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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그룹 전자투표시스템 도입 시큰둥...주주 참여율도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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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그룹 전자투표시스템 도입 시큰둥...주주 참여율도 저조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3.0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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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전자투표시스템'이 제 역할을 발휘할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주친화정책이 확산되면서 전자투표제 도입에 그동안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주요 그룹사들까지 올해부터는 가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여전히 도입을 주저하고 있어 주주들의 실질적인 참여율 상승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전자투표시스템은 주주가 주총장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지난 2010년 5월부터 예탁결제원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예탁결제원이 자체 개발한 'K-eVote'가 독점 공급을 하고 있는데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전자투표시스템 '플랫폼 V'를 선보이면서 경쟁 체제가 시작됐다.

◆ 상장사 절반 이상 전자투표시스템 도입...실제 참여도는 글쎄?

전자투표시스템은 지난 2017년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일몰을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섀도보팅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주총시 의결정족수가 부족해도 주총 안건 통과가 쉽게 이뤄졌지만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각 상장사들은 의결정족수 확보가 중요해졌다.

그러나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한다면 통상 평일 오전에 진행되는 정기주주총회 참석이 어려운 소액주주들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상장사 입장에서도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같은 배경으로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 상장사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말 기준 417곳에 불과했던 전자투표시스템 도입 상장사는 이듬해 732곳으로 급증하더니 2018년 말 기준으로는 1204곳으로 전체 상장사(2111곳)의 절반 이상이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최근이었던 지난 2월 중순 기준 참여 상장사는 1331곳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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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장사 절반 이상이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지만 실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율은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주주들의 전자투표 의결권 행사율은 3.96%를 기록했다. 전년(1.87%)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지만 여전히 주주 100명 중 4명도 사용하지 않은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권 행사 자체가 아직 소액주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수단이라는 점을 저조한 행사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예탁결제원 K-eVote 기준으로 전자투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로그인-공인인증서 등록-주주정보 등록을 거친 뒤 로그인-전자투표행사-의안별 전자투표 행사 순서로 진행되는데 주권 행사에 관심이 많지 않은 소액주주들의 경우 상당히 귀찮아할 수 있다는 것. 주주들이 자주 이용하는 각 증권사 HTS와 MTS에서 바로 전자투표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상당수 상장사가 예탁결제원 등 서비스 대행 기관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과 저조한 주주 참여율로  인해 전자투표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고도 정작 활용하지 않아 주주들의 접근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탁결제원은 K-eVote 시스템 이용 수수료로 100~500만 원을 받고 있는데 주주 숫자에 따라 표준수수료율은 50~100%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본금 50억 원 미만이면서 주주가 1000명 미만이면 50만 원, 자본금 5000억 원 이상 주주 1만 명 이상이면 5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예탁결제원 측은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 참여 상장사는 이용료 50% 감면, 지난해 정기총회 안건 부결회사는 이용료를 받지 않는 등 주주총회 지원 프로그램을 현재 가동하고 있다. 주주 독려 차원에서도 K-eVote 서비스 이용 주주들에게 5000원 상당의 커피 모바일쿠폰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증권사 중 최초로 전자투표시스템(플랫폼 V)을 선보인 미래에셋대우는 시스템 사용료를 받지 않고 미래에셋대우 HTS와 MTS에서도 플랫폼 접속이 가능토록 해 기존 시스템에 비해 서비스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예탁결제원과 달리 자사는 주총 개최가 쉽지 않은 소규모 상장사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며 "서비스 계약을 맺은 상장사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주요 그룹사 참여 호조...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총 TOP10 상당수는 미참여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그동안 미지근한 반응이었던 주요 그룹사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어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율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한화그룹(7개사), 녹십자그룹(5개사), SK그룹(4개사) 포스코그룹·두산그룹·메리츠금융그룹(이상 3개사) 등이 K-eVote 서비스를 도입한데 이어 올해도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SK하이닉스, 포스코, 팬오션 등 주요 기업들의 전자투표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계열사와 LG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 집단 계열사들은 대부분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 삼성과 LG그룹은 계열사 중에서 전자투표제를 시행한 곳이 전혀 없고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만  이번 정기주총에서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소액주주가 많은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 중에서도 상당수가 아직 전자투표제 참여를 미루고 있다. 5일 종가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중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준비부족을 이유로 아직 전자투표제 도입에 미온적이다.

그나마 셀트리온과 한국전력이 도입했고 SK하이닉스와 포스코가 이번 정기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기업 상장사의 경우 소액주주들의 적극적 참여를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고 중소형 상장사는 비용과 인력 등 현실적 문제가 있는 듯 하다"면서 " 주주권익 강화 차원에서 대형 상장사들의 선도적인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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