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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비자과제-자동차] 급발진·리콜·집단소송 등 굵직한 현안 '산적'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9년 01월 02일 수요일 +더보기

소비자보호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상황을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 이슈를 심층분석해온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새해를 맞아 각 분야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한 소비자정책과제를 5가지씩 선정했다. 개선이 필요한 문제와 해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을 업종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자동차는 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재화이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기업의 안일한 대처와 늑장 대응이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사태가 커지고 급격한 피해자의 양산으로 여론이 뜨거워진 다음에야 문제 해결의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의 규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해당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거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에도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에 있어 개선이 시급한 사안들은 산재해 있다.

이 가운데 급발진 ❷리콜 ❸고장 수리 지연 ❹신차 하자 보상 ❺집단소송제 도입 등이 주요 이슈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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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자동차 전자장비화로 급발진 위험 가중...소비자 보호 등 관련 규정 ‘부실’

지난해에도 급발진이 의심되는 차량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황상 급발진이 확실하지만 제조사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들이다. 완성차 업계의 차량 전장화로 급발진 위험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 등 관련 규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판정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국내에서는 급발진 판정을 제조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를 따라야 하는 구조다. 소비자가 급발진 피해를 제기해도 제조사로부터 ‘운전자 과실’ 판정을 받는다면 보상받을 길이 요원하다.

정부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지난 2015년 12월 사고기록장치(EDR)의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EDR(Event Data Recorder)은 자동차 에어백과 연결된 전자제어장치인 ACU(Airbag Control Unit)에 들어 있는 저장 장치이다.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에이백이 터지면서 충돌 당시의 상황을 저장한다. 정부는 사고기록장치 데이터 공개가 급발진의 원인을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EDR 설치 의무가 없을뿐더러, 공개 항목도 정해놓지 않아 책임소재 규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EDR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장착하지 않으면 EDR 공개 의무 법안을 적용조차 할 수 없는 셈이다.

더욱이 공개하는 운행 정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책임소재 규명에 이용하기 어렵다. 국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주행속도와 제동페달, 가속페달의 작동 여부를 저장하라'고만 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EDR 설치를 의무화하고 공개하는 데이터의 구체적인 항목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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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콜 해마다 느는데, 규정은 제자리...“소비자 보호 역할 못해”

현행 자동차 리콜 규정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소비자 목소리도 뜨겁다. 자비를 들여 수리한 차량이 사후 리콜 판정을 받더라도 수리 후 1년이 지났다면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 31조 2의 2항은 수리비 보상 대상을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 제작자 등이 결함 사실을 공개하기 전 1년 이내에 그 결함을 시정한 자동차 소유자’로 명시하고 있다. 즉 리콜 발표 전 1년 이내에 수리를 한 소비자만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 사후 수리비 보상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주요 리콜 대상 차종들을 살펴보면 생산년도가 리콜 발표 시점으로부터 5년 이 넘는 차종까지 그 범위가 폭넓게 분포돼 있다. 리콜발표가 지연되면 소비자는 리콜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직접 돈을 들여 차량을 수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가 있어도 참고 기다렸던 소비자들만 리콜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규정이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대한 리콜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결국 온전한 소비자 보상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리콜과 관련해 ‘1년 이내 보상조항’과 상관없이 실제 현장에서는 수리비 보상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직접 수리를 하고 1년이 지난 뒤에는 수리비 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정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리콜 보상에 기한을 둔다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을 하고 개정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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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수급·고장 수리 지연, 오진단 등 서비스센터 불만 개선할 묘책은? 

완성차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의 불만에 귀를 닫은 듯 일방적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차량 결함에 대한 늑장 대응을 시작으로 결함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불만이 빗발쳐도 결함 자체를 부인하거나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본거지를 해외에 두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는 소비자가 서비스센터에 무상수리 등 문제 해결을 요청해도 “본사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으며 버티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리콜이나 무상수리 등 공식 대응도 무기한으로 늦춰지기 마련이다.

참다못한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거나 항의 집회를 펼치는 경우도 상당수다. 지난해 여름 BMW코리아는 잇따르는 화재 사고에 대한 부실한 대처로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난해 7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재와 관련해 자발적 리콜을 발표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BMW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브랜드 역시 지속적으로 논란을 일으켜왔다. 아우디폭스바겐은 2015년 배출가스 조작사건의 주인공이 됐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포르쉐 등은 지난해 배출가스 인증서류를 위·변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아우디폭스바겐과 포르쉐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고급 수입차의 경우 부품 수급이 지연돼 수리가 늦어지거나 잘못된 점검과 정비로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 목소리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처럼 급증하는 수입차 판매량에 비해 정비센터 확충을 소홀히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업계가 판매망 확충에만 열을 올릴 뿐 서비스센터 인력과 부품물류센터 구축 등 사후 품질 개선에 대한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함을 인정하고 공식 조치를 서두른 BMW의 앞선 사례는 그나마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브랜드는 제조상 결함의 정황이 명백함에도 되레 소비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규모 엔진 녹 발생과 기어 빠짐 증상을 보이며 결함 논란에 휘말린 만트럭의 일부 차량의 리콜이 결정됐지만 차주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차량 제작사에 결함 소명책임을 부과해 법적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차량의 결함을 입증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만여 개의 부품과 전자장치들로 이뤄진 자동차의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때문에 모든 차량 정보를 가지고 있는 업체가 결함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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❹ ‘신차 보상 규정’ 애매하고 기준도 까다로워

새로 구매한 새 차에서 흠집이나 부식 흔적 등이 발견됐다는 소비자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영업사원이 이런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8조의2에 따르면 제작사나 판매자는 자동차를 판매할 때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을 구매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공장 출고 후 인도 전까지 어떤 수리 과정을 거쳤는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도 차량 인도 시 이미 하자가 있는 경우(탁송과정 중 발생한 차량하자 포함) 보상 또는 무상수리, 차량교환, 구입가 환급을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단 판금, 도장 등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하자인 경우에는 차량 인수 후 7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이 같은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다. 수리 이력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안내하지 않고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보상을 받는 사례도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새 차 하자와 관련된 민원을 줄이기 위해 불명확한 ‘새 차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새 차에 대한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 인도 시점’을 새 차의 기준으로 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공장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생산 후 점검이 끝난 상태로 출고가 되기에 운반이나 보관 중에 생기는 문제는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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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디젤게이트·BMW화재 등으로 확인된 집단소송제 필요성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국내 자동차 시장은 BMW 화재 사고로 더욱 뜨거웠다. 잇따르는 화재에 BMW코리아는 물론 부실한 정부의 대처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제작사의 책임 강화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 리콜 대응체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혁신방안의 근간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가 있다.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을 인지한 후에도 조치를 하지 않아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생명·신체, 재산에 대해 손해액의 5배 이상의 배상책임을 묻기로 했다. 여기에 안정적인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집단소송의 판결 효력이 원고를 포함한 피해자 전원에게 미치는 일괄구제 방식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 1명이 승소해도 모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이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소송에 나서기 전에 충분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낸다.

앞서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 사태의 주인공인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판매 중단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1인당 최대 1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집단소송을 피했다. 과거 과도한 폭발 압력으로 에어백 내부 금속파편이 튀어나오는 결함이 발견된 다카타 에어백을 사용한 자동차 업체들은 집단소송에 휘말려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줬다. 혼다는 7283억 원, BMW 3372억 원, 닛산 1109억 원 등이다.

우리나라도 집단소송은 가능하지만 일괄구제는 증권 분야에서만 한정돼 있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다보니 소비자들이 단체 움직임에 나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에 소비자 단체들은 불특정 다수 피해자들의 이익 구제와 향후 위법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다수의 피해 구제를 위해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불법행위, 계약상 의무 불이행 등으로 신체, 재산, 정신적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그 피해를 적절하게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판례의 효력과 판사의 재량이 절대적인 미국과 달리 법률이 정한 것 이상의 배상 판결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를 보장받기 힘든 법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법률상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를 명문화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배상 기준이 너무 낮으면 피해 구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반대의 경우에는 과도한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그만큼 소비자의 피해구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확보하고 보다 세밀한 규정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다.

법무법인 제하의 강상구 변호사는 “적절한 수준의 징벌적배상과 집단소송제의 도입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로 나눠진 관리·감독 주체를 일원화하거나 전담 부처를 신설해 보다 세밀한 정책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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