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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급물살...기대효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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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급물살...기대효과와 과제는?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02.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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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대표 한영석) 그룹이 대우조선해양(대표 정성립) 인수를 추진하면서 매머드급 대형 조선소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기존 회사를 중간 지주사 겸 상장사인 조선 통합 법인과 사업 법인으로 물적 분할하고, 중간 지주사가 대우조선과 기존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안을 산업은행과 합의했다.

계획대로 인수가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은 전 세계 수주잔량의 21.2%를 차지하는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한다.

하지만 인수 성공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으며 합병 후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 기대효과 1. 시장점유율 상승 통한 가격 결정권 확보

가장 큰 기대효과는 시장점유율 상승에 따른 마진 개선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에선 기술 우위와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조선소 수주잔량 순위.png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3위인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의 3배가 넘는다. 작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71척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은 25척을 수주했다. 18척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을 합치면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은 60.6%에 이른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인수합병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 LNG 수출 1위 국가인 카타르가 최근 LNG선 60척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할 계획을 밝힌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시장점유율 상승은 가격 결정권 강화로 이어져 수익성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LNG 선에 대한 경쟁력 우위는 물론 가격 결정권까지 갖게 돼 이익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기대효과 2. 국내 조선사간 수주경쟁 완화

현대중공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 세계 1위 조선사다.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뒷치락했던 대형 조선사다.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이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게 펼쳐져왔다. 비슷한 기술력을 가진 만큼 국내 조선소들끼리 가격경쟁으로 치달으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2015년까지만 해도 1척당 2억 달러에 달했던 LNG선 가격은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격이 1억 8000만 달러까지 내려간 상태다. 특히 양사 간 선박 발주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것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 간 제살 깎기를 벗어나 수익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홍균 DB 금융 투자 연구원은 “빅 3에서 빅 2로 재편되면 출혈 경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중·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사 간 수주경쟁 완화와 같은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 기대효과 3. 경영권 승계작업 유리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승계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정기선 부사장.jpg
▲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
현대중공업은 2017년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중공업을 사업부로 나눠 기업분할한 후 지주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정몽준 회장의 장남인 정기선 씨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경영진 전면에 내세웠다. 정 부사장은 지주회사 지분도 5% 확보했으며, 아버지 지분(25.8%)만 상속받으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정 부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인정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역시 지난 1998년 재무위기 속에서도 기아자동차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며 대내외적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정 부사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경영실적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부사장 승진 이후 로봇사업과 친환경 선박 등 현대중공업그룹의 차세대 사업을 이끄는 등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가 현대중공업그룹의 후계자로서 능력을 재계에 각인시킬 결정적인 한 방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그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기선 부사장은 조선통합법인에서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인수작업과 승계작업이 완료되면 단숨에 조선업계의 국제적 거물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그는 명실상부한 현대중공업의 3세 경영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대효과 4. 자재 공동 구매, 연구개발 통합에 따른 생산성 향상

철강재, 원부자재 등을 합병회사가 공동 구매하게 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조선사에 조선용 후판을 공급하는 포스코의 예만 들어봐도 현대중공업 캠팀과 대우조선해양 캠팀이 따로 있는데 합병하게 되면 두 팀이 합쳐지며 특별대우를 할 가능성이 높다. 구매량이 많아지는 만큼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서 합병회사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보다 할인받을 수 있는 여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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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성남시 정자동 잡월드 잔여부지에 2022년 12월 완공될 현대중공업 그룹 통합 연구개발 센터 조감도.

연구개발(R&D) 통합, 중복투자 제거 등으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기 성남시 정자동 잡월드 잔여부지에 2022년 12월 현대중공 그룹 통합 연구개발 센터가 건립되는데 대우조선해양 연구개발센터를 통합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물론, 대우조선이 강점을 지닌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박 분야의 기술력 공동 강화로 막대한 수익성 개선도 꾀할 수 있다. 각종 설비투자 역시 중복된 지역을 피하는 등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고 양사 간 특허 분쟁도 해소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재 공동구매, 연구개발(R&D) 통합, 중복 투자 제거, 공동기술력 강화 통한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노조 반대와 기업결합 심사 등 넘어야 할 과제 산적

물론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인수합병이 무사히 완료됐을 때 얘기다. 인수합병까지 갈 길이 멀고, 인수합병 성사 이후에도 불안요소들은 남아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국의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내 기업 간 합병이라고 해도 해외 거래에서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을 거두고 있다면 외국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해외 경쟁국에서는 점유율 급등으로 인한 독과점을 우려해 반대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하나의 회사로 합치는 게 아니라 조선 통합 법인 아래 병렬의 회사로 존재하는 만큼 시장경쟁을 해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이 논리가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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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이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과 관련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합병까지 노조의 반대도 뛰어넘어야 한다.

합병 이후 불가피해 보이는 인력 구조조정도 시끄러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양사 노조는 양사 합병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파업 계획까지 짜고 있는 형국이다. 양사 노조는 해양플랜트, 특수선, LNG선 등 사업 분야가 겹치기 때문에 추가 인력 감축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피인수 당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중복 업무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우선대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매각이 이뤄져도 조선지주 아래 양사가 동등한 형태로 편입되는 구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라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노조는 없어 보인다. 조선소 노조는 대부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이다. 금속노조는 강성으로 유명하다. 양사의 강성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 인수합병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커지는 재무부담도 문제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 주식을 현물출자 받는 대신 조선통합법인을 통해 상환전환우선주(1조2500억 원)와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발행하고, 대우조선에는 1조2500억 원을 포함한 총 1조5000억 원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키로 했다. 실제 지출하는 현금이 2500억 원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유동성을 위해 2021년 말까지 추가로 1조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단서에도 합의했다. 재무 부담이 커질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신용도에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당분간 인수 대상의 안정적 수익성 확보는 불투명한 반면 현대중공업지주의 증자 참여(약 3500억 원), 산업은행에 발행할 상환전환우선주(1조2500억 원) 및 대우조선해양 보유 신종자본증권(2조3000억 원) 등 그룹의 재무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승자의 저주'도 불안요소다. 승자의 저주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조선업은 경기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으로 꼽힌다. 

때문에 대우조선 인수로 초대형 조선사가 등장한 뒤, 다시 경기가 침체되면 감수해야 할 손실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우리나라 조선업체를 부실로 몰아넣었던 건 해양플랜트, 원유·가스 시추 설비 부문인데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최근 저유가로 더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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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현대중공업그룹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모두 넘기지 않고 중간 지주 회사 공동 설립이라는 다소 복잡한 구조를 택한 것은 '승자의 저주'를 막기 위한 복안이다. 현대중공업의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책임을 다소 완화한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조선업 업황 개선의 조짐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인수 회사의 과도한 자금 부담을 덜어줘 장기적인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러 우려 속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바뀌는 것은 국내 조선업계를 살리기 위해 필수 과제라는 지적들이 많았던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다지기 위한 필수 절차인 만큼 향후 제살깎기식 경쟁을 피하게 돼 우리나라 조선업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실도 방지할 수 있고, 각각의 강점을 고려한 전략적인 수주를 할 수 있게 돼 수익성 개선과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조선산업의 미래 전략적인 측면에서 현대중공업이 많은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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