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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레몬법 시행 반년, 자동차하자심의위 교환·환불 중재 건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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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레몬법 시행 반년, 자동차하자심의위 교환·환불 중재 건수 '0'
접수된 9건 중 3건 이미 기각...접수 시스템부터 삐걱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07.16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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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있는 신차를 교환, 환급해주는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교환 및 환불 중재 건수가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제정의실천민주연합(경실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심의위가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반년 간 중재를 진행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심의위의 중재 건수가 1건에 불과하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실제로는 0건이었다.

심의위 중재 건수가 0건이라는 건 레몬법 시행 후 심의위가 자동차사에 교환, 환불 절차를 진행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얘기다. 

6개월간 교환, 환불 신청으로 접수된 건수는 총 9건이었다. 9건 중 3건은 이미 기각됐고 6건만 살아남아 심의중인데 중재까지 진행된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심의위 회의가 열린 횟수는 4번으로 한 달에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은 셈이다.

앞서 본지 취재에서 심의위 측은 '규정상 중재 건수 등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중재 건수가 너무 적어 일부러 감추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민원 접수 절차 복잡고 어려운데 홍보조차 부족...레몬법 도입 전보다 뒷걸음?

신차 교환, 환불 신청 건수 자체가 9건밖에 안되는 이유 역시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홍보 부족인데다 신청 시스템이 조악해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레몬법에 따라 하자 있는 신차를 교환, 환불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양식을 내려받아야 하는데 현재 레몬법 관련 별도의 홈페이지조차 마련되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교통안전공단이 별도로 운영하는 '자동차 리콜센터' 홈페이지 오른쪽 위의 '교환 환불 마당'에서 각종 서식을 내려받아 작성해야 하고 접수도 우편으로만 가능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일반 소비자들이 알기란 쉽지 않다.

신청 절차를 알리기 위한 홍보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다. 레몬법 관련 예산은 8억8400만 원, 담당 인력은 6명에 불과하다.

한국형 레몬법은 구매 후 1년 안에 같은 하자가 반복되면 차량의 교환, 환불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온 국민의 기대감 속에서 올 초 시행됐다. 지난 1월 1일 이후 구매한 차량에 한해 중대한 하자는 2번, 일반 하자는 3번 수리하고도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교환이나 환불 신청 대상이 된다.

레몬법을 도입하며 자동차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는 중재기능을 갖춘 자동차안전하지심의위원회로 바뀌었다. 자동차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심의위는 일종의 재판관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위원회가 이를 심사하고 자동차 업체와 중재역할을 맡아 교환 또는 환불을 진행한다.

본지는 지난 보도를 통해 레몬법 시행 후 위원회가 회의 결과나 중재 건수를 공개하지 않아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위원회 측은 "규정상 중재 건수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밝혔으나 위원회 운영규칙에는 중재 건수를 포함한 위원회 회의결과를 홈페이지에 기재하게 되어 있었다.

중재 건수가 너무 적어 일부러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 반년 간 중재 건수 0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입증됐다.

이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는 "원래 중재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하반기에는 중재 건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자 있는 신차의 교환, 환불 건수는 연평균 5건 정도다. 이대로라면 교환, 환불 건수가 작년보다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거창하게 시행된 레몬법이 실질적 실효성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미국 레몬법 시스템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의 탄탄한 토대 없이 껍질만 그대로 가져와 운영하다 보니 여기저기 부실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심의위가 자동차 업계의 논리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아 어렵게 신청이 오더라도 중재까지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한국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란 곳이 있는데 권고사항일 뿐이지만 합리적 결론을 내려서 교환, 환불을 유도한다.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는 레몬법 시행 이후 중재 건수가 한 건도 없다는 점에서 분쟁조정위보다도 역할을 못 하고 있다. 하반기 위원회 중재 건수가 한, 두건 생길 수 있겠지만 연말 실제 신차를 교환, 환불받은 사례가 레몬법 도입 전보다 절대 많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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