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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화승 법정관리 신청에 '책임론'...흑자기업 3년만에 망가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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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화승 법정관리 신청에 '책임론'...흑자기업 3년만에 망가뜨려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9.03.0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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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까프’로 잘 알려진 토종 운동화 브랜드 화승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회사를 사실상 경영했던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화승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우려가 제기되는 등 파장이 확산됨에 따라 산업은행에 대한 비판과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등 비난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화승의 기업회생신청에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산업은행에 인수된 화승의 대주주는 현재 산업은행(KDB)과 KTB PE(사모펀드)가 주도하는 KDB KTB HS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산은 PE)다. 이들은 화승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화승의 이사진은 산업은행 2인, KTB PE 1인, 화승그룹 1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감사도 산업은행 출신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화승을 인수한 뒤 기업회생 신청을 할 때까지 패션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으로 경영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산업은행이 경영을 맡기 전인 2015년 화승은 매출 2363억 원에 영업이익 38억 원, 당기순이익 185억 원을 기록했다. 흑자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부채비율도 142.2%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화승은 이듬해인 지난 2016년엔 영업손실 19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17년에는 매출이 전년도 2878억 원에서 2674억 원으로 감소하고 적자폭은 256억 원으로 확대됐다. 화승은 지난해 9월 김건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역부족이었다.

◆ 산업은행, 화승 대표채권자 지위 박탈...중소 협력사 연쇄부도 우려 확산

경영능력에 물음표가 붙은 산업은행은 최근 화승의 대표채권자 지위까지 박탈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화승 채권단은 지난달 대표채권자를 교체해 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화승의 부실경영에 산업은행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화승 채권단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화승 채권단은 산은 PE, 화승네트웍스, 주택도시보증공사, 엠에스에이·유니스포 등 5곳으로 구성돼 있다. 산은 PE의 채권액이 800억 원으로 가장 많아 대표채권자를 맡아왔다.

채권자협의회는 투표를 통해 엠에스에이를 대표채권자로 결정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엠에스에이는 채권액이 187억 원으로 산은 PE보다 613억 원가량 적다.

이번 화승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백화점과 대리점의 관리자인 매니저들이 떠안게 됐다. 중소 협력사의 연쇄부도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화승은 전국에 ‘르까프’ 180여개, ‘머렐’과 ‘케이스위스’ 각 300여개의 단독매장을 운영해 왔다. 운동화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승 부도 이후 산업은행에 대한 책임과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글이 7~8건에 달한다.

게시판에서 화승의 하청업체 사장이라고 밝힌 A씨는 “르까프 대리점 200여 곳, 백화점 및 로드샵 500여 곳, 하청업체가 50여 곳의 직원 및 가족 1만5000여명이 순식간에 당장 오늘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승과 거래계약을 하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화승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라며 “조건이 좋지 않은 수개월에 이르는 어음발행도 산은을 믿고 지금까지 버텨온 것인데 어떻게 산은이 중소기업 및 영세업체들의 줄도산을 뻔히 바라보고만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화승의 회생 업무를 관장할 법정관리인은 기존 경영자 관리인제도(DIP)를 따라 김건우 대표가 맡게 됐다. 화승은 오는 5월 1차 관계인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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