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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독립성 외치며 사외이사 늘렸지만 견제기능 상실...지난해 100%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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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독립성 외치며 사외이사 늘렸지만 견제기능 상실...지난해 100% 찬성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9.03.2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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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지난해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며 독립성 강화를 외친 것과 달리, 사외이사 전원이 의결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지며 거수기 노릇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인원만 4명에서 5명으로 늘었을 뿐 견제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산은 사외이사 활동내역.JPG
2018년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은 총 13회의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사회는 기간 중 △경영계획의 수립 및 변경 △예산의 편성 및 변경 △정관 및 업무방법서의 변경 △집행부행장의 임면에 대한 동의 △주요업무집행책임자,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의 임면 △100억 원 초과의 업무용 자산의 취득 및 처분 △경영성과 보고 등의 사항을 의결했다.

이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어진 상정된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한 경우(반대, 보류, 수정요구, 조건부 찬성 등을 모두 포함)는 단 1건도 없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에서 처리된 의결안건 역시 같은 상황이다.

먼저 양채열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총 4회가 열렸다. 기간 중 ‘위원장 선임 및 임원(사외이사) 후보 선정’과 관련한 결의안건 4개가 논의됐지만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또한 작년에 5차례 개최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부의된 안건은 25건으로 의결안건 6건, 심의안건 1건, 보고안건 18건이다. 의결안건 6건 모두 100% 찬성으로 가결됐다.

산업은행 리스크관리위원회는 리스크관리에 대한 최상위 의결기구로 5명의 사외이사를 포함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방길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도 양채열 위원장 등 5명의 사외이사를 포함, 총 6명으로 구성된 보수위원회는 작년에 2차례 개최되며 4건의 의결사항 안건을 처리했다. 주요 의결안건은 △임원·집행부행장 기본급 조정 △2017년 임원·집행부행장 성과급 지급 및 임원 등의 보수체계 설계·운용 및 적적성 평가 등이다. 마찬가지로 의결사항과 관련해 별도의 반대의견은 없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적극적으로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하지만 실제 이사회 의결자료를 보면 반대표를 행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 산업은행 사외이사 5명 체제 8개월...독립성 문제없나?

산업은행은 지난해 8월 기존 신희택, 정혜영, 성종섭, 양채열 4명 체제인 사외이사 숫자를 양채열, 최방길, 김정식, 김남준, 이윤 등 5명으로 늘렸다.

사외이사 5인 체제는 그간 지적돼 온 산업은행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산업은행은 독립성 문제에 묶여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는 이사회 구성을 결정하는 한국산업은행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산업은행법 제13조에 따르면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또한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위원회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출한다. 임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면 회장이 제청, 금융위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의 임면에 정치적 색채가 짙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산은 사외이사 현황.JPG
실제로 보수위원회 위원장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채열 이사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지냈다. 김남준 이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사법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 활동을 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8월에 선임된 이윤 이사의 경우 ‘이동걸 라인’으로 평가 받는다. 이윤 이사의 산업연구원 재직기간(1987~1996년)이 이동걸 회장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재직기간(1994~1998년)과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 산업은행은 사외이사 전원이 직무공정성 및 윤리의식과 책임성, 충실성 등 자격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산업은행과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한 가능성이 낮은 바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해당 분야에서 두루 인정받는 신망과 높은 윤리의식, 인품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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