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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층간소음...못 살 지경인데 정부는 손 놓고

감사원, 최소 성능기준 미달 아파트 실명 미공개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2019년 06월 12일 수요일 +더보기
#사례 1. 전라남도 여수시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의자 끄는 소리부터 아이들 뛰는 소리까지 매시간 소음 때문에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국 윗 층에 직접 올라가 항의까지 했지만 이후에도 소음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A씨는 “몸이 아파 집에서 요양을 하는 상황인데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이 더 망가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례 2.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 2월부터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밤만 되면 윗집 아이들이 뛰어 놀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환경공단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상담을 신청했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B씨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집에 방문했고 그 이후로도 별다른 연락이 없어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층간소음 저감제도’는 부실한 관리 속에 유명무실해진지 오래고 피해 구제 수단도 제한적이라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2일 발표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세대, 민간 건설사가 시공한 6개 민간아파트 65세대 등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84가구(96%)에서 사전 인증 받은 성능등급보다 실측 등급이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에 해당하는 114가구는 최소 성능기준에도 못 미쳤다.

특히 민간아파트는 65가구 전부 실측 등급이 하락했다. 조사대상 중 114가구(60%)는 최소성능기준에도 못 미쳤다. 공공은 126가구 중 67가구(53%), 민간은 65가구 중 47가구(72%) 등이다.

◆ 층간소음 최소 성능기준 통과 못한 아파트와 시공사명 '꽁꽁' 숨겨

하지만 감사원이 민간아파트 단지명과 시공사를 밝히지 않아 일각에서는 봐주기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업체명을 확실히 밝힐 것을 요구하는 청원에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렸다.

해당 청원자는 “감사원에 공개돼 있는 감사결과 공개문을 보면 국토부와 LH, SH 등 공공기관의 이름은 나와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최소 성능에도 못 미치는 아파트 단지와 시공사명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에서는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비공개 조치가 합법이며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다”며 “감사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법을 이용해 이익을 챙긴 건설사들이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민간업체의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원칙상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모든 정부 부처가 동일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시공 후에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며 “LH와 건설기술연구원의 인정업무 및 시공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감사원으로 부터 사전 인정 방식만으로 시공 후의 성능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지적받았다”며 “차단성능 향상 기술개발과 견실한 시공을 유도할 수 있도록 사후에 차단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 추세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전화상담 건수는 총 2만8231건. 2017년(2만2849건) 대비 23.6% 증가한 수치다. 

층간소음 원인 대부분은 '바닥충격음'이다. 그중 아이들로 인한 층간소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 갈등 10건 중 7건은 '아이들이 뛰거나 발걸음'(70.6%)으로 인한 바닥충격음 때문에 발생했다. 

◆ 층간소음 피해 늘어도 구제방안 없어...적극적 개선 방안 필요

층간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보더라도 이를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법적으로 이미 '아파트 준공 과정'에서 시공사들이 국토부로부터 층간소음 인증을 받기 때문에 아파트의 하자로 볼 수 없다.

즉 층간소음 피해를 겪더라도 건설사나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실상 유일한 중재기관인 '층간소음이웃사이 센터'도 인력 부족인데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 다른 방법인 소송의 경우 공식 감정을 통해 피해자가 직접 고의성을 검증해야 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2014년 제정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 제97호, 환경부령 제559호)에 따르면 ▲주간(오전 6시~밤 10시) 43dB(데시벨) 이상 ▲야간(밤 10시~익일 오전 6시) 38dB 이상이 기준이다. 몸무게 20~30㎏의 아이가 1분 동안 집안을 뛰어다닐 때 발생하는 소음이 층간소음에 해당된다.

순간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는 것도 층간소음이 될 수 있다. 이때 층간소음 기준은 ▲주간 57dB 이상 ▲야간 52dB 이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규 분양 단지들은 바닥 슬라브 두께를 두껍게 하고 건축 방식을 바꿔 소음 문제를 줄여야 한다”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 구제에도 정부가 좀 더 노력을 기울여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들도 입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단지별 생활지원 센터를 계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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