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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대로 표류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해법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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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대로 표류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해법없나?
보험업계 "소비자 편의성" vs.의료계 "보험금 줄이기 꼼수"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9.09.05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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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가 3400만 명에 이르며 이른바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의 청구 간소화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이해당사자인 보험업계와 의료계 간 협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어서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수장이 새롭게 바뀌면 명쾌한 결론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각각 지난해 9월, 올 1월 발의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절차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2건이 계류되어 있지만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2016년 이후 줄곧 청구간소화를 추진해 왔지만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법제화되면 소비자가 진료 영수증이나 진단서를 의료기관 등에서 직접 받아 보험사에 전달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간단하게 보험금을 청구·수령할 수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의료기관이 전산으로 보험사에 진료 내역 등을 제출하고 보험금이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식이다. 이미 자동차보험에는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불하는 보험사를 비롯해 소비자단체, 금융당국은 찬성하는 반면 의료행위 주체인 의료계는 도입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 보험업계, 절차 간편해지고 비용 절감 효과까지

보험업계의 주장은 간명하다. 별도의 서류를 준비 및 제출하지 않고 전산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익이 크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역시 병원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서울대병원 등과 진료비를 결제하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고 농협생명도 세브란스 병원 등에서 간편 청구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법안 역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요 내용은 현재 보험금 수령 절차가 번거로워 소액의 경우 소비자가 청구 자체를 포기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보험회사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위탁기관이 이를 운영해 소비자 요청 시 위탁기관이 의료기관에 의료관련 증명서류를 보험회사로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위탁기관으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유력하다. 

나아가 지류 문서 발급에 투입되는 비용 및 인력 등을 고려하면 보험사뿐아니라 의료기관 역시 절약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 실제 서류를 전산화하는 작업까지 하고 있는데 굳이 종이문서를 출력하고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절감의 혜택은 결국 소비자에게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소비자단체 역시 이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7개 시민단체는 지난 4월 실손보험 청구 누락의 가장 큰 이유로 청구 과정의 복잡함과 다양한 증빙서류를 구비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소비자 단체 측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도입해 소비자 편익 제고는 물론 진료 정보의 투명성까지 도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 의료계, '과잉진료'라며 보험금 지급 줄이려는 보험사 의도 

의료계는 청구 간소화가 소비자에게 편익을 주기는커녕 보험금 지급 심사 문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의료행위 자체를 '과잉진료'로 재단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과잉이라는 말은 소비자에게는 더 좋은 치료를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보험사는 고액의 보험금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대다수 신의료기술을 '과잉진료'로 단정하고 있다"며 "질병이 발생해도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간단한 치료로 유도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보험사가 보험급 지급을 소액으로 유도하고 고액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줄이기 위해 청구 간소화를 찬성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에 보험금을 더 주기 위함'이라는 명분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간소화 과정에서 심평원이 개입하는 것 역시 반대한다. 현재 논의 중인대로 제도가 도입되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는 '의료기관->심평원->보험사'로 전송된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진료를 적정하게 했는지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진료비 삭감 조치를 취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진료 정보를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 및 그렇지 않은 비급여항목까지 모두 전송된다는 것에 의료계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심평원에 보낸 의료기록은 민간 영역인 보험사까지 넘어가게 될 것이고 이는 소비자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 답변서를 통해 "문제 개선을 위해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실무협의체 등에서 현행법 하에서도 가능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평원 참여의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안정성, 비용 효율성 측면을 고려할 때 청구간소화 중개기관으로서 강점이 있다"면서도 "심평원 참여에 복지부, 의료계 등의 우려가 존재하는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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