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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주택 안내 사이트, 알고 보니 중개업자의 개인정보 수집 창구
건설사 CI 내걸어 소비자 혼란...건설사 "공생관계" 인정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4.04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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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인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최근 인천 송도에 개관한 A사 아파트 견본주택 방문을 위해 인터넷에 검색을 시도했다. 내비게이션에 입력할 주소를 찾기 위함이었다. A사 아파트 분양 홈페이지로 추정되는 수많은 사이트가 검색됐지만 대다수가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고서는 주소를 비롯한 분양정보를 알 수 없었다. 이 씨는 "직접 전화를 걸어봤더니 중개사가 연락을 받더라. 나중에 미계약 물량이 생기면 연결해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사례 2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남 모(여)씨는 인천 검단에 개관한 B사 아파트 분양 정보를 얻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로 추정되는 사이트에 방문했다. '견본주택 방문 예약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확인하고 홈페이에 명시돼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상담원이 아닌 중개사로 연결됐다. 남 씨는 "수상한 낌새를 느껴 중개사의 소속을 계속해서 물었지만 답변을 회피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의 분양 홈페이지인 것처럼 위장한 부동산 중개인들의 개인 사이트가 난립하고 있다. 분양정보를 받기 위해 공식 사이트로 착각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했다가 무분별한 광고와 스팸에 노출되는 식이다. 예비 입주자들의 경우 분양정보에 현혹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규 분양 아파트  지역 부동산 중개인들이 향후 미분양 물량 중개를 위해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어 예비 입주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중개인의 전화번호만 게시하는 블로거부터 개인 홈페이지 개설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호반건설 등 대형건설사부터 중소형 업체 관계 없이 신규 단지가 분양을 시작하면 해당 지역 중개사들이 사이트를 개설하는 식이다. 이들은 분양 대행사들과 연계해 마케팅 활동에 활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CI와 아파트 브랜드 명을 전면에 내걸고 마치 공식 사이트인 것처럼 꾸며 예비 입주자들로 하여금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실제 포털 검색창에 지난주 견본주택을 오픈한 A사 아파트 분양’이라고 검색한 결과 A사 분양 사이트와 동일하게 꾸며 놓은 사이트들이 출력됐다. 이들 사이트의 특징은 클릭만으로 견본주택 위치와 상담원 연결이 가능한 공식 홈페이지와 달리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개인 정보를 입력하자 잠시 후 사이트를 운영중인 중개인 이 모(남)씨로부터 “미분양 물량이 있을 경우 가장 먼저 연락해 연결해 주겠다. 연결할 물량이 나오지 않더라도 같은 단지에 다른 아파트도 연결 가능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는 연락이 왔다.

건설사 소속이 맞냐는 질문에는 “실질적으로 속해 있지는 않지만 중개는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개인들이 사이트를 차려 정보수집을 하는 경우는 청약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지역일수록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미분양 발생 시 분양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연결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정보 수집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생관계의 건설사, “사기분양 등 문제 발생 우려 낮아방관 

건설사들은 이런 사이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보 수집 과정 자체가 사전 동의를 구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다 공생관계로서 마케팅에 일정부분 도움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개인들이 분양 사기로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피해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확인 된 바 없고 발생할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분양홈페이지와 너무 유사하게 운영할 경우에는 직접 요청해 어느 정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분양 대행사와 연결된 경우가 많고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등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에 크게 개입해 제재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소비자들이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거나 향후 계약 과정에서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는 방법 외에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중개인들은 건설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제대로 된 구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단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입주자와 중개자간 소송까지 벌어진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수집이 법에서 제시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행위 자체를 문제 삼기 힘들기 때문에 소비자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 “홈페이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단순한 정보에도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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