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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MTS 걸핏하면 먹통...거래못한 투자자 보상은 구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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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MTS 걸핏하면 먹통...거래못한 투자자 보상은 구만리
피해 입증 위한 절차 복잡...보상도 생색내기 수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5.13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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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사는 임 모(남)씨는 지난 7일 장 초반에 미래에셋대우 MTS 'm.Stock'으로 주식거래 하던 중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오류로 큰 불편을 겪었다. MTS 로그인 단계부터 접속이 불가능해 매도 타이밍을 놓친 그는 보상 여부를 물었다. 고객센터 측은 자사 MTS에서 일부 접속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보상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임 씨는 "피해가 막대한데 이런 경우 어떤 경로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통한 주식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주요 증권사 주식거래 시스템(HTS, MTS)에서 접속장애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투자자 보호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초를 다투는 주식거래 특성상 거래 시스템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매수 및 매도가 불가능해져 투자자들의 금전적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빈번한 접속장애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보상 과정에서 장애 사실을  투자자들이 직접 입증해야하고 그 절차도 복잡해 피해를 입더라도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점차 커져가는 상황이다.

◆ 이용자 많아지면서 접속장애도 잦아져...대형 증권사 발생 빈번

지난 2월 2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 확대로 장 마감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급매도가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KB증권 HTS와 MTS에서 일부  시세조회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당일 오후 3시10분부터 20분 간 장애가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이보다 20분 앞선 오후 2시50분부터 장애가 시작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7일에는 장 개시 직후 미래에셋대우 MTS에서 접속장애가 이어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일 미-중 무역분쟁 격화 가능성 확대에 따른 미국과 중국 증시 급락으로 투자자 급매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타 증권사에서는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고객의 편리성 및 기능 개선을 위해 프로그램 수정 중 특정 서버에서 일부 고객에 대한 처리가 지연되는 현상이 50분 간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1시간 이상 장애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투자자 일부는 피해보상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에서 올 들어 이같은 MTS 접속장애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 특성상 순간의 장애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일 해외증시에서 다음 날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 서버 과부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트레이딩 시스템의 장애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는 것. 비대면 거래 강화로 HTS와 MTS를 찾는 고객들은 기하급수 늘어나고 있지만 거래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에만 3차례, 지난해 10월과 올해 5월까지 통합법인 출범 이후 무려 5차례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8월, 접속장애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내부적으로는 사고 당시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경질하는 등 개선을 시도했지만 이후에도 빈번하게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매년 전산운용비로 최대 수 백억 원 이상 사용하고 서버 안정화와 증설 작업 등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고 있지만 여전히 접속장애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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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중에서 전산운용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증권사는 삼성증권으로 무려 755억 원에 달했다. 키움증권(556억 원)과 미래에셋대우(553억 원)도 연간 500억 원 이상 지출하고 있었고 한국투자증권도 348억 원을 사용했다. 전산운용비는 전산인력 관련 인건비와 시스템 확충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은 문제가 발생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추가 검사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 접속장애로 인한 보상은 구만리...투자자보호 강화 필요

투자자들은 접속장애로 인한 보상 과정도 투자자에게 불리한 조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복잡한 절차때문에 '제 풀에 지친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 증권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소개한 <접속장애 발생시 투자자 대처 요령>을 살펴봤다. 만약 접속장애가 발생했다면 '시스템 재접속'을 시도한 뒤 장애가 반복되면 '고객센터 또는 영업점 신고'후 전화주문을 통해 '비상주문'을 하도록 안내돼 있다. 비상주문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 전화 주문이라도 온라인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이후 보상 절차의 경우 '고객센터 또는 영업점 보상 요청이 접수'되어야 하고 '전화기록 또는 로그기록 등 객관적인 증명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문건'에 대해서만 보상이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특히 비상주문이 가능해 정상적인 주문이 이뤄졌다면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다수 투자자들은 실제 장애 발생시 무용지물인 대처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시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고객센터나 영업점으로 연결 자체가 안된다는 것.

지난 7일 발생했던 미래에셋대우 접속장애의 경우 다수 투자자들이 영업점으로 비상주문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는 불만이 줄을 이었다. 특히 비상 주문시 발생한 주가 변동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지연으로인한  평가 손실은 보상이 어렵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장애 원인을 파악하고 손실을 입은 고객이 있다면 적절한 절차에 걸쳐 보상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비대면 채널 강화에 따른 각 금융회사들의 정보보안 강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투자업계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비대면 신규 고객에 대한 국내주식거래수수료 무료, 해외 주요 국가에 대한 주식거래수수료 무료화를 선언한 이후 고객 모집에 적극적이지만 연이은 접속장애로 인해 사후 관리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하면서 정작 투자자 보호와 서비스 강화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실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주문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실제 접속장애가 발생하면 주문 자체가 지연되면서 시세하락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행 규정상 접속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증권사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장시간 투자자에게 불편을 끼친 데 따른 무거운 징계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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