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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은행 DLF 피해구제도 난망...피해입증 쉽지 않아

금융당국 조사 나섰지만 불완전 판매 입증 어려워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2019년 08월 22일 목요일 +더보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불완전 판매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률 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 대한 구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관련 상품 판매 전 단계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의혹 규명에 속도가 붙었지만 사모형태로 판매돼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 증거를 잡아내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힌 상황이다.

손실을 입은 소비자들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구제가 현실적이지만 상품 가입에 대한 동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나 서류 등이 남아있다면 100% 보상은 어렵다는 평가다.   

◆ 이익은 최대 4%, 손실은 최대 98%까지 "구성상 문제 있었다"

문제가 된 상품은 미국(5년물)과 영국(7년물) CMS(이자율스와프) 금리연계상품과 독일 국채(10년물) 금리연계상품으로 은행에서는 '사모 DLF' 상품으로, 증권사에서는 '사모 DLS'로 판매됐다.

지난 7일 기준 전체 판매잔액은 8224억 원으로 그 중 99.1%(8150억 원)가 은행에서, 나머지 74억 원은 증권사에서 팔렸다. 회사별로는 우리은행이 4012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KEB하나은행 3876억 원, KB국민은행(262억 원)에서 주로 판매됐다. 유안타증권(50억 원), 미래에셋대우(13억 원), NH투자증권(11억 원) 등 증권사에서도 일부 판매됐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독일 국채금리 연동상품은 7일 기준 판매잔액(1266억 원) 전액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이 상품은 우리은행(1255억 원)과 NH투자증권(11억 원)에서 판매됐는데 금리 만기(2019년 9~11월)시 예상 손실율은 95.1%에 달한다. 만약 해당 상품에 1억 원을 투자했다면 불과 500만 원만 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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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영 CMS 금리연계상품 수익률 구조(위)와 독일 국채(10년물) 금리연계상품 수익률 구조(아래) ⓒ금융감독원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채권의 만기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데 만기(6개월)시 연 4%의 쿠폰이 지급되지만 손실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손실배수(250배)에 비례하여 손실이 발생한다. 하락폭 0.01%p당 원금이 2.5%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올해 초부터 독일 국채금리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최근 6개월 간 독일 국채(10년물) 수익률을 살펴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0.01%대에서  최근 -0.6% 이하로 떨어졌다. 해당 상품은 만기 평가금리가 -0.65% 이하이면 전액 손실을 입는다. 

경기둔화 우려로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심리가 확산되고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럽의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이는 금리 인하로 이어져 금리연동상품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

미/영 CMS 금리연계상품 역시 지난 7일 기준 판매잔액의 85.8%에 해당하는 5973억 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이 상품은 아직 만기시까지 1년 이상 남았지만 현재 금리 수준이 만기까지 이어진다면 절반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

두 상품 모두 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독일 국채금리연계상품의 이익 상단은 최대 4%에 그치는 반면 손실시에는 최대 -98% 수익률이 발생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CMS 금리연동 상품도 만기시 두 기초자산 종가가 최초 기준 가격의 55%(12개월 기준) 이상이면 연 3.5%까지 금리를 보장받지만 반대로 종가가 떨어지면 최대 -96.5%까지 수익률이 떨어진다. 금융회사에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 불완전 판매 피해입증 쉽지 않을 듯...시중은행 비이자이익 확대정책도 '제동'

판매 당시 금융사에서 이같은 원금 손실에 대한 위험 등 고지 의무를 성실히 했는지를 비롯해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려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피해 입증을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 사모 형태로 판매돼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판매 프로세스 전 단계를 완벽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금융당국이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원금손실여부 안내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지만 녹취록이나 상품설명서에 해당 내용이 안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다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자격이 없는 뱅커들이 지점 실적과 개인 KPI를 위해 무리하게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원금 손실구간 진입 이후에도 은행 측에서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지만 해당 은행에서는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원금손실을 비롯해 고지 의무를 다했고 현행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1억 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은 '적격투자자'로 인정하기 때문에 보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고지의무 이행여부는 소비자가 실제로 이해했는지를 기준으로 법원이 판단할텐데 형식적 이행과 실질적 이행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1억 원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은행 PB 설명만 듣고 DLS의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다퉈질 소지가 있고 고객이 직접투자한 것과 다르게 취급될 여지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를 통해 소비자들은 리스크가 높은 금융상품을 안전 자산 위주로 다루는 은행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 실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은행 측에서 안전자산이라고 안내해 별 의심 없이 투자했다는 증언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은행권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비이자이익 확대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대출영업 중심의 이른 바 '이자 장사'로 손쉽게 수익을 거뒀다는 비판과 함께 대출관련 정책 강화로 비이자이익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이자이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 판매, 그 중에서도 보수(수수료)가 높은 파생상품 판매고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하나은행에서 책정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연계상품의 선취수수료는 1~1.5% 수준으로 일반적인 파생상품 선취수수료의 2배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만기가 짧고 보수가 높은 파생상품은 그만큼 매매회전이 빠르고 판매량도 많아 수익성을 빠르게 높일 수 있어 비이자이익 확대에 유리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확대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낙제 수준'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 시스템 점검 필요성 대두

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한 은행의 불완전판매 실태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1~2년 새 시중은행들이 파생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투자자보호에 대한 약점을 번번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하반기 금감원에서 실시한 파생결합증권 미스터리쇼핑 결과를 보면 시중은행 상당수는 낙제점을 받은 반면 증권사는 대부분 보통 이상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은행들의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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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하반기, 금감원에서 실시한 파생결합증권 미스터리쇼핑 결과를 보면 다수 시중은행들이 '보통' 이하 낙제점을 받았다. 우수~양호 등급대에 다수 분포된 증권사와는 다른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또한 문제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두 곳에 그쳤다는 점에서 리스크관리 실태에 대한 대대적 점검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프라이빗뱅커(PB)센터 고객들에게 주로 판매하던 해외금리연동 DLS 판매를 중단했고 신한은행은 애초에 해당상품을 판매조차 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과 유안타증권, 미래에셋대우에서 판매한 325억 원 규모의 DLS·DLF는 리버스 구조로 상품이 설계돼 오히려 금리가 내려가 수익을 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0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나은행의 경우 고객이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은행 측에서 문제가 된 CMS 금리연계상품을 권유했고 이는 고객 의사와 완전히 배치되는 상품권유로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며 금융당국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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