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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로 집 값 잡는다고?...되레 높아져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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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로 집 값 잡는다고?...되레 높아져 '유명무실'
분양가 비중 가장 높은 '토지비' 항목서 제외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4.17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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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 안정’ 정책 일환으로 분양원가 공개 제도를 확대 적용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탁상공론에 그친다는 부정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가격 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원가 공개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인하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게 주된 이유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 2월 말 아파트 분양가 안정을 위해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공공주택의 분양가 공시항목(분양원가)’을 12개에서 62개로 확대 및 세분화 했다. 공사비 항목은 5개에서 51개로 늘었고 택지비, 간접비 등의 항목도 많아졌다.

국토부 김영국 주택정책과장은 “각 개별항목 공개가 늘어나면 지방자치단체의 심의가 강화돼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스스로 낮추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 공시 항목.png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원가공개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분양원가 공개가 확대 적용된 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분양가는 3.3㎡당 1833만 원으로 인근 단지(3.3㎡당 1820만 원·지난해 말 기준) 보다 0.7% 높았다. 사실상 분양원가 공개에 따른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 공시항목서 비중 가장 큰 토지비는 제외...감리비용 세분화 의미 없어

부동산 업계에서는 예견된 실패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싼 택지비용 때문에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던 상황에서 감리비 항목을 확대 공개한다고 해서 가격 인하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원가공개 항목을 늘린 이유가 실효성보다는 정부가 건설사를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힘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전국 분양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분양가의 땅값 비율은 2017년 1분기 30%에서 2∼4분기 각각 39%, 45%, 52%로 급등했다.  2017년 4분기 기준 땅값이 분양가의 절반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건국대학교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토지비의 비중이 수도권은 50%정도, 서울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인해 60%정도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원가 공개를 통한 분양가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을 비롯한 건설사들이 주택 단지 조성 시 수익률을 분석하는 데 토지비와 금융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한다”며 “이번에 확대 적용된 사안에는 토지비가 포함돼 있지 않을뿐더러 공개를 하더라도 토지 가격이 워낙 높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원가공개 확대는 감리비용을 좀 더 세분화한 것일 뿐”이라며 “토지 가격이 상승하거나 금융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전에 지은 단지들 보다 분양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분양원가 확대가 가져올 실익보다는 건설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 교수는 “원가공개를 확대하면 수익을 내기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연구개발 등 투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이는 국내 건설업계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수익성 하락으로 인한 주택 공급 위축도 우려된다”며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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