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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공익법인 23곳 중 21곳 대표가 내부인물...퇴직임원 일자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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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공익법인 23곳 중 21곳 대표가 내부인물...퇴직임원 일자리 만들기?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9.04.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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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나 시중은행이 설립한 공익법인의 대표 자리를 전·현직 경영진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전문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이 세운 23개의 공익법인 가운데 단 2곳을 빼고는 모두 내부 인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현직 경영진 가운데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이 KB미소금융재단 대표를 맡고 있으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또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미소금융재단과 우리다문화장학재단에서 대표자로 활동 중이다. 이밖에도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각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이동걸 산업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등도 공익법인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은행권 공익법인.JPG
농협과 수협의 경우 은행과 별개로 각 중앙회가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김병원, 임준택 현직 중앙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지방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및 대구은행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황윤철 경남은행장이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처럼 전·현직 은행 경영진이 공익법인 운영에 직접 관여하면서 일각에서는 사회공헌과 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재단 운영에 전문성과 투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렵고 자발성을 지니고 사회공헌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금융사가 설립한 공익법인이 퇴직 임원의 자리 보존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 같은 지적에 은행권은 공익재단 운영에 있어서 반드시 외부 전문가가 이사장이나 의장 등 대표직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되레 조직에 대한 이해와 내부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의 겸직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소외계층의 자립 지원 등이 주요 운영 목적인 미소금융재단의 경우에는 은행장이 대표직을 맡는 것이 맞다”면서 “그 밖에 다른 공익법인에서 전·현직 지주회장이나 은행장이 대표를 맞게 된 배경에는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재단 운영에 따른 전문성 부족 우려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실제 재단 업무에 깊이 관여하는 상임 이사들이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면서 “조직 내 임직원 간의 적절한 조율을 통해 잘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 역시 “장학재단 같은 경우에는 재원 충원이나 지원 사업 진행 등과 같은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은행이나 지주 등 내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면서 “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회계법인 등 외부 감사를 통해 견제하고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소재단 같은 경우에는 서민금융 진흥 차원에서 모든 은행이 공동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외부인사가 공익법인 대표자를 맡고 있는 곳도 있다. 하나학원은 김각영 이사장이 검찰총장 출신이며, 지방은행의 경우에는 광주은행장학회와 전북은행장학문화재단이 은행과 무관한 인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광주은행장학회는 헌법재판관 출신인 김양균 이사장이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전북은행장학문화재단은 김영구 전 대한적십자사 전략부지사 회장이 재단 이사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공익법인 설립 초기부터 대표직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 왔다”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주 목적인 공익법인 운영에 있어 내부 경영진을 선임할 경우에는 투명성이나 전문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내부 인사 기용을 배제해 왔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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