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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직원 비리 국감서 집중 추궁...김종갑 사장 말로만 '윤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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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직원 비리 국감서 집중 추궁...김종갑 사장 말로만 '윤리경영'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10.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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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대표 김종갑)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임직원 비리로 집중추궁을 받으면서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칠 뿐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거듭되는 직원들의 일탈행위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하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올해 국감에서 임직원 비위 문제로 집중공격을 받았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중 뇌물, 향응 수수로 적발된 임직원 수가 가장 많았고, 출장비도 가장 많이 빼돌리는 것이 드러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전체 2만 명의 정규직 가운데 감봉 이상 중징계를 받은 한전 직원은 34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정직은 91명, 감봉은 196명, 해임은 59명이었다.

△음주운전 104명 △금품향응 수수 79명 △태양광 사업 관련 비위 29명 △업무처리 부적정 27명 △출장비 부당 수령 19명 △근무 태만 17명 △성희롱 16명 △폭언·폭행 11명 △자기사업 영위 10명 △배임·횡령 5명 순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배임, 횡령, 금품향응 수수, 태양광 사업 관련 비위, 자기사업 영위 등 해임시켜야 마땅한 심각한 비위행위자만 227명에 이르는데 해임은 59명에 불과했다.

◆ 성폭행에는 정직, 9억 원 손실 끼치고 협력사에 갑질해도 감봉·견책 그쳐

한전의 직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한전 직원들이 갑싼 농사용 전기를 불법으로 쓰다 적발됐다. 한전 직원 최모씨는 지난 2015년 7월 농사용 전기를 끌어다 집 앞에 있는 환풍기 설비에 사용했다. 30m 길이의 케이블까지 설치했다. 2017년 기준 농사용 전기 판매가는 kwh 당 48원으로 주택용 전기 판매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최씨는 21개월간 값싼 농사용 전기를 끌어 가정용으로 쓰다 적발돼 감봉 6개월에 면탈금 29만 원을 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12년을 시작으로 5년간 한전 직원 5명이 농업용 전기를 불법으로 쓰다 적발돼 3명은 감봉 2명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900만 원 넘게 불법으로 쓴 직원도 정직 처분에 머물러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전에 9억 원 규모의 손실을 초래한 직원들이 책임을 면하고자 고의적으로 협력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전 경인건설본부 남서울건설지사가 담당하는 지중선 건설공사 중 GIS(가스절연모선)이 불에 타서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전 직원 A씨가 GIOS 설치 공사 전 안전회의를 열어 감리사를 통해 작업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이 절차를 어기고 직접 도급업체에 작업지시를 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한 한전의 손실액은 복구비용 4억원과 발전제약비용 5억원 등 총 9억원에 달했다. A씨는 B씨와 협력업체에 복구공사비 4억 원을 부담시키겠다는 협의안을 만들어 상급자인 C씨에게 보고하고 승인까지 받았다.

회사에 9억 원이 넘는 손실을 끼치고 협력사에게 복구공사비를 부담시키는 등 '갑질'까지 했지만 한전의 징계는 감봉과 견책이 다였다.

한전은 직원들의 성(性)관련 사건 처벌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성 비위 사건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한전 직원들이 성 관련 비위에 연루된 사건은 성폭행 2건, 성희롱 12건, 성매매 1건으로 총 15건이다. 하지만 이중에서 해임 처분을 받은 직원은 한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4건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해서는 정직 7건, 감봉 5건, 견책 2건의 징계가 내려졌다.

특히 지난 2011년 직원 A씨의 경우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피해자를 협박해 성폭행하고 그 행위를 휴대전화를 활영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성폭행 치료강의 40시간을 선고받았지만 한전은 정직 6개월의 징계하는데 그쳤다. 이 밖에도 수 많은 직원 비위 문제가 발생했지만 한전의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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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에 한전 윤리경영 활동연혁은 2013년 이후 업데이트조차 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김종갑사장, 말로만 윤리경영...윤리준법위원회 형식적 운영 그쳐

직원 비위가 발생하면 한전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견책, 감봉, 정직, 해임 등의 조치를 내린다.

이 과정에서 비위를 일으킨 직원이 깊이 반성하고 회사에 헌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며 우발적인 실수였다는 점을 반성문 등을 통해 표명하면 인사위원회가 이를 감안해 제재수위를 정한다. 결과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서 한전 임직원들 사이에 모럴해저드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감에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기업과 공무원 사회에서 벌어지는 근무태도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고, 적발된 뒤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얼버무리는 한 한전 임직원 비위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한전의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전 사장은 징계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직원 윤리교육을 강화해 똑같은 비위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한전은 직원 비위문제 척결을 위한 징계수위 강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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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리준법위원회는 올해 4월 1차 회의를 연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2차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한전의 윤리경영에는 윤리규정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는 임직원 행동강령, 임직원 행동지침, 한전인의 윤리헌장, 공급자 행동강령, 임원 직무청렴계약 운영규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전이 윤리경영 활동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2013년 9월 이후 윤리경영 활동연혁이 업데이트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올해 '윤리준법위원회'를 발족했지만 활동 자체가 미미하다.

취임 이후 '윤리경영'을 강조해 온 김종갑 사장은 올해 초 윤리준법경영 추진 강화를 목적으로 윤리준법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직원 비위 문제를 포함, 윤리경영을 위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다룬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맡은 한전 김종갑 사장을 중심으로 한전 상임이사 5명과 외부위원 3명을 위촉하여 구성했다. 외부위원으로는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변호사,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이 위촉됐다. 

하지만 지난 4월 제1차 윤리준법위원회를 한차례 개최한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2차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회의 자체가 반년에 한번 열린다는 설명이다. 직원 비위 문제가 심각한데 회의 수 자체가 1년에 2회는 너무 적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1차 회의 내용도 윤리준법경영 현황보고, 성공적인 윤리준법경영 추진을 위한 토의 및 김기찬 교수의 '지속 가능한 성장기업의 조건’에 대한 특강 등 형식적으로 진행돼 직원 비위 문제 해결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보여주기'식 윤리경영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윤리준법위원회 회의는 원래 반년에 한번 열리고, 올해 11월 쯤 2차 회의가 열릴 것"이라며 "국감에서 지적받는 내용들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직원 징계는 외부 위원들도 인사위원회에 참석해 수위를 결정하는 만큼 제 식구 감싸기는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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