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고객은 찬밥? AS불만시대⑮] 비행기 하염없이 지연돼도 보상 깜깜...피해는 소비자몫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2019년 08월 12일 월요일 +더보기

사후서비스(AS)는 물건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자동차, 가전·IT, 유통 등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여러 분야에서 기업들의 책임 회피와 부실한 AS인프라, 불통 대응 방식 등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2019 연중 캠페인으로 [고객은 찬밥?-AS 불만시대]라는 주제로 소비 생활 곳곳에서 제기되는 AS 관련 민원을 30여 가지 주제로 분류해 사후서비스 실태 점점 및 개선안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항공 서비스와 관련해 출발 지연과 결항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지연과 결항의 과정에서 소비자가 겪는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피해 보상 기준이 모호해 보상을 받기가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항공사 측이 지연 및 결항의 이유로 '천재지변', '기체 결함' 등을 지목할 경우 면책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업체 측 설명에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 경로를 통한 원인 확인도 쉽지 않다.  

유사한 피해를 겪은 소비자들은 "동일 환경에서 타사 항공기는 정상 출발을 했다", "무리한 항공 스케쥴을 운영하느라 제대로 정비를 하지 못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4월 대한항공 15시40분 다낭-인천행 탑승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다 기체 문제로 탑승 지연이 되고 있다는 알림을 받았다. 무려 8시간 후 출발 예정으로 바뀌자 지점장, 직원에게 다시 한 번 체크했고 23시45분 출발이 유력할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비행기 출발 시간은 00시45분, 1시45분으로 계속해서 연장됐다. 조급해진 이 씨는 저녁 8시경 카운터를 방문했지만 직원은 보이지 않았고 출발은 다시 00시45분으로 변경됐다. 이 씨는 “잦은 변경에 혼란스러워 카운터를 두 차례나 찾았지만 직원이 없어 당황했다”면서 지연에 따른 보상을 해달라 요청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정 모(남)씨는 지난 4월 중국 광저우발 인천행 12시40분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기 위해 오전 10시 공항에 도착 체크인을 마쳤다. 산발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2시간 딜레이 후 기상 이변으로 다음날 새벽 1시30분에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정 씨는 “지연된  이유를 문의하자 ‘항공법상 기장은 6시간 이상 운항을 하면 안 되는데 대신 운항할 기장이 없다’고 하더라. 안전 담보라 강행하자고 주장할 수도 없지만 탑승자들이 무조건 수긍하긴 억울한 상황아니냐”며 불편을 호소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권 모(남)씨는 지난 5월 티웨이항공 14시30분 제주-대구행 탑승을 기다리다 세 번이나 지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권 씨는 “처음에는 1시간 지연된다고 문자 알림이 오더니 다시 16시45분, 17시35분으로 계속 지연됐다”면서 “이유도 모르고 3시간이 넘도록 비행기를 기다렸는데 마땅한 보상도 없었다”며 황당해 했다.

전액 환불 등 운송 지연 관련 보상규정 있지만 예외조항에 말짱 도루묵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올해 2분기 자료를 보면 국내선 지연율은 9.3%, 국제선은 3.4%였다. 지연의 경우 국내, 국제선 모두 '접속지연(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해 승객들을 내린 후 다시 새로운 항공편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각각 90.7%, 53.2%로 최다였고 결항은 '기상 문제'(72.3%, 73%)가 1위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국내선 '운송 지연'의 경우 1시간 이상 2시간 이내는 지연된 해당 구간 운임의 10%, 2시간 이상 3시간 이내는 20%, 3시간 이상 운송지연은 30%를 배상해야 한다.

'결항'의 경우 3시간 이내에 대체 항공기를 제공한 경우 운임의 20%, 3시간이 지났다면 30%를 돌려줘야 한다. 12시간 이내에 대체 항공기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에는 전액 환급 및 바우처 등의 교환권을 제공해야 한다.

국제선의 경우는 조금 차이가 있다. 2시간 이상 4시간 이내는 지연된 해당 구간 운임의 10%, 4시간 이상 12시간 이내는 20%, 12시간이 지났다면 30%를 배상해야 한다.

결항 시에는 운항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4시간 이내라면 4시간 이내로 대체 항공편을 제공할 경우 200달러(한화 약 24만 원), 4시간 이상 초과했다면 400달러(약 48만 원)를 보상해야 한다. 운행 시간이 4시간이 넘을 경우 4시간 이내에 대체 항공편을 제공했다면 300달러(약 36만 원), 4시간이 넘을 경우에는 600달러(72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12시간 이내로 대체 항공편을 구해주지 못했다면 전액 환급과 더불어 600달러를 배상한다. 이는 상법과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른 것이다.

운항 시간과 관계없이 승객 스스로 대체 항공편을 거부했다면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외에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상장 항공사들은 ‘항공 사정에 의한 항공편의 취소, 여객의 확약 된 좌석의 제공불능, 접속 불가능, 항공편의 연기 또는 지연, 예정 기항지의 생략 또는 본 운송약관 운항 상의 변경 및 운송의 제한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환불 조치한다’는 식의 내용을 약관을 통해 명시했다.

캡처.JPG
▲아시아나항공 운송 약관. 6개 항공사 모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글자대로 소비자가 보상 받기란 쉽지 않다.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항공사가 ▶기상상태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관계(항공편 지연 결항 시 다음 항공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 등 지연 결항의 사유를 증명한 경우에는 여행객에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사례들 역시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연, 결항 사유는 케이스마다 천차만별이라 구체적으로 보상이 되는 경우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항공사가 지연 결항의 사유를 증명하면 보상이 불가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사업자 과실이 분명한 경우에도 배상 신청 절차 등도 까다로워 항공 운항 관련 법률에 해박한 여행객이 아니라면 항공사들을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행 전 여행자보험에 가입해두면 도움이 된다. 일부 보험 상품에 따라 4시간 이상 항공기 출발 지연 결항 등의 사고 발생 시 가입자가 추가로 부담한 비용을 보상해 주기도 한다. 지연 시간에 따라 식비·통화비 등의 보상도 가능해 영수증도 챙겨두는 것이 좋다.

단 모든 여행자보험이 보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가입 전에 보장항목과 조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http://www.consumer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Head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