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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비자과제-전자] 부품의무보유·소음불만·2차피해 보상 등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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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비자과제-전자] 부품의무보유·소음불만·2차피해 보상 등 해법 찾아야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9.01.04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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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상황을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 이슈를 심층분석해온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새해를 맞아 각 분야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한 소비자정채과제를 5가지씩 선정했다. 개선이 필요한 문제와 해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을 업종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자제품은 기술발달로 제품교체주기가 짧아지고 새로운 기능을 갖춘 신가전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민원이 다양해지고 빈도 역시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와 규정이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소비자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❶박스개봉 상품 반품 불가 ❷유명무실한 부품보유기간 ❸ 기준 없는 가전제품 소음분쟁  ❹일방적인 렌탈서비스 규정 ❺제품 고장에 따른 2차 피해 문제 등이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❶ 박스 개봉 상품 교환·환불 불가는 청약철회 권리 침해

전자제품 구입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토로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박스만 개봉해도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변심일지라도 구입 후 7일 이내라면 청약철회가 가능한 것이 보통이지만,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전자상거래법상 규정을 지키고 있다며 박스를 뜯은 뒤에는 교환·환불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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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박스 개봉이나 전원을 꽂은 이력이 있는 가전제품의 경우 반품 및 환불을 거부당하기 일쑤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르면 ‘소비자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소비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 박스나 포장을 뜯었거나 전원 코드를 꽂았다는 이유로 재화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포장에 ‘포장을 뜯는 경우에는 반품할 수 없다’는 문구를 적어 놓기까지 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이와 관련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나 전문가들은 포장 개봉 시 교환·환불 불가 규정은 전자상거래 청약철회 방해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이병준 한국외대 교수는 “기업이 말하는 제품의 현저한 가치 감소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용 내지 일부소비가 있어야 한다”며 “단지 포장을 훼손한 것으로 청약철회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좌혜선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소형가전과 설치가 필요한 대형가전 등으로 구분해 제품 가치 훼손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최근 전자상거래의 특성으로 제품 확인을 위해 박스개봉이 불가피함에도 단순 개봉만으로 절대 불가를 명시하고 청약철회를 제한하는 사업자 행위가 부당하다며 소비자 단체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❷ 유명무실한 부품보유기간제도 보완 시급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 품목별로 부품보유기간이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허다하다. 기업들은 감가상각율을 적용해 제품값을 일부 보상해주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부품재고를 쌓아 놓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감가상각을 통한 보상이 충분치 않을 뿐 아니라, 부품만 교체하면 멀쩡히 쓸 수 있는 제품을 버리고 새 제품을 사야 하는 데 따른 비용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부품보유 규정이 단순히 권고사항이다 보니 업체 측이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소비자들은 통상 10년은 사용할 것이란 생각에 많게는 수백만 원을 들여 가전제품을 구입한다. 무상보증기간이 끝나고 불과 몇 년 만에 ‘부품이 없어 수리가 힘드니 사용기간에 따른 감가 후 보상해주겠다’는 안내를 선뜻 납득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동급 사양의 제품을 새로 구입해야 하는 비용은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 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감가상각 계산법>
   -  '(사용연수/내용연수) X 구입가'를 우선 계산한 후 

   - 구입가에서 감가상각비를 제하고 다시 10%를 더해 환급액을 산정 


가령 300만 원에 구입한 TV를 5년 간 사용했는데 부품이 없어 수리가 힘든 경우라면 감가상각은 ‘(60/108)*300만 원’의 수식으로 167만 원이 나온다. 구입가에서 감가상각을 제외한 133만 원에 10%를 가산하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최종 보상액은 최대 147만 원이 된다.

제조사가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핵심부품을 정해 부품보유기간을 연장하는 등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해결책은 사실상 마땅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가상각율을 완화해 소비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줄여주든지, 부품보유기간에 강제성을 두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❸ 소비자 예민함만 탓하는 '소음문제' 객관적 기준 필요

세탁기와 냉장고 등 대표적인 생활가전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소비자들이 제조사와 분쟁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이와 관련해선 마땅한 규정이나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저소음’ 등의 광고를 보고 수백만 원을 들여 구입한 가전의 소음 정도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정도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소음 특성상 듣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다며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음은 주관적 요소가 너무 강해 소비자의 민원을 무조건 받아들여 환불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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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소음을 정의하는 기준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환경부가 정한 ‘소음진동관리법’에는 진공청소기와 세탁기에 대한 저소음 기준만 나와 있다. 일부 제품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이 역시 법적 강제력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음 관련 분쟁해결을 위한다기 보다는 저소음 제품 인증을 위한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며 “법적 강제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도 소음 측정방법 및 측정기기를 국가규격(KS)으로 정하고 있지만 규제는 하고 있지 않다. 세탁기의 경우 소음 기준은 68데시벨 이하다.

소비자단체 한 전문가는 “제조사에게만 이상 유무를 진단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신뢰성 있는 제3의 기관을 선정해서 소음분쟁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렌탈서비스 현장에서 규정 안 지켜져...시장 커지며 소비자 피해 증가 예상

필터 교체 등 렌탈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소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일부 요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분쟁해결기준은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청구된 요금은 환급, 사업자가 서비스를 지연한 경우 그 기간만큼 요금 감액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비스 지연 2회부터는 소비자가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 요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필터교체, 점검 등 렌탈서비스가 반복적으로 지연돼 분쟁해결기준이 명시하고 있는 계약해지를 요청해도 위약금 안내를 듣는 실정이다.

정수기 등 렌탈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코디로부터 정기적으로 관리 받은 정수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며 환불을 요구해도 업체 측은 수리만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이물질 혼입 및 수질이상’의 경우 ‘제품교환 또는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를 권고하고 있다.

계약기간 만료 전에 소비자가 직접 전화 등을 통해 업체에 해지 의사를 알리지 않으면 자동으로 서비스 계약이 연장되는 일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업체들은 계약기간이 지나기 전 소비자에게 경우에 따라 전화나 문자메시지, DM 등을 통해서 기간이 만료되기 전 멤버십 재계약 의사가 있는지 수차례 문의한다는 입장이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렌탈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규정 준수를 위한 대책마련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3조 원 규모였던 렌탈 시장은 지난해 25조 원을 넘었고, 2020년에는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가정용품 렌탈 규모는 5조5000억 원으로 전체의 20%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렌탈 업체의 계약서에는 약정기간, 요금 등 기본적인 내용만 적혀 있고 민원해결 규정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준수합니다’라고만 적혀 있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거나 해지권리 등 중요한 정보는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권고적 효력만을 갖는 임의적 기준으로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렌탈 관련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하나뿐인데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시장이 커지는 현실을 반영해 2019년도 발표되는 분쟁기준부터는 장·단기렌트로 유형이 구분된다.

❺ 냉장고 고장으로 음식물 폐기, 세탁기 빨래 훼손 등 2차 피해 보상 어려워

냉장고 고장으로 음식물이 상하는 2차 피해에도 소비자는 업체로부터 보상받기 힘들다. 가전 업체들이 규정이 없어 음식물 손상 등 2차 피해에 대해선 소비자들에게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탓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동일 하자에 대해 2회까지 수리했으나 고장이 재발한 경우 또는 여러 부위 하자에 대해 4회까지 수리했으나 고장이 재발한 경우 교환‧환불을 권고한다. 고장에 대한 사항만 적시돼 있을 뿐 보관 중이던 음식물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소비자는 냉장고 자체의 고장도 불만인데 수리비를 내고 음식물이 상하는 2차 피해도 직접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소비자단체 전문가는 “피해 입증 문제와 음식물 가액이 문제지만 피해보상과 관련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상황이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 작업에서 논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옷 세탁과 관련해서도 세탁소에서의 세탁 사고에 대해선 배상비율표 등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가정용 세탁기에서 세탁 후 발생한 옷 손상에 대해선 마땅히 정해진 보상기준이 없어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이 잦다.

소비자들은 세탁기 성능 및 불량을 원인으로 꼽지만 업체는 세탁 전 의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이용자 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여름철 대표 가전인 에어컨을 설치함에 있어서도 소비자들은 사전 안내와 달리 현장에서 설치비용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것에 불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에어컨 및 설치 불만신고만 매년 6000건에 달하는데 이중 설치비 불만이 25%이상으로 많다.

‘최저가’라고 광고하는 온라인의 경우 설치비가 더해지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비싸지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가 에어컨 설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알고 원래 없어야 할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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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설치비용과 관련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제조사들이 지닌 자체 기준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설치비가 과도한 것 같다고 불만을 제기해도 설치기사가 판단하는 현장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며 소극적인 대응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에어컨 설치 관련한 공인자격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감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소비자가 설치 전 업체의 정확한 가격표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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