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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㊳] '환불 지연 배상금' 조항 있으나 마나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더보기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사례1. 서울시 성동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2016년 약 180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가입했다. 이후 2년여 간 5번 중 2번의 만남을 진행한 후 탈회 요청을 했다. 듀오에서는 약 7주 후 환불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김 씨는 “내부 프로세스 때문이라며 환불에 7주나 걸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 사례2. 부산시 해운대구에 사는 지 모(남)씨는 지난 10월 초 11번가에서 해외배송으로 운동화를 구매했다. 세관 절차에 문제가 생겨 배송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환불을 요청했다는 지 씨. 11번가에서는 판매자와 연락 후 답변을 준다는 답만 반복할 뿐이었다고. 지 씨는 “환불을 요청한 지 열흘 정도가 지났는데 진전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약을 맺었다가 철회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소비자는 빠른 시일 안에 남은 금액을 돌려받기를 바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고발센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환불관련 민원 중에서도 환불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업체에서는 결제 취소에 따른 처리 등으로 환불이 늦어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카드로 결제했다가 취소할 경우 카드사에 매입 취소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온라인 거래의 경우에는 중개업체가 있다 보니 판매자와의 확인 과정이 더해지며 환불 진해이 더 늦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규정상으로는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한 후 '3영업일 내' 환불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연배상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결혼정보나 헬스장, 학습지 등은 계속거래에 해당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의 적용을 받는다. 방문판매법상 소비자는 계약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34조(금지행위 등)> 
   4. 소비자가 계속거래등의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따른 조치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
 
제43조(위반행위의 조사 등) 
   ① 공정거래위원회,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하 '행정청')은 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다단계판매 및 후원방문판매와 관련된
      규정의 위반 사실에 대하여는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시·도지사가 조사를 할 수 있다. 
  ⑦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사실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행정청에 신고할 수 있다. 
  

방문판매법에서는 소비자가 계약 해지를 요청했는데도 이에 따른 조치를 지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3영업일 내 환급이 지연될 경우 지연배상금을 함께 환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연배상금 이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로 규정하는데 연 100분의 15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돌려받는다고 하면 3영업일이 지난 시점부터 받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가산금을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청약철회등의 효과)> 
  ② 통신판매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이미 지급받은 재화 등의
    대금을 환급하여야 한다. 이 경우 통신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재화등의 대금 환급을 지연한 때에는
    그 지연기간에 대하여 연 100분의 40 이내의 범위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을 곱하여 산정한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제26조(위반행위의 조사 등) 
  ④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사실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할 수 있다. 
  

환불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온라인 거래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규정이 적용된다.

온라인몰에서 거래가 이뤄진 경우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적용받는다. 규정상 소비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재화 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이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업자는 3영업일 이내에 이미 지급받은 재화 등의 대금을 환급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하고 있다.

법으로 규정돼 있어 당연히 준수해야 하지만 사실 이를 어긴다 하더라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규정 속 허점>
 
소비자가 해지 의사를 밝히면 3영업일 이내에 환급이 이뤄져야 하고 지연될 경우 가산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위반 행위에 대해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해도 담당자가 없거나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해 소비자가 도움을 받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제품 하자를 의심하더라도 시공업체에서 ‘소비자 과실’을 운운하며 수리를 거부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는 것이다. 무상보증기간이 1년이라는 점을 이용해 시간을 끌기도 한다.

사업자와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같은 법에 '위반행위의 조사 등'에서 규정한 것처럼 공정거래위원회나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에 신고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신고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즉시 환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윤현준 법무사는 “실제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이런 내용을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하려고 해도 담당자가 없어 수 차례 전화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무원이 검토해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위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데 행정기관에서도 모른다고 하니 소비자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의 법이 마련돼 있지만 소비자가 법을 알기 어려울뿐더러 행정기관의 안일한 업무 처리에 피해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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