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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들의 눈은 못피했다"...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은행 지킴이들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더보기
금융당국의 강력한 단속의지와 금융사의 피해 근절 노력, 소비자의 경각심 고취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피해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협은행 창구 직원들의 침착한 대처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피의자를 검거한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소비자보호의 첨병 역할을 하는 은행 창구 직원들의 세심한 주의와 빠른 대응이 빛을 발한  사례다.

최근 수협은행 서울중앙금융센터에서 발빠른 대처와 기지로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한 김수미 대리와 서동운 행원을 만나 당시 긴박했던 보이스피싱 범죄 현장의 상황과 이후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 왼쪽부터) 서동운 행원, 김수미 대리
◆ 입행 18년차 베테랑 직원의 침착함이 보이스피싱 피해 막아


지난 7월 5일 오전 11시 22분. 수협은행 홍대역금융센터에서 근무 중이던 김수미 대리는 은행을 방문한 고객의 모습에서 수상한 낌새를 지울 수 없었다. 고액의 예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현금지급을 재촉하고 자금 용도를 묻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등 보이스피싱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역력했다.

김수미 대리는 “처음 은행에 들어설 때부터 목소리를 높이는 등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이상했어요. 수표를 내미는 손이 긴장한 듯 보였고,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리고 다급해보여 수상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수미 대리는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이같은 의심 정황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고객을 안심시키는 한편, 자연스럽게 인출을 지연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동료들은 통장 거래내역 등을 면밀히 확인해 증거를 확보했으며 출동한 경찰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입행 18년차 베테랑 직원의 '촉'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은행에서 돈을 빼가려던 고객은 보이스피싱 일당에 대포통장을 제공한 인출책이었던 것. 경찰에 검거된 보이스피싱 피의자는 결국 범죄사실을 자백했으며 김수미 대리를 비롯한 홍대역금융센터 직원들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 마포경찰서로부터 표창장을 수여받았다.

김수미 대리는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에 준법팀에서 공문을 받고 비슷한 수법의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에 대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평소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교육을 통해 보이스피싱 의심 정황 발생 시 대응방법을 숙지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 수협은행 홍대역금융센터 김수미 대리
현재 은행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수협은행의 경우 올해 5월에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 동영상을 제작해 전 지점에 배포를 하고, 수신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김수미 대리는 "고객이 통장에서 고액을 출금할 때 현금 500만 원 이상이면 문답서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문답서 작성이 의무 사항은 아니고 모든 고액 출금 상황에서 작성하는 것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는 시간을 벌수 있고 궁극적으로 고객의 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또한 보이스피싱 상황에서 은행에 온 고객들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돈을 인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때는 고객이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누구랑 통화중이세요?’ 라며 계속 말을 걸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 20대 청년 행원,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공조로 보이스피싱 피의자 검거

앞서 지난 4월 중순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서울중앙금융센터에 50대 남성이 방문했다. 이 남성은 통장 잔액 전체 인출을 요구했다.  고액인출 목적을 묻는 직원에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며 위협을 가했다.

당시 고객을 응대한 서동운 행원은 “혹시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아닐까 싶어 조심스럽게 주의사항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불안한 모습으로 욕설을 퍼붓는 모습에서 오히려 피의자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계좌 조회 결과 타행에서 거래정지요청이 있었던 것을 인지한 서 행원은 시간을 끌기 위해 피의자와 대화를 나누며 동료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서동운 행원은 “보이스피싱 상황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모습이 티가 나는 것 같아요. 당시에도 인출책으로 은행을 찾았던 50대 남성분의 태도는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워서 쉽게 보이스피싱을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 동료들도 재빨리 상황을 눈치 채고 발 빠르게 협조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 수협은행 서울중앙금융센터 서동운 행원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직감한 피의자는 소란을 피우며 인출을 강요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장에서 검거됐다.

이후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보이스피싱 중간 인출책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받은 돈을 조직에 보내기 위해 여러 은행에서 인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남다른 기지와 발빠른 대처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한 서동운 행원의 공로를 인정해 표창장을 수여했다.

올해로 입행 3년차인 서동운 행원은 비교적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앞서 김수미 대리처럼 평소 보이스피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나름의 대비책을 가지고 있었다.

서 행원은 “친한 친구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적이 있어 평소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기 및 범죄에 대한 관심를 가지고 대비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은행원으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지켜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은행 창구 직원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전문가...“전적으로 믿고 도움 요청해야”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중요한 요소가 평소 창구 직원의 관심과 사건 발생 시 능숙한 대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돈을 자신의 돈처럼 지켜내려는 직원들의 책임감이다.

김수미 대리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그날 인출책으로 범죄 가담 혐의를 받은 피의자로부터 항을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김수미 대리는 “사건이 일어난 날 오후에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피의자로부터 ‘왜 신고를 했냐’며 항의 전화를 받았어요. 순간 피의자에게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나중에는 가족들도 제 걱정을 많이 했어요”라고 말했다.

고객을 위한 선한 행동이 되레 핀잔과 불만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간혹 보이스피싱 피해가 의심돼 인출을 지연시키면 ‘내 돈인데 왜 안주냐, 다른 은행에 고객 뺏길까봐 그러느냐’면서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면 좀 서운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하죠.”

▲ 김수미 대리(좌)와 서동운 행원
김수미 대리와 서동운 행원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에 빠졌을 때는 지체없이 은행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조언했다.  

“보이스피싱 범인들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끊지 못하고 하고, 갖은 협박과 위협의 말로 그들의 눈과 귀를 가려버려요. 두려움에 빠진 피해자들은 행여나 더 큰 피해를 입을까봐 혼자서만 끙끙 앓고 도움도 요청하지 못하게 돼죠. 하지만 직원들은 누구보다 보이스피싱 상황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전적으로 믿고 도움을 요청해 주셨으면 해요.”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 원으로 하루 평균 12억2000만 원에 달한다. 그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면서 전년(2431억 원) 보다 82.7%(2009억 원)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 평균 134명, 총 4만8743명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상반기에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는 1만2972건에 달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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