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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수단' 우려 속 무순위청약 과열...국토부, 제도개선방안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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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수단' 우려 속 무순위청약 과열...국토부, 제도개선방안 '글쎄'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5.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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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현금 부자들의 쇼핑 수단으로 악용됐던 무순위 청약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나섰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비당첨자 확대를 통해 1, 2 순위 청약자에게 기회가 더 많이 간다고 해도 대출규제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9일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을 공급 물량의 5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주택자와 자산가들에게 미계약 물량이 돌아가는 것을 최소화 하겠다는 취지다. 별도의 법령개정 없이 오는 20일부터 청약시스템(아파트투유)이 개선되는 즉시 시행된다.

현재 서울·과천·분당·광명·하남·대구수성·세종(예정)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체 공급물량의 80%(기타 40%이상)까지 선정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5배수로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청약자격을 갖춘 1·2순위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당첨기회를 부여해 현금부자와 다주택자의 청약시장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순위청약은 1, 2순위 청약자들이 부적격자이거나 자금조달이 어려워 포기할 경우 발생하는 미계약 물량을 자격요건을 완화해 공급하는 제도다. 미계약분 판매는 지난 2월 전까지 건설사 자율에 맡겼었다. 이로 인해 청약자 입장에선 잔여가구 수가 얼마인지, 경쟁률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국토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했고 지난 2월부터 미계약 물량은 금융결제원 청약사이트인 아파트투유(www.apt2you.com)를 통해 무순위청약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대출규제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무작정 예비 당첨자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무주택들이 대출을 끼지 않고서는 섣불리 주택 매매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의 유무와 신혼부부와 같은 우선대상자 여부와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당첨을 노려볼 수 있다. 이러한 조건에선 현금 동원력 여부가 당첨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택 대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현 상황에선 현금부자들이 미계약 물량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무순위 청약은 이상과열현상을 보였다.

무순위 청약제도 이후 처음으로 미계약물량을 아파트투유에서 사후 접수한 경기 안양시 비산2동 ‘평촌래미안푸르지오’는 234가구 모집에 3135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3.4대 1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 경쟁률 4.43대 1보다 경쟁이 더 치열했다. 인천에 분양한 ‘계양 더 프리미어’의 경우 미계약분 97가구 추첨에 192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효성중공업㈜와 진흥기업㈜가 공급하고 있는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도 지난 14일 무순위 청약 결과 29가구 모집에 총 6197건이 접수됐다. 경쟁률은 무려 213.7 대 1을 기록했다.

건국대학교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부적격 당첨자로 인한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는 데에는 까다로운 청약제도와 더불어 대출규제의 영향이 크다”며 “이를 완화하지 않은 채 단순히 예비 당첨자 수를 늘린다고 해서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눈에 띄게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도 “자금 마련이 어려워 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상당한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개편안이 근본적인 해답은 되지 못한다”며 “무주택자와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규제 완화가 더 절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무순위 청약 제도 개선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대폭 확대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당첨되지 못한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가 기회를 갖게 돼 계약률이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연초 분양된 단지에서 꾸준히 10%대 청약 부적격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분양한 평촌래미안푸르지오가 약 15%로 높고 위례포레자이(14%), 북위례 힐스테이트(10%) 순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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