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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인증마크④] KC마크, 시험·사후관리 구멍 숭숭...불안은 소비자 몫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2019년 01월 05일 토요일 +더보기
정부가 품질관리와 소비자보호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각종 인증마크에서 여러 허점이 드러나면서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통해 '환경마크'의 허술함이 드러났고 '유기농마크'는 살충제 달걀을 걸러내지 못했다. 부품값 거품을 빼기 위해 도입된 '자동차 대체부품 인증제도' 역시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못 믿을 인증마크> 기획을 통해 각종 인증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소비자 입장에서 KC마크는 공산품을 믿고 살 수 있는 보증서다. 특히 중소업체가 제조한 공산품을 구입할 때는 KC마크 유무로 제품의 안전성 등을 판단하게 된다.

KC(Korea Certification) 마크는 국가통합인증마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방송통신위원회, 소방청 등 정부 부처가 국제신뢰도 증진을 위해 부여하는 안전, 보건, 환경, 품질 등의 법정강제인증이다.

자동차, 가전제품, 유모차, 승강기, 조명기기, 전화기 등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730여개 품목에 대해 인증이 이뤄진다.

하지만 KC인증이 버젓이 붙어 있는 제품에서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라돈사태, 어린이용품 위해물질 검출 등 KC인증의 허점을 드러나는 일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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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돈 침대도 KC인증 제품...'기본적 안전 상태'만 살피는 현 제도의 한계

김포시에 거주하는 정 모(남)씨는 한 달 전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4구 멀티탭의 안전 차단 버튼을 만지던 중 본체 밑 부분이 분리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감전 걱정에  깜짝 놀란 정 씨는 “특별히 힘을 준 것도 아니고 멀티탭을 살펴만 봤는데 콘센트가 꽂혀 있던 상황에서 본체가 분리돼 어이가 없었다”며 “엉성하게 만들어진 제품에 KC인증마트가 붙어 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인증의 구멍은 개인의 생활에서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도 번져가고 있다. 

2018년 소비자들을 가장 불안에 떨게 만든 대진침대 라돈 매트리스 사태에서도 KC인증의 허점은 드러났다.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포함해 모든 가구는 출시 전 안전기준을 지켰는지 검증하는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라돈사태를 일으킨 매트리스에도 KC마크는 붙어 있었다. 문제는 KC인증 검사에 라돈 방출량은 포함이 되지 않는 것.

업계 관계자는 “KC인증은 제품의 기본적인 안전 상태를 보는 것이라 점검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매트리스 라돈 문제는 10년 전 이미 제기 됐으나 KC인증은 아무런 보완책을 세우지 않았다.  2007년 ‘건강 침대’로 불리는 제품에서 방사능이 유출돼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매일 6시간 이상 사용하면 연간 방사능 피폭선량이 일반인 허용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보다 최대 9% 이상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라돈과 방사성 물질 방출은 이번 사태가  일어나도록 여전히 KC인증에서 비켜나 있었다. 

올 초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판매되는 KC표시 고무풍선 1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모든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류’와 ‘니트로사민류생성가능물질’이 검출됐다. 어린이가 입에 넣거나 넣을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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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인증 획득 후 꼼수 부려도 알 방법 없어...인증 대상 줄이는 등 오히려 후퇴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발열문제가 민감하지만 무선충전기 등 일부 제품은 KC인증 시 발열에 대한 테스트조차  진행되지 않는다. USB를 이용한 충전은 60V 이하에서 사용돼 전기용품안전인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선충전기나 충전용 모기채 등이 발열로 폭발하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어  KC인증 검사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노원구의 고 모(남)씨는 지난 여름 충전 중이던 충전식 모기채가 폭발해 사무실 일부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고 씨는 “업체는 폭발이 소비자 과실이라며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KC마크가 있는 제품인데도 안전사고가 발생해 황당함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관계자는 “사고 위험이 높은 품목만 국가에서 안전인증확인품목으로 지정해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KC마크는 인증 과정뿐 아니라 사후 관리에서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 의원(자유한국당)은 국가기술표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제품 안전성 조사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총 103개 어린이제품 중 87개에서 KC인증 시 없었던 유해물질(미충족사항)이 다량 적발됐다고 밝혔다.

제조사가 공인인증기관에서 KC인증 이후 생산단가를 낮추려고 제품을 변형·변질해 유통하더라도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자 기본중의 기본이다”면서 “산업부는 지속적인 제품 안전성 담보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중국 등의 유해물질 생산 기업을 주요관리 대상으로 삼는 사후관리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 전문가는 “특허 받은 음이온 제품은 18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생활방사선 물질 안전 관리에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며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하는  KC마크인 만큼 인증 과정에서 허술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7월 1일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의류, 가죽제품, 침대 매트리스, 금속 장신구 등 생활용품에 대해 안전성 검증을 위한 제품시험, KC마크 표시 의무를 없앴다. 전안법상 안전관리 대상 250개 품목은 KC마크가 있어야 구매대행이 가능했지만 이제 전기청소기와 디지털TV 등 215개 품목은 KC마크 없이도 가능하게 됐다.

소상공인에게 비용 부담을 주는 등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수용한 것인데 결국 안전에 대한 불안은 소비자의 몫이 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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