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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사외이사 재직기관에 기부 관행 '여전'...이해상충 문제로 논란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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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사외이사 재직기관에 기부 관행 '여전'...이해상충 문제로 논란 소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4.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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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이 사외이사가 몸을 담고 있는 기관에 기부를 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사외이사가 금융사와 유착하면서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다수 금융회사들이 사외이사가 재직중인 기관에 대한 기부를 중단했음에도 일부 금융회사들이 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는 금융회사가 현직 사외이사 또는 직계혈족이 재직 중인 비영리법인 등의 기부금 제공 내역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내용을 명시하도록 되어있으나 행위 자체를 금지하거나 권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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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행장 손태승)은 지난해 박상용 사외이사가 재단 감사로 재직 중인 대학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박 사외이사는 지난 2016년 12월 말에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최초 부임 후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에도 해당 대학교에 26억 원을 기부했는데 당시 박 사외이사는 경영대 명예교수로 재직중이었다. 

한화손해보험(대표 박윤식)도 지난해 자사 사외이사인 이경묵 교수가 재직중인 대학교에 3300만 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한화손보는 직전년도에도 동일한 금액을 해당 대학교에 기부했는데 한화손보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과 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이 교수가 재직중인 대학교에 기부금을 출연했다.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도 지난해 사외이사였던 배종석·김재환 사외이사가 교수로 재직중인 대학교에 1500만 원을 기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두 사외이사 재직기간 내내 해당 대학교에 매년 1500만 원씩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다. 

모회사의 사외이사가 몸 담고 있는 기관에 손자회사가 기부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신한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은 지난해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100만 엔(한화 약 1019만 원)을 기부했는데 해당 재단에 의장으로 있는 박안순 씨가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SBJ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손자 회사라는 점에서 신한금융지주 측도 연차보고서에 공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기부행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부 주체인 각 금융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외이사 임명 전부터 꾸준히 기부를 해온 케이스가 많고 다양한 학교 및 연구기관에 기부하는 사회공헌 차원 활동이고 영업과 연관돼있어 다양한 측면을 살펴봐야한다는 것.

우리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박 사외이사는 현재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중 한 곳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인사로서 우리은행과는 무관하며 당행이 해당 학교의 주거래은행으로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사외이사 이해상충 문제와는 관련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박 사외이사는 당사 과점주주로서 전략적 투자자 중 한 곳인 키움증권이 추천한 사외이사라는 점과 기부한 학교는 당행과 장기간 주거래 은행 계약을 맺고 있는 주요 고객 중 하나"라며 "주거래 은행으로서 현 고객과 장기 고객층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해당 대학교에 기부금을 집행한 것일 뿐이다"라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대학교에 대한 기부는 사외이사 취임 전이었던 2005년부터 매년 꾸준히 같은 금액으로 집행됐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사외이사 이해상충 문제와도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의결권 자문기관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결과론적으로 부적절한 기부 활동으로 비춰질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금융회사들이 가급적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에 대한 기부활동은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밝힌 의결권 자문기관 관계자는 "해당 금융회사에서는 사외이사 유무와 관계없이 기부를 집행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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