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2019 소비자과제-항공·여행] 면죄부 규정과 강제성없는 표준약관 뿐...정부도 수수방관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2019년 01월 05일 토요일 +더보기

소비자보호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상황을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 이슈를 심층분석해온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새해를 맞아 각 분야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한 소비자정책과제를 5가지씩 선정했다. 개선이 필요한 문제와 해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을 업종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작년 한해 국내에서 해외로 떠난 여행객은 약 2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해외여행객 3000만 시대의 도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듯 여행객은 나날이 급증하고 시장은 커져가고 있지만 여행객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밥 먹듯이 일어나는 항공기 지연과 결항에도 소비자들은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어렵게 쌓아놓은 항공 마일리지는 소멸을 코앞에 두고도 사용처가 제한돼 눈앞에서 날려야 할 상황이다. 항공권이나 호텔 등 숙박상품에서의 과도한 수수료 부담은 아직도 소비자 몫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외여행표준약관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항공·여행 분야의 개선이 시급한 사안으로 ❶항공기 지연·결항 ❷위탁수하물 파손·분실 ❸항공 마일리지 제도 ❹해외 호텔예약사이트 환불불가 약관 ❺패키지여행 옵션강요·현지가이드 횡포 등을 꼽았다.

1.jpg

❶ 항공기 지연·결항돼도 보상 쥐꼬리...“항공사 면책 범위 넓어”

항공기의 지연과 결항이 빈발하면서 소비자 원성이 끓고 있지만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항공사의 면책사유가 워낙 애매한데다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보상을 받는다해도 쥐꼬리 수준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위 고시)’에 따르면 국내선 운송 지연의 경우 1시간 이상 2시간 이내는 지연된 해당구간 운임의 10%, 2~3시간  20%, 3시간 이상은  30%를 배상해야 한다. 국제선의 경우에는 2~ 4시간  10%, 4~12시간  20%, 12시간 초과 시에는 30%를 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배상을 못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서 정하고 있는 항공기 점검, 기상상태, 공항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 등을 증명한 경우에는 면죄부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항공사의 면책 범위를 너무 넓게 잡아놔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태풍 등과 같은 천재지변의 경우는 항공기의 지연과 결항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의 이유, 항공기 접속관계, 공항사정,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 등에 대해서는 승객들이 사실여부를 알 수가 없고 적절한 조치였는지 파악할 길이 없다”며 명확한 기준과 적절한 보상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비행기에 탑승 후 기체결함이 발견돼 기내에서 꼼짝없이 대기하거나 기상악화로 회항을 하면서 몇 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로 기내에 대기하는 사고도 잊을만하면 발생한다.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르면 항공사는 승객을 태운채로 국내선은 3시간, 국제선은 4시간 이상 지상에서 대기하게 해서는 안되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2시간 이상 지속 대기시켜야 하는 경우 승객의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음식물을 제공해야 하고 30분 간격으로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무방비 상태로 승객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법무법인 예율의 김지혜 변호사는 “좁은 기내에서 장시간 착석 상태로 대기하면 저혈압, 불안증세, 호흡곤란, 공황장애 발작을 일으켜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영업이익을 위해 보유한 항공기와 승무원 대비 운항 일정을 무리하게 늘리면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기상악화로 인한 부득이한 지연 혹은 결항이어도 잘못된 대처로 인해 승객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면 이에 따른 항공사 책임이 인정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2.jpg

❷ 수하물 파손 책임 놓고 분쟁...명확한 규정 필요

항공 위탁수하물 파손을 둘러싼 항공사와 소비자 간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는 위탁수하물로 맡긴 뒤 물건이 파손됐다고 주장하지만 항공사는 파손 경위가 불분명하다며 보상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위탁수하물의 분실·파손·지연 등의 경우 항공운송약관에 의거 배상 또는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 및 상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 2곳과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 6곳은 대부분 비슷한 보상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파손의 경우 수하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항공사에 사실을 알려야 하며 지연·분실됐을 경우에는 수하물을 위탁한 날로부터 21일 내에 신고해야 한다. 항공사는 파손의 경우 영수증에 근거해 수리비를 지급하며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구매 시점을 고려해 감가상각을 적용한 비용을 배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일 접수 않음'을 문제 삼는 항공사가 있는가하면 어떤 과정에서 파손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저비용항공사들은 위탁수하물 파손, 분실 시 면책약관을 규정해 보상을 일절 해주지 않다가 2016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약관으로 시정 조치됐다.

3.jpg

❸ 소멸기한 정해놓고 사용처 제한 둔 항공 마일리지...“소비자 권익 침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소멸기한이 없던 마일리지 약관을 지난 2008년 개정해 그해에 생성되는 마일리지부터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적립된 지 10년이 지난 마일리지가 올해 1월 1일부터 소멸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용처에 제한이 많아 소멸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활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항공권은 제약이 많아 구매가 하늘의 별 따기이며 다른 사용처 역시 조건이 까다로워 항공사의 생색내기용이라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일찍부터 소멸기한과 사용처 등을 적절하게 안내했고 사용처 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단체 등은 소멸기한과 사용처를 정해놓은 것 자체가 소비자 권익 침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마일리지는 소비자 혜택이 아니라 소비자 권리다. 소비자가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쌓은 재산인데 소멸 기한을 두고 사용처를 제한한 것은 권익 침해에 해당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해 12월 13일 “항공사들이 일방적 약관 개정으로 소진처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채 소멸시효를 적용, 마일리지를 소멸시키려는 것은 민법 및 약관에 관한 법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공정한 행위”라며 항공마일리지 소멸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현재 각하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항공사가 마일리지 사용기한을 정한 것이 문제가 없는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jpg

❹ 해외 호텔예약사이트 환불불가 방침 고수...공정위 “시정명령 의결서 이달 내 통지”

해외여행시 필수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해외 호텔예약사이트들의 콧대 높은 배짱영업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이들 사이트들의 공통된 문제점은 환불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아주 인색한 것. 국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버젓이 나와있는 환불규정을 무시한 채 배짱영업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 해외 호텔예약사이트인 익스피디아와 호텔스닷컴 등은 환불불가 불공정 약관으로 2017년 11월 공정위의 시정 권고를 받고 약관을 수정했다. 그러나 아고다와 부킹닷컴은 아랑곳없이 배짱영업을 계속하다 지난해 11월 한 단계 높은 시정 명령을 받았지만 정책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불공정 약관 시정명령 관련 심의가 완료된 것 뿐이고 의결서는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60일 안에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문구를 넣은 의결서를 작성 중이며 아고다와 부킹닷컴 측에 이달 내에 통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88.jpg


❺ 패키지여행 옵션강요·현지가이드 횡포 비일비재...“법적인 규제 필요”

패키지여행의 옵션강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저가격으로 여행객을 모객한 뒤 현지에서 옵션이나 쇼핑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비정상적인 마케팅 관행이 빚은 불편함이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 17개 종합여행사들이 2017년 5월 마련한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에 따르면  상품가격, 선택관광, 쇼핑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정위의 국외여행표준약관 제2조 1항에는 여행사는 여행자에게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으며, 제8조 1항에도 여행사는 여행 출발 시부터 도착 시까지 여행사 본인 또는 그 고용인, 현지여행사 또는 그 고용인 등이 제2조제1항에서 규정한 여행사 임무와 관련해 여행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가한 경우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관행은 여전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옵션강요나 현지가이드 문제로 불편을 겪어 여행사에 보상을 요구하려 해도 명확한 증거를 입증하기 어렵고 '계약서 서명' 자체가 모든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돼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패키지여행의 옵션강요와 현지가이드 횡포 등은 몇 십년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온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부 차원에서 법적인 규제를 마련하고 사후 처벌을 강화해야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텐데 강제성 없는 표준약관만 겨우 마련한 채 소비자에게만 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http://www.consumer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Head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