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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첨병③] 집단소송 초석 세우는 한국소비자연맹 공익소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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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첨병③] 집단소송 초석 세우는 한국소비자연맹 공익소송센터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8.12.2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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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소비자보호에 대한 정부 당국과 정치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같은 관심이 논의수준에서 머물고 있을 뿐 구체적인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자리에서 묵묵히 소비자보호를 위해 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또 무엇을 이뤄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소비자보호 첨병' 시리즈를 싣는다. [편집자 주]

한국소비자연맹은 1970년 1월에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 전문 소비자단체다. 1960년대 산업화로 대량생산이 이뤄지면서 먹거리 품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으며, 개인과 개인간의 거래가 기업과 소비자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소비자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 상담과 상품테스트, 소비자 조사, 교육 등 다방면에서 소비자 운동의 기반을 조성했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제정하고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2015년 3월 설립된 소비자공익소송센터도 그 일환이다. 2008년 소비자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소비자단체소송의 기틀이 마련됐지만 실제 소송이 이뤄진 것은 2015년 이전에는 단 1건에 불과했다.

2008년 하나로텔레콤이 텔레마케팅 업체에 고객의 개인정보를 넘긴 사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단체소송을 건 사건이었다. 당시 소송허가는 받았으나 SK텔레콤으로 합병된 하나로텔레콤이 잘못을 시인하면서 소송이 취하된 바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단체소송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소비자공익소송센터를 개소했다.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사업자의 부당행위에 대해 소비자법학자들과 변호사로 구성된 소비자단체 소송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행정기관의 힘이 강하다보니 단체소송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여기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봤다.

행정기관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알지만 기업의 입장 때문에 제재가 어려운 피해, 그리고 오히려 담당기관이 많아서 생기는 규제의 틈새를 감시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공익소송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피해가 복잡화ㆍ고도화ㆍ전문화되면서 행정규제에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사법적인 수단을 통한 소비자운동의 전개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티머니 환불·불합리한 누진제 등 6건 단체소송 진행

현재 소비자공익소송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단체 소송은 통신3사 청약철회권 방어 문제, 한국스마트카드 환불 문제,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 진에어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총 6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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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통신사 해지방어와 티머니 환불 문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출처 :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공익소송센터가 제일 먼저 주목한 것은 통신사의 ‘철회 방어’ 문제와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 환불 문제였다. 개소 후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2015년 12월17일 SK텔레콤을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해지권, 청약철회 약관에 대한 소비자 단체 소송을 제기했다.

통신사의 이용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전화나 팩스, 우편 등을 이용해 고객센터에 신청을 한 뒤 요금을 내야 한다. 이후 14일 이내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만 해지가 가능하다. 만약 서류가 도착하지 않을 경우 일시 정지된 서비스가 다시 복구되는 식이다.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요금 납부와 해지권 행사는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하는 만큼 이는 소비자의 법정해지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처사라고 판단하고 SK텔레콤을 비롯해 KT와 LG유플러스에도 같은 내용으로 단체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SK텔레콤과 KT에 대한 소송은 2심 패소 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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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마트카드 환불 문제 역시 소비자 피해가 명확했다. 선불교통카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스마트카드는 회원이라면 누구나 잔액,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기명식임에도 불구하고 분실 시 누구나 주워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환급 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소비자의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1심에서는 “환불 시스템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한국스마트카드의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환불 비용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환불 시스템 구축 비용을 원고가 입증해야 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한국스마트카드 환불에 대한 단체 소송 역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6년 10월에는 한국전력공사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전기사업법상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산정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 사용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가정용 전기 요금에만 최고 11.5배의 누진요금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6단계였던 누진제는 2016년 3단계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주택용 요금제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존재하는 만큼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진에어가 연료탱크의 안전결함을 이유로 지연 및 결항한 사건에 대해 집단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항공서비스는 지연·결항이 발생해도 ‘소비자 안전’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아무런 피해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됐다.

사업자의 과실이 있더라도 소비자가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없고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이다.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피해소비자 69명을 모아 서울지방법원에 1인당 200만 원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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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소비자단체 소송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공익소송센터를 개소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가장 오른쪽)과 서희석 소비자공익소송센터 센터장(가장 왼쪽).

◆ 단체소송도 어려운데 개인이 떠안는 ‘집단소송제‘ 갈길 멀어

소비자공익소송센터가 진행 중인 소송 가운데 현재까지 결론이 나거나 승소한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하지만 2016년 누진제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실제로 누진제도가 완화되는 등 정책과 연결되기도 했으며 항공사 및 통신사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 등 서비스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서희석 소비자공익소송센터 센터장은 “지금까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소송이 많지 않아 법원이 소비자문제와 소비자법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원고가 직접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며 “법원의 판결에 아쉬움이 있지만 소송 제기로 인해 기소비자문제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변화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내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법원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주택용 누진제도 및 진에어 소송 방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법에서의 청약철회권,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보험 약관 등도 관심 있게 들여다 볼 예정이다.

다음은 소비자공익소송센터 서희석 센터장(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일문일답.

Q.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공익소송센터의 역사와 설립 당시 배경은?

A. 2015년 1월 소비자연맹이 주도하고 소비자문제에 관심있는 유지들(학계, 법조계, 운동)이 뜻을 같이 하여 출발했다. 애초의 취지는 소비자기본법에 도입된 소비자단체소송의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였다.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를 그만두도록 소송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약 1년 정도의 연구와 실사례 검토를 거쳐 1·2호 소송(SKT 통신계약사건+스마트카드사건)을 제기했다. 2017년에는 단체소송 외에 집단적 소비자피해를 대상으로 한 진에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Q.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소비자공익소송센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A. 한국소비자연맹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소비자단체로 한국 소비자운동의 산 역사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소비자 상담, 피해구제, 입법활동 등 다양한 소비자운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소비자피해가 복잡화ㆍ고도화ㆍ전문화되면서 위법행위의 판단이 어려운 영역의 증가했으며 부처간 규제의 사각지대나 중복영역이 존재하는 등 행정규제에 한계도 있었다.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사법적인 수단을 통한 소비자운동의 전개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Q. 국내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소비자피해를 발생시키는 사업자에는 ‘사기적’ 사업자, 사기는 아니나 안전·품질 등에 대해 위법행위를 하는 사업자, 이밖에 사회상규나 보편적 관념에 반하는 사업자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하지만 입법과 법집행이 미비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구제하기 어려운 영역도 존재한다.

Q. 소비자 소송은 어떤 과정을 거쳤고 결과는 어땠는지, 또한 어떤 변화를 낳았는지?

A. 소송이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평가는 이르나 시장에 주는 영향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에서 위법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면서 행정규제를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인식의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변화의 바람도 일고 있다. 통신사 전화·팩스 등을 통한 계약해지 방법의 단순화에 기여했으며 항공기 정시출발의 움직임도 보인다.

Q. 현재 소비자공익소송센터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소송 및 소비자 운동은 무엇인가?

A. 4가지 소송 모두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다. 각각 그 분야의 대표적인 소송으로 이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소비자권익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이미 대법원에 계류중인 통신계약사건 및 티머니카드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 사실심 단계인 전기누진제사건과 진에어사건에 상대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횡행하고 있는 철회권 배제의 관행(상품의 포장 개봉시 철회권 배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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