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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도용 휴대전화 요금 800만 원...채권 추심 강도 높아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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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도용 휴대전화 요금 800만 원...채권 추심 강도 높아지는데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19.05.14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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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사이 개인 명의가 도용돼 금전적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거액의 휴대전화 요금이 미납 상태여도 명의자 통보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 사하구에 사는 군인 김 모(씨)는 지난달 12일 휴가를 나갔다 지갑을 잃어버렸고 찾지 못한 채 부대로 복귀했다. 약 3달 후 다시 휴가를 나온 김 씨는 한 신용정보회사가 보낸 채권추심 수임 사실 통보 안내문을 받게 됐다.

누군가가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해 최신 휴대전화 3대를 개통했고 미납 요금이 무려 800만 원을 초과했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김 씨가 채권추심 안내문을 보고 급히 대리점을 방문해 확인하니 연초 김 씨  명의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에 모두 최신 휴대전화가 개통된 것을 알게 됐다. 명의도용한 사람이 3달째 요금을 내지 않으면서 미납금이 연체됐고 채권이 추심회사로 넘어간 것이었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김 씨는 군인 신분이라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웠다. 어머니가 대신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하고 이통사를 돌며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본인이 아닌지라 좀처럼 사건 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김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부대에서 불안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경찰서에서는 사건이 접수됐다고는 하는데 한 달 가까이 소식이 없고 신용정보회사에서는 채권 추심 통보를 지속해서 보내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 이통 3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소비자가 피해 입증해야 구제 가능

김 씨와 같은 명의도용 피해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소비자고발센터로 접수된 휴대전화 명의도용 관련 민원은 총 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건)보다 늘어났다.

다만 늘어나는 피해 만큼 마땅한 보완책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피해 금액이 아무리 커도 피해자 스스로 사실을 입증해야만 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보통 일반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주민등록증과 실물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정도지 지문인식 등의 절차를 밟지 않기 때문에 명의도용 사실을 본사가 빠르게 파악하기란 어렵다”면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흔히 발생하고 있지만 통신사는 수사권이 없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의로 도용당했다고 속이고 보상금을 타내는 고객도 있어 무작정 요금을 면제해주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명의도용으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명의자에게 요금 연체 사실이 통보되기까지 통상 3개월 가량이 걸린다. 피해자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 3사는 "통신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며 소비자 주의가 최우선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사실 없다고 봐야 한다.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한 후 도용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답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면 통신사들이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본인의 귀책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미납금은 모두 면제 처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고객의 명의도용 피해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3사 이용약관을 살펴봐도 '타인의 명의를 도용했을 시 1년간 이용자격 정지를 명한다'고 쓰여 있지만 피해자를 위한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명의도용이 단말기 가입과정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이통사들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며 “추가 개통, 연체금 발생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도록 연체 통보 시점을 앞당기는 등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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