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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규제혁신에 찬물 끼얹는 모럴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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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규제혁신에 찬물 끼얹는 모럴해저드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9.23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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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가 일부 종사자들이 잇단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따가운 눈길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 배당사고 이후 업계 스스로 임직원들에 대한 직무윤리교육 강화 등 자성과 쇄신을 약속했지만 이후에도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만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첫 수사 대상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선행매매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특사경은 해당  애널리스트가 사전에 취득한 정보로 주식을 거래해 차익을 남긴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들의 횡령 및 사기 행위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신영증권 직원 A씨가 신주인수권 전환사채에 투자해주겠다며 고객에게 10억 원을 개인계좌로 받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올해 초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KB증권은 직원이 고객 휴면계좌에 예치된 3억 원을 횡령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꾸준히 직무윤리교육을 강화해온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모든 임직원이 정기적으로 윤리준법 자가점검과 윤리경영 실천서약서를 작성하고, NH투자증권 역시 전 임직원이 연 2회 '청령계약준수서약서'를 작성하고 '윤리의식 자가진단'도 매년 실시하는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강화가 강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도 지난해 9월 투자자 불신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투자업계 혁신 플랜'을 마련했다. 혁신 플랜에는 금융사고 사전예방 및 사후대응방안 그리고 임직원 직무윤리 제고 방안도 포함되는 등 협회와 증권사 모두 비장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바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가 이어지자 증권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시험에서 업무역량 뿐만 아니라 직원 윤리의식을 강화하도록 시험 내 직무윤리 비중을 높여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 자격시험의 경우 전체 100문항 중에서 직무윤리 항목이 불과 5문항에 그치고 있다. 투자권유대행인 시험에서도 10문항, 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시험은 그나마 12~15문항으로 상대적으로 많지만 전체 시험 문항 내 비중은 10%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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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업계가 앞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규제혁신의 성과를 무색하게하고 남은 혁신과제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얻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금투업계에서는 23년 만에 증권 거래세가 일부 인하됐고 금융 상품간 손익통산·손실이월 공제, 장기투자 세제 우대 등이 포함된 세제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발족된 국회 자본시장특별위원회가 7개 혁신과제를 협회와 도출해 추진중이고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가 최근 업계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도덕적 해이로 인해 그 노력에 찬물을 껴안는 결과로 초래될 지 우려스럽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권은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고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업권보다 임직원들에게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그동안 쌓아온 성과가 파도에 무너지는 모래성이 되지 않도록 업계 스스로 반성과 결단이 필요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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