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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킹에 저축은행명은 어디로?...개별코드 부여 안 돼 소비자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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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킹에 저축은행명은 어디로?...개별코드 부여 안 돼 소비자 불편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9.05.17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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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금융거래에 익숙한 서울시 동대문구의 이 모(여)씨는 저축은행의 적금 이자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말을 듣고 모바일뱅킹을 설치했다. 주변에선 저축은행의 이용에 불신을 표했지만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계좌개설까지 가능해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계좌 개설 뒤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시중은행 모바일뱅킹에서 해당 저축은행명을 찾을 수 없었던 것. 3개 은행의 메뉴를 뒤졌지만 마찬가지였다. 수소문 끝에 개별 저축은행이 아닌 '상호저축은행'을 선택해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송금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씨는 "매번 계좌이체를 시도 후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이 남는다. 왜 모바일뱅킹에 저축은행별 사명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저축은행의 높은 금리와 비대면 활성화로 접근성이 편리해졌지만 여전히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이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계좌이체를 위해 저축은행명을 찾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는 저축은행은 이체 송금 등의 업무를 위한 별도의 코드를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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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모바일뱅킹에서 개별 저축은행명은 찾을 수 없다.

코드란 각 금융기관별 고유 번호로 지급결제전문기관인 금융결제원이 발급한다. 현재 총 165개의 기관이 코드를 발급받았다. 은행 88곳, 금융투자회사 37곳, 보험사 26곳, 카드사 13곳, 기타 1곳 등이다. 국민은행은 004번, 카카오뱅크는 090번 등 각 금융기관별로 고유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 외국계 은행이나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 저축은행 "안정성 높아졌지만 코드 발급 안 돼"

하지만 79개 저축은행권은 '상호저축은행'으로 하나의 코드(050)를 발급받고 있다. 협동조합성격의 신협(3개), 중앙회가 운영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2개) 보다도 적다. 

시중은행과 다른 저축은행의 시스템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각자의 법인명을 가지고 별도의 영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결제를 비롯한 전산시스템은 저축은행중앙회 망을 사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79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다 규모 차이가 큰 것도 개별 코드를 부여하는 데 걸림돌이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이 7조 5000억 원을 넘기는 데 비해 가장 작은 대아상호저축은행은 그 3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자산총액 2조 원을 넘는 곳도 OK저축은행, 유진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9곳에 불과하다.

모든 저축은행에 코드를 발급할 경우 각각의 독립법인인 지역 농,축협과 협동조합도 유사한 요구를 할 우려도 있다. 결국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코드가 필요해지는 셈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저축은행은 유사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전부터 줄곧 관련 문제에 대해 건의를 해왔지만 진전되는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 은행권·결제원 "투자 비용 크고 법적 한계도 있어"

얼핏보면 금융결제원이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모든 코드를 내어주면 해결될 듯 싶지만 사정은 복잡하다.

지난해 저축은행권은 소비자의 관련 민원이 늘자 이체 송금 업무에 명칭표시를 해달라고 건의했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은행, 저축은행 관계자들이 은행연합회에서 모여 회의를 열었지만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다시금 결론지어졌다. 비용과 법적 한계 때문이다. 

통장에서 인자(거래가 새겨짐)를 하거나 인터넷 또는 모바일뱅킹에 표시하려면 시중은행의 관련 전산시스템을 모두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투입되는 전산개발비용에 비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은행업계의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위한 시스템 개선인데 정작 당사자는 비용을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며 "책임을 질 생각이 없는 요구를 한 격"이라고 말했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계좌이체 코드를 부여받으려면 한국은행에 당좌계좌를 만들어야 하지만 개별 저축은행은 규모가 작아 상호저축은행중앙회가 이를 대행하고 있다. 자산 규모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관련법(한국은행법·상호저축은행법 등)의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저축은행은 이체 코드는 없지만 상호저축은행(050) 코드로 거래시 관련 정보는 모두 수신받고 있어 큰 불편은 없다는 게 금융결제원의 설명이다. 게다가 대신·SBI·IBK·웰컴·신한저축은행 5곳은 생체 인증 업무에 한해 코드를 발급받아 쓰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지문인식 등 바이오 인증일때만 저축은행 코드가 실려서 정보가 전달되고 이체를 할 때는 다시 050코드를 사용한다"며 "이 업무를 하는 대형 저축은행조차도 한국은행에 당좌계정을 만들 여력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일부 저축은행 이용자를 위해 대규모 비용 지출을 꺼리는 시중은행과 편의성에 비해 투자비용이 크다고 판단한 저축은행, 이를 지켜보는 금융당국의 뒷짐 속에 소비자 불편만 늘어가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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