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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자 사전방문점검제 의무화,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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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자 사전방문점검제 의무화, 실효성 논란
명확한 기준 및 입주 지연 피해 대책 없어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6.28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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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덕산건설은 지난해 11월 27일 입주 3일을 앞두고 창원시 북면에 시공한 에코프리미엄 아파트 입주가 불가능하다고 입주 예정자들에게 통보했다. 일부 예비 입주민들의 하자보수 요청이 주된 이유였다. 이로 인해 기존 주택을 처분한 다수의 입주민들은 임시사용승인이 결정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인근 모텔과 찜질방 등에서 머물며 입주를 기다리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덕산건설 관계자는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등도 비대위의 의견에 근접한 수준으로 보상할 계획이며 하자보수도 시공사 대표가 하자보수팀과 상주하며 같이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사례2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서 한양건설이 공급한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도 입주예정일이 세 차례 연기됐다. 입주 예정자들은 오피스텔 등을 전전하며 매달 2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임대료로 지출해야 했다. 창고에서 생활하며 입주일을 기다리는 ‘입주난민’까지 발생했다. 한양건설 관계자는 “오피스텔 등에 머물거나 필요 없는 이사를 하느라 불필요한 비용을 쓴 입주자들에 대한 보상 지급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진행중인 '입주자 사전방문제도'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소비자와 건설사 모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명확한 기준도 밝히질 않은 데다 입주지연 등 제재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기 때문이다. 입주지연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반쪽짜리 정책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입주자 사전방문제도 의무화 등을 포함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예방 및 입주자 권리강화 방안’을 마련해 논의했다. 이를 통해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사전 방문 시 발견 된 하자가 입주 전까지 보수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또 사용검사 유보로 지자체로부터 허가가 나기 전까지는 입주가 불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사용검사권자가 품질점검단 점검결과를 참고해 사용검사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입주단지가 급증하는 만큼 제도 근거가 마련되면 시행할 지자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재 기준 아리송, 입주지연 피해 대책도 없어...건설사 "사업자 부담만 가중" 반발

하지만 제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입주지연 피해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자여부는 개인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준을 확실히 하지 않을 경우 중구난방식의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소수의 하자문제 제기로 다수의 입주자가 의사와 상관없이 입주하지 못했을 때 다수의 입주난민이 발생될 여지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시행사와 시공사 등 책임 주체를 확실히 가리기 어렵다는 점도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입주가 늦어진 경우 입주지연금은 시행사가 시공사로부터 지체보상금을 받아 입주민들에게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민간 분양 계약의 경우 지체보상금에 대한 별다른 법적 규정이 없어 계약서 및 시행사와 시공사의 합의에만 의존하고 있다. 지체금을 제 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건설업체는 전체 공사비의 50% 이상을 투입할 때를 기준으로 중도금은 기 시점을 전후해 2회 이상 나눠 받아야 된다”며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게 돼 있는 중도금 가운데 4차 중도금을 내는 시점은 공정률이 50%에 도달해야 되기 때문에 입주 연기 시 잔금 납부 일정도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건설업계에서도 정부의 정책이 사업자의 부담만 늘릴 뿐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기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명확한 하자보수 기준 조차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지연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에게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건설사 차원에서 사전점검 제도를 운영해 왔는데 굳이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사업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셈”이라며 “특히 아무런 기준도 밝히지 않은 채 사전점검 후 하자가 발생하면 제재를 가한다는 행태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도 “입주지연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밝히지 않는 이상 사업자가 모든 부담을 지게 된다”며 “현재도 시공사와 시행사 간 입주지연 책임 소재를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입주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체보상금은 연체기간에 공급계약 체결 당시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예금은행가중평균여신금리(가계대출, 신규취급액 기준)와 가계자금 대출시장 점유율 최상위 은행이 정한 연체기간별 가산금리를 합산해 계산된다. 건설사는 실 입주 개시일 이전에 납부한 입주금, 즉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한 금액에 계약서상 명시된 연체금리를 곱하고, 이를 일수로 계산한 금액을 소비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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