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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요구대로 정년연장하면 경쟁력 저하 불보듯...세계적 추세에도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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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요구대로 정년연장하면 경쟁력 저하 불보듯...세계적 추세에도 역행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07.25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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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대표 이원희) 노조의 파업이 기정사실화 돼가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기업경쟁력을 저하시켜 생존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2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오는 29일과 30일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 돌입을 확정할 예정이다. 파업이 결정되면 여름 휴가 기간이 지난 8월 중순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임시 대의원 대회.jpg
▲ 현대중공업 임시대의원대회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2만3526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인원 충원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통상임금과 정년 연장 문제 등에서 사측과 첨예한 의견 차를 보이며 협상이 결렬됐다. 현대차 노조는 즉시 파업 준비에 들어갔고, 다음 달 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예고하는 등 본격적인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열흘간 진행되는 쟁의조정 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고 파업 찬반투표가 과반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매년 파업을 단행해 온 현대차 노조이지만 이번 임단협에서 가장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정년 연장이다. 지난 5월 30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이달 19일까지 무려 16차례나 교섭을 가졌지만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컸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의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개시 전년도 말일로 변경하는 단체협약 조항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만 60세에서 64세로 정년퇴직 시기를 늦추자는 것이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현대차 직원들이 고령화되면서 정년 퇴직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오래 회사에 다니기 위해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이들의 속내"라고 말했다.

◆ 기업 경쟁력 저하 불가피...'자연 인력 감소' 기대할 수 없게 돼

문제는 현대차가 노조의 주장대로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고 기업 경쟁력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 정년퇴직자 수.JPG

한국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정년 퇴직자 수는 2017년 700명 수준에서 2019년 1400명 수준으로 늘어나고 2020년에는 1900명, 2022년에는 2600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민노총 금속노조 보고서의 전망도 비슷하다. 현대차 생산직은 2025년까지 6년 동안 1만2937명, 2030년끼지 2만1746명이 퇴사한다.

현대차 특별 고용안정위원회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 확대로 2025년까지 인력이 20%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생산직 인원 수는 3만5000명 정도인데 이 중 7000명 정도의 잉여인력이 발생하게 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부품이 단순한 전기차, 수소차 등으로 트랜드가 빠르게 바뀌며 생산직 근로자의 자연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차 노조 주장대로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현대차는 '자연 인력 감소'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는 자연 인력감소를 통해 잉여인력을 해소할 생각이었는데 정년을 5년 연장하게 되면 퇴사 인원 수가 급격히 줄어 잉여인력을 처리할 수 없게 된다. 비대한 몸집이 그대로 유지돼 기업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또 청년 채용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영업이익률이 매년 하락을 거듭해 지난해 2.5% 수준까지 떨어졌다. 토요타가 8.3%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팰리세이드 등 신차 효과로 올해 2분기 4%까지 겨우 회복했지만 갈 길이 멀다.

낮은 영업이익률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비대한 몸집으로 인한 낮은 생산성이 수익성 하락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대차는 직원 평균 연봉 대비 노동생산성이 1.2배에 그쳤다. 1인당 부가가치 창출액과 연봉이 비슷했다는 것은 '받은 만큼만 일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높은 인건비도 부담이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 1인당 연봉은 9200만 원이었지만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의 직원 1인당 연봉은 각각 7800만원, 8300만원 수준으로 현대차보다 낮았다. 높은 인건비로 R&D 비중도 경쟁사들 대비 낮다. 2017년 기준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8%로 도요타(3.6%), 폭스바겐(5.7%), GM(5.0%)에 미치지 못한다.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10%를 넘을 경우 위험한 것으로 보는데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4.8%로 전세계 자동차 사중 최고 수준이다. 토요타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5.8%였다. 이는 현대차가 기본 연봉 자체도 높지만 고액 연봉자인 50대 생산직이 40% 이상인 점이 크다.

◆ 정년 연장은 전세계 자동차 트랜드 역행...인건비 감소 및 인구 피라미드 변화도 기대 못해

전세계 자동차사들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GM은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지 못하는 법인, 공장에 대해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포드는 적자를 이어 온 유럽사업부를 정리하면서 1만2000명을 감원했다. 토요타, 폭스바겐,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등도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노조가 오히려 정년 연장과 정규직 1만명 추가 채용 요구를 하고 있는 현대차의 상황과 전혀 딴판이다.

현대차 인구구조 변화.JPG
현대차가 정년 연장을 수용하지 않게 되면 현재 40% 이상인 50세 이상 직원 비중을 2022년에는 35%까지 줄일 수 있다. 현재 10%도 안되는 30세 미만 직원 비중은 17%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세대별 직원 구성 변화에 따라 연간 급여총액도 2017년 6조2850억 원에서 2022년에는 5조5680억 원으로 11% 줄일 수 있다. 

현대차 노조의 재적대비 파업 찬성률은 2016년 76.5% 이후 2017년 65.9%, 2018년 65.6%로 하락 추세다. 정년퇴직자 급증으로 노조의 인구 피라미드가 변화하면서 인건비가 감소하고 강성투쟁 문화가 강한 노조의 성격도 변해갈 수 있지만 정년 연장이 되면 이 모든 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자연적인 인력 조정이 되는 것인데 노조가 정년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 생산직 직원을 새로 뽑을 수 없는 상황인데 정년 연장과 함께 1만명 추가 채용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래 살아남으려는' 노조와 지속경영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측의 이견차는 좀처럼 좁혀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강력한 파업이 예상되고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행태는 자신들만 오래 다니겠다는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며 "생산직 인원이 간소화되는 미래차 트랜드를 볼 때 현대차가 노조의 무리한 정년연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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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2019-07-26 10:34:23
국민연금 지급시까지 정년을 연장해라 이게 올바른 수순이다.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