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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비자과제-생활용품] 일상 속 반복되는 피해...권고 규정만으로 대처 한계

한태임 기자 tae@csnews.co.kr 2019년 01월 05일 토요일 +더보기

소비자보호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상황을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 이슈를 심층 분석해온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새해를 맞아 각 분야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한 소비자정책과제를 5가지씩 선정했다. 개선이 필요한 문제와 해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을 업종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생활용품은 소비자들의 일상에 가장 맞닿아 있는 제품군이다. 그러나 적절한 기준이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실제 사이즈 표기와는 전혀 다른 옷을 사게 되거나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을 받는 등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반복되는 피해와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업체의 자발적 노력과 함께 체계적인 분쟁해결기준이나 법적 제도, 전문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용품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5대 이슈로  ❶의류 오차범위 ❷의류 ·운동화 하자심의 ❸ 화장품 유통기한 ❹화장품 부작용 입증 피해 ❺완구류의 유명무실한 품질보증기간 문제를 짚어봤다.

❶ 의류 '오차범위'가 면죄부? 4cm 차이 나는데 같은 제품...기준 마련해야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의류 오차범위에 대한 분쟁도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의류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실제 표기된 치수와는 너무 다른 옷을 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판매자들은 "제품의 사이즈는 오차범위가 있을 수 있으며 이 점은 불량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판매자들은 '오차범위'를 사전에 고지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으로 책임을 피해가지만 문제는 오차범위가 판매자의 재량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되고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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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자는 저마다의 '오차범위'를 제시한다. 최소 1cm부터 최대 5cm까지 특별한 기준없이 사용되고 있다.

사이즈 오차가 클 경우 착용이 아예 곤란할 뿐만 아니라 최대 5cm까지 차이가 나는데도 이를 과연 같은 옷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이즈 차이가 큰데 오차범위라고 적어놓기만 하면 뭐든 면죄부가 되는 것 같다"는 불만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오차범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해진 기준도 없다. 의류업계 종사자들은 원단에 따라, 공정 과정에 따라 차이가 있다보니 명확히 정해진 기준은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의류 오차범위가 특별한 기준 없이 판매자의 입맛대로 남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오차범위 기준을 어디까지 두고 '같은 옷'으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관련부처마저 미온적인 반응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의류 오차범위 기준이 마련되면 소비자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 제품 원단 등에 의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정부 차원에서 의류 업체에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다"라는 의견을 냈다.

 의류·운동화 하자 책임 갈등...업체의 적극적 자세 필요

신발, 패딩 등 의류의 하자 책임을 놓고 소비자·사업자 간 분쟁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 불량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업자는 소비자의 취급 부주의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이 줄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의류의 품질보증기간은 1년이며 신발류의 품질보증기간은 가죽제품 1년, 이외에는 6개월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품질보증기간 내 제품하자가 발생한 경우 무상수리→교환→구입가 환급의 순서로 해결된다.

다만 소비자 과실로 판단 내리는 경우에는 유상수리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제품 하자의 책임 소재를 놓고 소비자와 사업자가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특히 업체가 자체 심의를 통해 '소비자 과실'로 결론을 내리면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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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굽이 부풀어오른 운동화. 제품하자의 책임소재를 놓고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이 빈번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제3의 의류심의기관인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생활연구원, 한국소비자연맹 등에 의류심의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역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심의기관 자체가 강제력이 없다보니 '의류 심의 의견서' 등을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 3월까지 구입한 의류에 하자가 있거나 세탁 후 손상 등을 이유로 섬유제품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건은 총 6231건이었다. 이 가운데 제조·판매업자 및 세탁업자 등 '사업자 책임'이 3571건으로 절반 이상(57.3%)을 차지했다.

의류 하자로 인한 분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업체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제품 하자로 발생하는 비용이 사실상 제품 가격에 이미 포함돼있을 것이기 때문에 업체의 교환·환불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보니 강제성 있는 하자 심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 판매해도 처벌 안받아?...규정 강화 시급

화장품 분야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처벌 조항 마련이 시급하다. 소비자가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을 받아들고 불만을 제기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 포장에는 '사용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기간'을 반드시 표시하게 돼 있다. 그러나 사용기한 등을 경과한 화장품의 판매를 '금지'하거나 이를 판매한 경우에 대한 '제재 규정'은 없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유효기간이 지난 화장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 정도만 해주면 된다. 보상에 대한 기준은 특별히 없으며 화장품 사용 후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서 치료비를 지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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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기한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화장품을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EXP는 유통기한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판매업자들이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을 판매한 뒤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6년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사용기한이 지난 화장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과한다"는 제재 규정을 담은 화장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제조업자가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식약처에서 제재가 가능하지만 온라인 판매자나 화장품 판매점 등의 '단순 판매업자'가 판매할 경우에는 사실상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판매업자들이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을 판매했다면 교환이나 환급 등의 조치만 가능하다.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지려면 현재 계류돼 있는 법안이 통과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부작용' 인과관계 증명 어려워...전문 판정 기구 필요

화장품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다보니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제품으로 인한 부작용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전문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화장품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에는 치료비, 경비 및 일실소득을 배상하도록 되어있다.

이때 '치료비'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 및 처방에 의한 질환 치료 목적의 경우에 한하며 자의로 행한 성형·미용관리 목적으로 인한 경우에는 지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화장품과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화장품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피해자들은 치료비 보상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으로 인한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화장품 업체들은 개인차라며 외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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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가 화장품 부작용을 겪어도 인과관계를 입증받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화장품 부작용을 판별할 전문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연맹 등이 의류 심의 업무를 하고 있듯이 이와 비슷하게 화장품 분쟁 관련 전문 심의기구가 마련되어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같은 화장품이라도 개인차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 화장품 부작용은 판별이 쉽지 않은 '전문 영역'이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원 같은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에서 화장품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주는 상담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❺ 어린이 완구 품질보증기간 6개월...현장에서는 유명무실?

어린이 완구류의 품질보증기간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완구류 품질보증기간은 6개월인데 현장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공산품 관련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구입 후 일정기간 내 제품하자가 발생하면 무상으로 보상이 가능하다. 구입 후 10일 이내 정상적인 사용상태에서 제품 하자가 발생한 경우라면 제품교환이나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다.

구입 후 1개월 이내에는 제품교환 또는 무상수리가 가능하며 품질보증기간 이내 정상적인 사용상태에서 하자 발생시 무상수리·제품교환·구입가 환급 순서로 보상 가능하다.

이에 따라 손오공·영실업 등 완구류 업체도 품질보증기간을 6개월로 제시하고 있지만 품질보증기간 내라도 '파손'된 경우에는 소비자 과실로 유상수리를 하고 있다. 완구 업계 관계자는 "어린이 제품은 특성상 자그맣고 부서지기 쉬운 부품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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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오공, 영실업 등은 품질보증기간 이내라도 '파손'된 경우에는 고객과실로 유상수리를 진행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의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파손'은 무조건 소비자 과실로 결론이 나다보니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 기준인데다 업체마다 품질보증기간에 예외를 둘 수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품질보증기간은 강제성이 없는 고지 사항이다보니 불공정약관에 해당하지만 않으면 업체 측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품 자체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업체의 자세가 필요한 지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한태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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