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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신용정보법 논의 격화 "소비자 실익 없어" vs "씬 파일러 해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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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신용정보법 논의 격화 "소비자 실익 없어" vs "씬 파일러 해소 가능"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9.03.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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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신용정보법'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금융위원회는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법'을 올해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하고 법안 통과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18일 오후 소위를 열고 해당 법안을 상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 같은 소위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소위를 통과하면 정무위 전체회의에 회부된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20일 오전 정무위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금융정의연대, 진보네트워크, 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신용정보 규제완화, 빅데이터 시대의 해법인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어 신용정보법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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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신용정보 규제완화, 빅데이터 시대의 해법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시민단체 "법안 통과 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실익 없어"

시민단체의 입장은 명확하다. 법안이 통과가 주는 실익이 금융회사에 비해 소비자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본 카드사태와 같은 해악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정보가 모여서 빅데이터로 가공되는 과정을 정부가 보장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법안 통과 시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되는 신산업이지만 내용 자체가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만을 위한 방침이라는 얘기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회사에서 데이터를 가공해 마케팅을 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개인들의 정보 공유로 텔레마케팅 등에 대해 상당히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보호의 최저선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EU GDPR(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 수준의 안전조치가 포함되어야 하지만 현 개정안에서는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만 포함했다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김보라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변호사는 "이는 지난해 논의한 해커톤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2014년 1월 금융 개인정보 사고 때 우리나라 경제 인구의 75%가 피해를 볼 때까지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을 위한 정책만 하고 소비자를 위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반소비자적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연이어 나왔다. 이은우 정보인권연구소 이사는 "데이터플랫폼 기업이 활용하는 개인정보가 반소비자적으로 활용될 게 분명하다"며 "기존 플랫폼 기업에 막대한 이윤을 창출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금융위가 그들을 위한 법을 앞장서서 추진한다고 밖에 생각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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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용정보법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 당국 "맞춤형 금융서비스 가능해"

반면 정부의 입법 추진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달 금융위는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공동으로 '데이터 기반 금융혁신을 위한 신용정보법 공청회'를 개최하며 입법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소비자 주도의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이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를 비롯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하는 이들은 기존의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금융취약계층의 리스크를 평가할 수 없어 금융소외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금융정보 외에 모바일 등을 통해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이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씬 파일러(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주부나 사회초년생은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 대출 등 금융상품을 이용이 어려운 데다가 거래 초반 몇번의 연체 등으로 신용등급이 급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보완 정보로 SNS나 모바일 등의 정보를 활용하면 보완재가 된다는 얘기다. 

20일 토론회에 참석한 이한진 금융위 데이터정책과장은 "기존의 씬파일러는 여신심사할 정보가 없었다"면서 "모바일 폰에는 다양한 행동패턴과 성실히 살아왔던 비정형의 데이터 기록이 남아있고 이게 담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과장은 "EU GDPR을 충실히 반영할 것"이라며 "정보주체가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동의서 양식도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발제를 맡았던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로이 활용가능하게 되는 다양한 정보가 신용시장에서 소외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정확한 신용평가로 새로운 혁신도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안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현 법안의 한계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법안을 발의한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소위 때 논의를 해서 가능한 부분은 받아들이려고 하긴 하는데 시민단체에서 말씀하신 부분은 애초에 가명정보 등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맥락이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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