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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물에서 악취...원인 규명 어렵고 '개인차' 이유로 갈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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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물에서 악취...원인 규명 어렵고 '개인차' 이유로 갈등만
  • 손지형 기자 jhson@csnews.co.kr
  • 승인 2019.05.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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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물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두고 갈등이 빈번하다. 참기 힘든 악취 탓에 위생 등 안전성을 믿기 힘든 소비자는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를 원하지만 업체 측은 원인이 분명치 않고 사용 환경 영향이 크다며 미온적인 입장이다.

분쟁 시 기댈 수 있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마저도 '냄새'와 관련한 구체적 규정은 없어 중재가 쉽지 않다.

업체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악취 등 냄새의 경우 체감하는 개인차가 워낙 심해 전문가들 역시 판단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시험 검사를 통해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수기 제품의 문제라면 회사는 계약해지 또는 배상을 해줘야 하지만 때로는 거주지의 수돗물 영향일 수도 있다.  업체는 정밀 진단할 수 있는 시험 검사 기구를 갖춰 방문 수리시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전적으로 업체 측 담당자의 판단에 의해 제품교환 또는 위면해지 여부가 결정된다. 결국 업체 측이 제품 문제로 인정하지 않으면 참기 힘든 소비자가 위약금을 물고 계약해지하는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퀘퀘한 냄새, 부품 교체해도 소용 없어

경기도 김포시 마산동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질병이 있는 아들이 물을 많이 마셔야 해 2016년 말부터 쿠쿠전자 정수기 CP-JS021N 제품을 월 3만 원의 비용으로 렌탈을 시작했다. 사용 중 물에서 퀘퀘한 냄새가 나 AS를 몇 차례 받았다.  수리 기사가 정수기 안의 부품을 교체해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자 결국 사용을 중단했다.

박 씨는 “관리사가 방문해 필터를 교체하고도 해결되지 않자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더라. 도저히 냄새나는 물을 마실 수 없어 계약 만료 몇 달 전 해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필요한 상황에 사용하지도 못했지만 과도한 위약금 때문에 해지할 수가 없다. 남은 계약 기간 동안 렌탈료를 내는 게 그나마 낫다 싶어 마지못해 납부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냄새는 고객의 주관적인 부분이지만 회사에서 고객의 불편사항을 해결해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필터교체 후 소독약 냄새, 수거 점검에도 원인 못 찾아  

화성시 남양읍에 사는 유 모(여)씨는 2016년 7월부터 청호나이스 정수기를 렌탈했다. 사용한지 2년 정도가 지나 필터를 교체하면서 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AS기사가 방문해 교체한 필터를 재교체하고 내부 청소를 했음에도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두 차례 수리를 했으나 알 수 없는 원인에 결국 AS기사는 정수기를 수거해 갔고 유 씨는 2개월 동안 정수기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유 씨는 "위약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 힘없는 소비자는 그냥 당하기만 해야 하나"라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청호나이스정수기 관계자는 “냄새는 주관적 판단이므로 소비자들의 주장대로 다 보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보상팀 조사 후에 절차에 따라 서비스하는 것이 원칙이며 원만하게 협의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 소독약 냄새나는 정수기, 동일 모델로 다시 교체?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17년 3월 현대렌탈케어 직수형 정수기 렌탈큐브를 3년 동안 3만2000원의 비용으로 계약했다. 4개월 가량 사용 중 물에서 수영장 소독약품 비슷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AS를 요청해 두 번 필터교체를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씨는 “큐브제로 모델은 문제가 있어 6개월만에 단종됐다고 들었다. 단종 제품으로 교환하는 건 동일한 상황을 반복하는 일이라 판단해 교환을 거부했다. 같은 문제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며 한탄했다.

현대렌탈케어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제품 교환을 제안했지만 거부한 것은 소비자”라며 "그 제품에 문제가 있어 단종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손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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