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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가격 공시 실효성 의문...국토부, 제도 도입후 '팔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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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가격 공시 실효성 의문...국토부, 제도 도입후 '팔짱'
실시 5년 됐지만 소비자 이용 어려워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05.27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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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가격 정보 공시가 의무화 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수입차, 국내차 할 것 없이 소비자가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없도록 운영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는 제조사가 판매하는 자동차 부품의 소비자 가격을 공개하도록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자기인증요령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제조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소단위로 부품가격을 소개하고 3개월마다 가격정보를 갱신해야 한다. 부품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제작사는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 벌금형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일반 소비자가 자동차 부품 가격정보를 찾기에는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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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차 부품가격 검색 화면. 현대모비스 홈페이지와 연결되는데 정확한 부품번호와 부품명을 소비자가 직접 입력해야 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홈페이지의 부품가격 공개 항목을 클릭하면 현대모비스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차량 모델을 선택하고 부품번호 또는 한글 부품명을 입력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한글 부품명에 썬루프를 입력하자 '검색된 부품이 없습니다. 정확한 부품명/부품번호를 확인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선루프로 입력하자 비로소 검색이 됐다.

정확한 부품명을 입력하라는데 소비자가 이를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부품번호를 몰라 찾으려 하면 부품 상세검색을 통해 그림을 보고 입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 역시 매우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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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차 부품 상세검색 페이지. 숫자로 된 부품번호를 그림을 보고 찾아서 입력해야 한다.

쌍용자동차는 홈페이지의 서비스-내차 관리-부품정보에 들어가면 부품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차종을 클릭하면 계속 액티브 X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문구가 뜬다. 막상 설치를 하려고 하면 윈도우에서 '알 수 없는 게시자'라며 소프트웨어 설치를 차단해 부품가격 정보를 보려면 방화벽을 해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홈페이지에서 부품가격 링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차량관리 가이드에 부품가격 정보가 숨겨져 있었다. 규격부품 가격정보 조회를 클릭하면 부품명칭 또는 부품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부품명칭, 부품번호가 무엇인지 안내가 전혀 없어 고객센터에 이를 물어봐야 했다.

한국GM 역시 홈페이지 메인 메뉴에 부품가격 공개 항목이 없어 부품가격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한참 씨름한 끝에 '서비스센터 찾기'를 클릭해 들어가보니 그 안에 '부품정보'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부품가격 보러 가기를 클릭하자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음' 문구가 계속 떠 정작 가격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다.

수입차도 검색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토요타는 홈페이지 메뉴에서 부품가격을 검색하는 데 애를 먹었다. 메인메뉴에는 없고 서비스 난에 부품가격 정보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부품가격 정보를 쭉 나열해 놔서 원하는 부품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검색을 통해 찾아야 했다. 그런데 검색창이 제품번호만 인식을 하고 부품의 국문 또는 영문명은 인식하지 못해 미리 고객센터 등을 통해 제품번호를 알아야 검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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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의 부품가격 공개 페이지. 부품가격은 2015년도 기준이 대부분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홈페이지 하단에 부품 및 리콜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배치해 놓았다. 차종을 선택하고 부품그룹에서 일반 부품류, 엔진류, 미션류 등을 세부항목으로 검색하면 가격정보가 쭉 뜨는 등 검색이 쉬웠다. 하지만 부품가격 정보가 대부분 2015년 기준이었다. 과거 가격을 기재해놓고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MW는 홈페이지 메인메뉴의 서비스에 들어가면 부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품가격 정보 사이트를 별도로 만들어 놨다. 브랜드와 모델 종류, 부품구분 등을 선택하고 나면 부품 명을 검색해야 하는데 부품 명을 알기 위해서는 부품 카탈로그를 따로 다운받아서 확인하는 작업이 번거로웠다.

지난 2014년 12월 소비자시민모임은 국산 자동차 4종, 수입자동차 5종 등 총 9종의 차량을 선정하여 자동차 부품가격 공개제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응답자 72%가 부품 가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자동차 부품가격 정보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이정주 회장은 "부품가격 정보공개는 과거 소비자가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개선이 안 되는 것을 보면 제조사에서 일부러 부품가격 정보 검색을 어렵게 해놓은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보 제공의 내용과 방식이 소비자 친화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사들이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 놓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자동차 부품가격 정보를 더욱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제도를 시행한 국토부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으나 담당자를 연결해 주겠다고만 하고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토부는 이 정책을 시행한 것이 산업부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2014년 시행 이후 5년이나 지났지만 제도가 정착되기는커녕 담당부서에서조차 제대로 관리를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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