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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째 제자리걸음 ISA...돌파구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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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째 제자리걸음 ISA...돌파구가 안보인다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1.18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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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3월, '국민 재산증식 증대'라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4년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너무 안전 자산에 투자돼 투자 수익률이 크게 낮은데다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세제혜택도 적어 소비자들에게는 별다른 장점이 어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과 위주의 급여 체계가 강한 금융투자와 보험업권에서는 ISA를 적극적으로 판매할 이유도 없어 일부 시중은행을 제외하면 ISA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 은행권 제외하면 흥행참패, 보험사는 신규 가입 안받아

ISA는 크게 고객이 투자자산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신탁형 ISA'와 금융회사에서 투자자산 선택권을 일임받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임형 ISA'로 구분된다. 출시 당시에는 예·적금, 파생상품,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 자산을 한 계좌에서 굴리면서 수익을 낼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간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5년 간 최대 1억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며 순소득 연간 200만 원(연소득 5000만 원 이상)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순수익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가 적용되는데 이는 일반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세율(15.4%)에 비해 큰 폭으로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다양한 금융자산을 담고 세제 혜택도 담겼지만 흥행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ISA 누적 투자금액은 5조4956억 원, 가입자 수는 215만1253명으로 전년도 말 대비 투자금액은 1조2669억 원, 가입자는 3만1292명 순증가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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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시 이후 ISA 누적 가입자 및 투자금액 현황

투자금액의 경우 매년 1조 원 가량 순증하고 있지만 가입자 수는 2016년 6월 말 이후 큰 변화가 없이 소폭 줄거나 비슷한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업권별 상황을 들여다보면 개인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은행업권에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은행업권 ISA 투자금액은 4조7076억 원으로 금융투자업권(7875억 원)과 보험업권(5억 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투자금액 중 무려 85.7%가 은행업권에 쏠려있다.

자산관리에 강점을 갖고 있는 금융투자업권에서 유치한 투자금액은 매년 소폭 늘고 있지만 가입자는 이와 반대로 매년 순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가입 없이 기존 가입자 몫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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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험업권은 휴업 상태가 이어진지 이미 오래다. 국내 보험사 중에서는 지난 2016년 3월 미래에셋생명(대표 하만덕·김재식)이 신탁형 ISA를 선보였고 뒤를 이어 삼성생명(대표 현성철)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현재 두 생보사는 ISA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기존 가입자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산관리 업무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보험업 특성과 함께 판매창구가 오프라인 지점과 신탁판매 자격증이 있는 보험설계사로만 제한돼있어 설계사, TM, 인터넷 등이 주 고객 창구인 보험사 입장에서는 판매를 적극적으로 유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상품을 팔아야 판매수당이 나오는데 ISA 계좌는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해 판매를 하더라도 수익이 남지 않는다"라며 "지점이나 설계사들도 판매하고 싶지 않은 상품"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 개선안 나와도 흥행 어려운 ISA, 파격적인 '당근' 제시해야

주요 수치상으로 ISA가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ISA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등장한 'ISA 시즌2'가 대표적이다. 장기간(3~5년) 목돈을 묶어둬야하는 기존 ISA를 개선하기 위해 납입금에 대한 수시입출금을 가능하게 하고 서민형 ISA(250만 원→400만 원)와 농어민 ISA(200만 원→400만 원)의 연간 비과세 한도도 늘렸다.

올해부터는 세법 개정으로 가입가능 대상도 직전 3개연도 중 신고된 근로․ 사업소득이 있으면 가능하도록 확대됐다. 종전에는 직전년도까지만 가능했다. 이로인해 경력단절 근로자까지 가입이 가능해졌고 가입 가능 시한도 2021년 말까지 3년 유예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특히 수익률 측면에서 최소 3년 이상 거치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것은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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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임형 ISA MP수익률 현황ⓒ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출시 3개월이 넘은 25개 금융사의 204개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의 누적수익률은 4.35%를 기록했다. 업권 별로는 증권사가 5.25%로 은행(2.90%)보다 2.35% 포인트 높았는데 누적 수익률이라는 점에서 투자매력도가 떨어지는 수익률이라는 평가다.

전체 ISA 가입자 자산의 85% 이상 차지하는 신탁형 ISA는 개인별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지만 편입자산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예·적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신탁형 ISA 운용 현황을 보면 은행업권은 예·적금(83.7%)에 대부분 몰려있고 증권업권에서만 파생결합증권(50.8%), 예·적금(23.4%), 해외주식형펀드(9.3%) 등으로  상대적으로 자산 구성이 다양했다. 자산 증식을 위한 상품이지만 자산 구성이 기존 안전자산 위주로 쏠려있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ISA 활성화를 위해 가입대상 확대와 비과세 혜택 확대 등 소비자 유인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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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시장포커스 2018-05호, 자본시장연구원

우리나라보다 2년 먼저 ISA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가입 대상이 일반·적립형(20세 이상 일본거주 성인), 주니어형(0~20세)로 구분돼있어 실질적으로 전 연령대 소비자가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세제 혜택의 경우 금액 제한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파격적으로 모든 순이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ISA 최초 출시 당시 만 20세 이상 일본 거주자로 제한을 두었지만 계좌수 및 투자금액 증가세가 둔화되자 0~20세 소비자도 가입할 수 있는 주니어 NISA를 전격 도입했고 여유자금이 적은 청년층 대상 적립형 NISA도 선보여 비과세 기간을 길고 투자상한액을 낮춰 부담을 덜어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ISA가 '국민재산 증식'이라는 도입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없는 소비자도 가입 가능하고 투자수익에 대한 소득공제·세액공제 확대 등 확실한 당근책을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편입상품 다수가 예적금에 몰려있는 구조적 문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수익률 제고가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을 감내하면서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대한 세제혜택을 추가해야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 ISA 제도는 가입 가능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고 저금리 상황에서 대부분 예적금으로 운영되다보니 기대수익률이 물가상승률 조차 따라잡기 힘들어 일정 위험은 부담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높힐 방안을 찾아야한다"며 "최근 자본이득세 도입 이야기도 나오는 등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소득체계 개편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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