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엘리베이터 업계, ‘공동수급’ 논란에 난감...협력사와 관계 어쩌나?
상태바
엘리베이터 업계, ‘공동수급’ 논란에 난감...협력사와 관계 어쩌나?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10.25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엘리베이터업체들이 지역 설치 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을 수주하는 ‘공동수급’ 방식이 잦은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관련 업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컨소시엄은 형식일 뿐 실제로는 설치와 유지보수 등 위험한 업무는 모두 중소 협력사 몫으로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엘리베이터(대표 송승봉)와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대표 서득현),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대표 조익서) 등 국내 3대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공동수급' 방식의 개선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엘리베이터 제작사가 설치와 보수를 모두 맡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공동수급제가 깨지면 기존 중소협력사들이 일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부터 현재까지 승강기 설치·유지보수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12명에 달한다. 이 중 5명은 업계 2위인 티센크루프가 수주한 사업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대형 승강기 제조사와 중소 설치 업체간의 공동수급 방식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승강기 설치 공사는 원청이 사업을 수주하고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하는 하도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승강기 설치 및 관리 인력이 부족한 대형 승강기 제조업체들은 지역 중소 설치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식으로 공동수급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공동수급이 형식적인 컨소시엄에 불과하고 조건도 중소사에게 불리해 사실상 하도급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공동수급이 대형 업체인 제조사가 공사비를 받은 뒤 협력사에게 다시 분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공동수급의 수익 배분은 대형업체 85%, 중소협력사 15%로 이뤄진다. 

또 대형사가 협력사에 지급하는 공사 대금은 월 단위로 치러지고 공사 종료일부터 60일간의 지급 유예기간도 주어지는 반면 협력사는 계약상 완료일자(공기)를 넘기면 일 단위로 30%의 지연수수료를 대형사에 납부해야 되는 등 불공정한 조항도 산재해 있다.

한 의원은 “협력업체 입장에선 대기업이 짜놓은 계약 조건 이상으로는 무엇을 더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익 구조 자체가 열악하니 현장 안전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뒷전이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동수급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쉽게 개선에 나서진 못할 전망이다. 대형 제조업체에 모든 사업을 맡길 경우 중소업체들과의 상생에 문제가 되고, 이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설치 보수 인력이 적은 대형사가 모든 승강기를 관리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승강기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승강기는 70만 대, 중소 협력사는 1000여 개에 달한다.

특히 대안을 제시해야 될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마저도 사안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어 해결책 마련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 관계자는 “현재 공동수급과 관련해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 없다”며 “환노위 국감에서 언급된 내용인 만큼 개선에 나설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티센크루프 관계자도 “공정위로부터 별도의 코멘트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와 티센크루프, 오티스 등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는 공동수급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승강기 업계 관계자들은 “국정 감사에서도 언급됐고 CEO 출석 요구도 받는 등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1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는 티센크루프 서득현 신임 대표와 현대엘리베이터 전용원 설치본부장(상무)가 증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서 대표는 지난 12일 박양춘 전 대표의 사임 후 선임됐으며, 송 대표는 중국 출장으로 불참했다. 

오티스 조익서 대표는 해외 지사와 진행하는 전화 회의 일정으로, 미쓰비시 요시요카 준이치로 대표는 건강악화를 사유로 불출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