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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의 탁상행정...주택가격 산정기준 오류로 신축 빌라 세입자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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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의 탁상행정...주택가격 산정기준 오류로 신축 빌라 세입자들 발동동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9.08.06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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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7월부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에 필요한 주택가격 산정기준을 변경하면서 신축 빌라에 입주하려는 세입자들의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힘들어졌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기준이 실제 대출 현장 상황과는 크게 동떨어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 모(남)씨는 지난달 영등포구에 지어진 신축 다세대주택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1금융권 은행을 통해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했다. 김 씨는 최근 깡통전세 등으로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잇따르자 전세금반환보증이 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대출을 신청하기로 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로부터 소개받은 대출모집인을 통해 필요한 서류 작성까지 모두 마친 김 씨는 대출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용등급이 1등급이었던 김 씨는 대출모집인으로부터 별 문제 없이 대출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예상과 달리 10여일이 지나도록 대출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확인 결과 김 씨가 입주를 원하는 신축 건축물에 대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승인이 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연립다세대.JPG
지난 7월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금안심대출 및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취급기준을 변경했다. 그로 인해 아파트를 제외한 연립다세대나 단독다가구 등 기타 주택의 가격 산정 기준이  변경됐다.

변경 이전에는 ①등기부등본상 1년 이내의 최근 매매 거래가액 ②국토교통부장관이 공시하는 공동주택가격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 ③전세목적물 소재지 주변 공인중개소 1곳으로부터 확인받은 해당 평형의 시세 등 3개 항목의 선택 적용이 인정됐다.

바뀐 기준에서는 기존의 3번 항목이 삭제되고 ‘토지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을 합산하여 전체 연면적 대비 해당세대 연면적 비율로 산출한 금액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했다. 또한 이전에는 3개 항목을 선택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산정 기준 순서대로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에 지어진 신축 건물의 경우에는 공동주택가격이 공시되지 않아 1번과 2번의 항목을 적용할 수 없어 반드시 새롭게 바뀐 3번 항목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3번 항목의 토지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유선으로 구청 세무과 등에 확인하거나 임대인으로부터 취득세납부확인서를 징구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구청에 해당 정보를 요구하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지만 무엇보다도 실제 구청에 토지의 공시지가와 건물의 시가표준액을 문의할 경우 해당 담당자가 토지와 건물이 합쳐진 공시가격을 알려준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토지와 건물을 별도로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발 양보해 구청으로부터 취득세 납부 확인서를 기반으로 한 토지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 각각에 대한 답변을 받아내더라도 시세보다 가격이 낮게 평가되면서 원하는 금액만큼 대출을 받기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건물주가 신축 건물의 취득세 납부를 위해 토지와 건물 가격을 신고할 때 실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최소 가격’으로 신고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일관되게 토지와 건물을 나눠 각각의 공시지가와 시가표준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서는 일각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새롭게 주택가격 산정기준을 변경하면서 관할지자체와의 충분한 사전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거나 실제 대출 현장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탁상 행정을 했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모집인 이 모(여)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요구하는 토지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이 구청에서 알려주는 공시가격과 달라 현장에서 혼선이 일어 대출에 차질이 발생하는 중”이라며 “취득세 납부 확인서를 통해 토지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을 확인할 경우에도 실제 시세보다 가격이 현저히 낮아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받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관계 당국과 면밀한 협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기준을 바꾸면서 애꿎은 세입자만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세입자들은 구청과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역시 새로운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새롭게 바뀐 기준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최근에 바뀐 주택가격 산정기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면서 “7월부터 새롭게 적용된 기준이라 일부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전세금반환보증이 필요한 세입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문제가 있는 기준의 수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전세금반환보증이 필요한 사람은 아파트보다 반환보증 리스크가 큰 다세대나 연립 주택 등의 세입자들인데 최근 기준이 바뀌면서 정작 이들에대한 승인 문턱이 높아진 것이 문제"라며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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