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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 이상준 사장의 주식처분에 쏠리는 시선...후계구도 이상? 실탄마련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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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 이상준 사장의 주식처분에 쏠리는 시선...후계구도 이상? 실탄마련 포석?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9.04.25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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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의 차기 후계자로 꼽히는 이상준 사장이 최근 지분율 하락을 무릅쓰고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처음으로 내다 팔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약품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상준 사장이 주식을 처분한 것은 후계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준 사장이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뒤 주가가 약세일 때 다시 매입해 지분율을 오히려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18일 현대약품 주식 70만주를 40억 원에 장내매도 했다. 이 사장은 지난 2011년 회사 주식을 취득한 이래 줄곧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리다가 이번에 처음 매도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의 현대약품 지분율은 6.41%에서 4.22%로 낮아졌다. 이한구 회장(17.88%)에 이은 2대 주주 자격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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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약품 이상준 사장

이 사장의 지분 매도 이후 회사 주가는 5550원(17일 종가)에서 24일 4980원으로 5거래일 동안 10.3% 떨어졌다. 후계자가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이 사장이 지분을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3월 10일 6만1000여주를 1408원에 장내매수하며 지분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후 3~4개월 단위로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그 사이 현대약품의 주가가 오르며 이 사장의 주식 매입 가격도 점차 상승했다. 2014년에는 2200원대에 지분을 매입했고 2016년에는 4300원대에 주식을 샀다.

이 사장이 주식을 판 가격은 주당 5711원으로 2011년 당시 1400원 안팎의 매입가격과 비교하면 최대 28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사장이 지분을 매도한 시기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한 현행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하면서 현대약품 주가가 고점을 찍은 상황이었다. 현대약품은 사후피임약 시장에서 엘라윈과 노래보원으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이 사장이 회사 주가가 고점을 찍은 상황을 이용해 수십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주식을 매도한거라서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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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대약품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약품은 이한구 회장이 지분율 17.88%로 최대주주이고 아들 이상준 사장과 친인척으로 분류된 김정배(0.4%), 노갑덕(0.22%), 이소영(0.16%) 씨 등이 주식을 나눠 갖고 있다. 바이오파마티스와 아트엠플러스도 0.08%, 0.02%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들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22.98%에 불과하다. 2008년만 해도 이들의 지분율은 32.4%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점차 낮아지며 2016년 25%대로 떨어졌고 이 사장의 지분 매도로 현재는 2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 교체 등 특별 결의사항을 방어하기 위해선 3분의 1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며 “현대약품의 경우 현재 소액주주들이 주식위임을 통해 대표 교체에 나설 경우 오너 일가가 가진 지분만으로는 방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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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생으로 72세 고령인 이 회장이 승계를 위해 지분을 상속하거나 증여세 마련을 위해 일부 매도할 경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이 사장의 현대약품 자산승계율은 현재 18.4%에 불과하다. 오너 일가 보유지분 가운데 아직 이 회장의 손에 남아 있는 몫이 77.8%에 달한다.

회사 측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지만 상속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부담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지배력 유지와 경영승계를 동시에 도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사장이 갑자기 주식을 팔아 지분율을 낮춘  것을 두고 현대약품 후계구도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부 있지만 현재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딸인 소영 씨는 보유 지분율이 0.16%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 사장이 승계에 대비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가가 높을 때 보유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을 거둔 뒤에 주가가 떨어질 때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지분율을 높이려는 포석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사장의 지분 매도 후 현대약품 주가는 5거래일 동안 10.3%나 떨어졌다.

한편 현대약품은 이한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들인 이상준 사장이 지난해 R&D부문 대표로 선임돼 본격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약품의 영업이익은 12억 원으로 전년 20억 원에서 39.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0.9%로 떨어졌다. 상장 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7%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이 회장이 경영을 총괄했던 2014년~2017년 당시만해도 현대약품 영업이익률은 1.5%~2.1%를 기록했다. 현재는 전문경영인인 김영학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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