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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가점 무용지물 만드는 예비당첨자 확대제...아파트 당첨 '복불복'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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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가점 무용지물 만드는 예비당첨자 확대제...아파트 당첨 '복불복' 심화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8.1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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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을 위해 예비당첨자 수를 크게 늘렸지만 오히려 현금부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자충수가 된 모양새다. 현행법상 예비당첨자 수가 법적으로 명시한 비율보다 적을 경우 가점제가 아닌 추첨으로 분양을 진행하는데 이 비율이 80%에서 500%로 늘어나면서 청약가점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5월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을 공급 가구 수의 80%에서 500%로 확대했다. 이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청약자격을 갖춘 1·2순위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당첨기회를 부여해 현금부자와 다주택자의 청약시장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예비당첨자수를 과도하게 늘린 탓에 국토부의 원래 취지와 달리 실수요자들의 기회가 오히려 박탈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접수된 예비당첨자 수가 모집할 예비당첨자 수보다 적으면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로 뽑도록 돼 있다. 예비당첨자수가 대폭 늘면서 가점보다는 추첨으로 분양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100가구를 모집하는 단지에서 예비당첨자 80명(80%)을 포함해 청약건수가 180건만 되면 가점으로 예비순번을 정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예비당첨자 500명(500%)을 포함한 600명이 청약을 신청을 해야만 예비순번을 가점으로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당첨자와 예비당첨자까지 합쳐 주택형마다 최소 6대 1의 경쟁률이 나와야 예비당첨자 수가 미달하지 않는다. 이렇게 될 경우 실거주를 목표로 가점을 쌓은 실수요자들 보다는 청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만 갖춘 사람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경우 전용 84㎡A형과 176㎡의 당해 지역 1순위 경쟁률이 각각 5.19대 1, 5대 1에 그쳐 '예비입주자 5배수' 기준을 채우지 못해 미달됐다. 

금융결제원과 롯데건설 측은 기타지역 1순위 청약자를 대상으로 예비입주자를 추가 모집하면서 해당 지역의 예비입주자 수가 5배수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추첨제로, 기타지역 신청자는 5배수를 초과했다며 가점제로 당첨자 순번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향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투기과열지구내에서는 통상 6대 1의 경쟁률이 나왔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당해·기타지역 모두 미달 여부와 관계없이 가점제 청약 대상은 예비당첨자도 가점 순으로 선정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지역 예비당첨자의 가점 순으로 먼저 당첨자 순번을 정하고, 기타지역 예비당첨자는 그 다음 번호를 가점 순으로 부여받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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