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며 중소기업 대출 육성과 사회공헌활동 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오는 2020년부터 은행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위험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 조정하는 규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은행권은 예수금과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예대율을 관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이 전년 대비 10% 늘어난 97조7937억 원을 기록했다. KEB하나은행은 76조9762억 원으로 9% 늘었고, 신한은행은 84조9723억 원으로 8%, 우리은행은 76조5780억 원으로 6%씩 늘렸다. NH농협은행도 76조8796억 원으로 7% 확대했으며 IBK기업은행은 7% 늘렸다.
하지만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이 3조62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4조2626억 원 보다 15%(6342억 원) 감소한 액수다.
반면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대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3조8907억 원으로 전년 3조2885억 원에 비해 18%나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의 기업 대출 정책은 같은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행장 박진회)과도 비교된다.
한국씨티은행은의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금은 전년보다 1% 더 늘어난 5조7297억 원으로 집계됐다. SC제일은행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대출금은 4% 늘었지만 잔액 규모가 1조6955억 원으로 중소기업 원화대출금(5조7297억 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차이를 보였다. SC제일은행은 대기업 원화대출금의 비중이 52%로 중소기업 원화대출금을 웃돈다.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감소 요인에 대해 SC제일은행 측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 예대마진으로 수조원대 이자수익, 기부금은 크게 못 미쳐 사회 환원 소홀
SC제일은행은 사회 환원에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인 예대마진을 통해 1조5439억 원의 이자수익을 올렸지만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하는 기부금은 이자 수익의 0.6%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4대 시중은행들이 기부금 출연 순위 1~4위를 차지한 가운데 SC제일은행의 기부금은 97억 원으로 이들 은행에는 크게 못 미쳤다. SC제일은행의 기부금 총액은 지난해 이자수익이 1조3643억 원에 그친 경남은행 보다도 적은 액수다.
SC제일은행의 기부금 총액은 같은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 보다는 다소 많았다. 다만 씨티은행의 경우 기부금이 전년 대비 437.5% 증가해 시중 은행 중 가장 많은 증가폭을 보였다. 씨티은행의 이자수익은 1조3265억 원으로 제일은행 보다 2000억 원 이상 적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당행의 경우 타행 대비 규모가 작아서 기부금 금액도 작은 편”이라며 “다만 2017년 대비 2018년도에는 기부금 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는 외국계 은행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공헌 활동 등에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외국인 지분이 100%인 외국계 은행으로 매년 고배당 논란에 휩싸여 왔다”며 “지난해에도 SC제일은행은 2214억 원을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배당은 이보다 많은 6120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국계 은행에 대해 국내에서 번 돈으로 외국인 주주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적 시선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사회 환원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더욱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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