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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하부 빨갛게 녹슬어...주행환경 탓하며 무상수리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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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하부 빨갛게 녹슬어...주행환경 탓하며 무상수리도 거부
녹. 부식 관련 규정 미비로 수리받기도 힘들어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10.30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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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 수원에 사는 오 모(남)씨는 올해 1월 국산 중형 SUV 차량을 출고받아 1만3000km를 주행했다. 9월에 엔진오일 교환을 위해 하부 언더커버를 제거해 보니 볼트 및 에어컨 배관까지 부식돼 있었다. 구매 몇개월 되지 않은 신차에서 발생한 부식이라기엔 녹 상태가 심각했다는 게 오 씨의 설명이다. 고객센터에 항의하자 "소비자가 겨울철에 차를 타고 다니면서 눈이 묻어 부식이 발생했으므로 무상 AS가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 씨는 "언더커버가 부착된 차량에 이 정도 부식이 일어날 수 없다는 다른 카센터 전문가의 이야기를 전달했지만 직원은 운전자 관리 과실 탓만 하더라"며 기막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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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차에서 녹이 발생한 오 씨의 중형 SUV 차량.
#2. 최 모(남)씨는 일본 수입차 세단을 구매한 지 5개월 째다. 최근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다가 운전석 아래 곳곳에 녹이 발생한 걸 발견했다. 용접된 부위나 도장이 안 된 부분 등에 집중적으로 부식이 됐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무상수리를 거부했다.

#3. 경기도 화성에 사는 정 모(남)씨는 올해 9월 중순 국산 소형 SUV를 전시차 할인 적용으로 저렴하게  구매했다.  차량을 인도받아 하부를 검사하던 중 신차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녹을 발견했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유럽에서 배로 이동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며 페인트칠을 제안했다고. 정 씨는 "중고차도 아닌데 이렇게 녹이 많은 차를 구매해 속이 상한다. 아무런 보상도 없다니 너무 무책임하지 않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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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씨 신차에서 발생한 녹.

신차에서 발생한 부식(녹)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제 값을 다 주고 값비싼 중고차를 속아 산 듯한 좌절감뿐 아니라 품질에 대한 의구심으로 안전에 대한 위협까지 느낀다고 소비자들은 항변한다. 또한 미세하게 시작된 녹이 결국 심각한 부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제조사 입장은 천편일률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볼보, 폭스바겐 등 수입차의 경우 수입 통관 과정에서 해풍을 맞다보니 부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에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동차 녹·부식과 관련해  법규 및 규정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자동차 부식이나 천공(구멍뚤리는 현상)에 대한 규정조차 없다. 지난 2014년부터 외판(후드, 도어, 필러, 휀더, 테일 게이트, 도어 사이드 실, 루프)의 관통부식(부식으로 구멍이 나는 것)에 대해 품질보증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신차에 발생한 녹은 관통부식에 해당되지 않아 품질보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제조사들은 부식에 대해 대부분 '5년/10만km 내외'의 무상보증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업체의 판단 기준에 의해' 무상 보증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운전자의 과실이나 환경적 요인을 이유로 책임을 돌리는 식이다.

제조사들은 대부분 '소비자 과실'로 책임을 전가하며 무상수리를 거부하고 있다.

제조사 관계자는 "첫번째 사례의 경우 유독 이 차량에서만 부식이 심하게 발생했다. 차량 하부에 알루미늄 소재도 많이 채용되는데 알루미늄에도 백화현상이 생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고객은 품질문제라고 강조하지만 소비자가 과실없음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사가 신차에서 발생한 녹을 소비자 과실로 돌릴 경우 소비자가 과실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전문성이 부족한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소비자 과실' 여부가 제조사의 책임 면피를 위해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이야기다.  

현재 신차에서 녹 발생 시 무상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한국닛산이다. 지난 2017년 중형 세단 알티마와 대형 SUV인 패스파인터에서 발생한 녹 부식 결함을 두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공분을 샀다. 지난해 말 소비자들이 국회에서 항의성 집회까지 열자 한국닛산은 신차에서 녹 발생 시 방청작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비자들의 집단 항의 등 이슈로 마련된 후속조치여서 자발적인 문제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차에서 녹, 부식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자동차 관련 법안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품질보증기간 5년이 있어도 '소비자 과실'은 예외인데 소비자가 과실을 없음을 입증하지 못해 선량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신차의 경우 제조사들이 소비자 과실로 돌리지 못하도록 자동차 관련법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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