약 만료 시점에 장비에 손상이 갔거나 분실될 경우 자체 산정방식을 통해 손실보상금을 청구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2016년 자신의 집에 찾아온 KT스카이라이프 직원의 권유로 안테나 장비와 함께 상품을 변경했다. 이웃  노인들 모두가 바꾸는 분위기인데다 장비 노후화로 인해 교체가 필요하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넘어간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이 씨의 딸이 바로 해지신청을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1년 치 미납요금과 함께 장비 분실 보상금 명목으로 50만 원이 넘는 요금이 부과 됐다.

이 씨의 딸은 “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서명과 전화번호, 결제계좌, 예금주 모두 모르는 사람의 것이었다”며 “부당 계약이 된 거 같아 바로 해지신청을 했지만 2주안에 온다던 장비회수팀은 1년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결국 말도 안 되는 요금과 함께 채권추심까지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사물인터넷(IoT)와 같은 최신 상품을 설치해준다며 속이는 경우도 있다. 영업사원이 '공짜'라며 사실과 다른 조건으로 권유하거나 다른 상품과 끼워 파는 방식 등이다. 물론 이렇게 설치된 IoT의 경우에도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별도의 손실 보상금을 부과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민 모(남)씨는 최근 불쾌한 일을 겪었다. 바로 자신의 노부모 집에 한 통신사 설치기사가 사물인터넷(IoT) 상품을 임의대로 설치한 것이다. 민 씨는 “사용법조차 모르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치한 것은 부당하다”며 “부가상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노인들을 상대로 마치 이용요금이 없는 것처럼 허위 안내하는 식의 이런 영업행태가 이뤄진 것은 명백한 기만행위”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IPTV용 셋톱박스와 와이파이 공유기는 월 1만 원 이내 임대 방식으로 제공해 반환금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IoT상품은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며 “이통사들이 IPTV나 인터넷전화 등 다른 통신서비스처럼 IoT서비스도 기기를 임대하는 방안을 도입해 불완전판매 비율을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로 인한 구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입 후 14일 이내에는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고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불법적 요소가 발견될 경우 처벌도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계약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4일을 넘기기 일쑤고, 절차가 복잡해 노인들이 선뜻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 손실보상금 같은 경우 장비를 잘 보관하고 있다면 고객센터에 연락해 회수한 뒤 환급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신청해야 되는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적인 영업 행태를 보이면 계약조항 삭제 공시와 과징금 등으로 제제할 수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다고 해서 모두 조사할 수있는 것도 아니어서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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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신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민생팀 김주호 팀장은 “보험 등 금융권에서는 불완전판매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면서 상품 설명 의무화 등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지만 통신상품 판매점들은 제대로된 감독없이 방치돼 소비자 피해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국장은 “권리적으로 보면 소비자가, 특히 노인의 경우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야 된다”며 “보험처럼 통신에서도 불완전판매 개념을 명확히 규정해 계약철회 또는 변경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인 동의만으로 철회나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설명 의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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